美마이크론, “엘피다, 일단 사긴 사는데…”

마이크론, ‘모바일 D램’ 시장 확보 총력

전성운

zeztto@sateconomy.co.kr | 2012-05-11 14:40:20

일본의 엘피다 메모리 인수전에 대한 윤곽이 드러났다. 모두의 예상대로 SK하이닉스는 발을 뺐고 미국의 마이크론은 인수를 그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마이크론이 ‘승자의 저주’에 빠질 것이란 예측을 내놓고 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입찰에 참여함으로써 입찰가격을 올리고 실사작업을 통해 엘피다 내부 정보까지 획득해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다. 마이크론이 엘피다 인수를 마치면 SK하이닉스를 살짝 웃도는 점유율을 확보할 것으로 보이나 큰 의미는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인수를 하면서 치러야할 대가를 생각하면 마이크론에겐 ‘승자의 저주’는 불가피하다.



지난 6일 日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엘피다 메모리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마이크론이 정식 선정됐다. 마이크론은 취약한 모바일 D램 부분을 엘피다 인수를 통해 보강,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로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강체제로 유지되던 모바일 D램 시장이 3강체제로 바뀌게 된다. 마이크론의 엘피다 인수로 현재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양분하고 있는 모바일 D램 시장에서 치열한 밥그릇 싸움이 벌어질 전망이다.


예정대로 오는 8월에 인수가 마무리되고 기술전환, 생산설비 교체, 디자인 교체 등이 이뤄지면 내년 초에는 본격적인 제품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내년부터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모바일 D램 시장을 둘러싼 수요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 마이크론 “2천억엔+고용승계”


지난 6일 니혼게이자이 신문, 교도통신, NHK 등 日언론들은 “엘피다의 법정관리인이 이르면 이번 주에 엘피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마이크론을 정식 선정하고 8월21일까지 도교지방법원에 갱생 계획을 제출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호니캐피탈과 미국 TPG캐피탈이 구성한 컨소시엄도 본입찰에 참여했으나, 엘피다는 반도체시장에서 시너지효과 등을 감안해 마이크론을 낙점한 것으로 밝혀졌다.


마이크론은 엘피다가 파산신청을 하기 전에 제시했던 1500억엔보다 많은 2000억엔(2조8233억원)으로 인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론은 엘피다 히로시마 공장 등 주요 생산 거점과 직원 고용을 유지할 방침이다.


이로서 세계 D램 반도체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강 구도로 재편된다. 세계 4위인 마이크론이 3위인 엘피다를 인수하면 시장 점유율이 24.7%로 23%인 SK하이닉스를 넘어선다. 지난해 D램 세계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42.2%)가 1위이며, SK하이닉스(23%), 엘피다(13.1%), 마이크론(11.6%) 순이었다.


그러나 “마이크론의 노림수는 ‘모바일 D램’ 시장에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모바일 D램 시장은 스마트폰의 폭발적인 성장세와 더불어 동반상승하고 있어 반도체 업체들에게 중요한 수익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모바일D램 시장 규모는 2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올해는 150%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글로벌 모바일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8억5700만 달러 매출을 기록, 점유율 53.8%로 1위를 차지했고 SK하이닉스가 20.8%로 2위를 엘피다는 17%로 3위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마이크론의 점유율은 5.4%에 불과했다. 하지만 마이크론이 3위인 엘피다를 인수하면 23.4%로 2위로 올라서면서 3강 체제에 들어서게 된다.


◇ 인수 시너지? ‘승자의 저주’ 올것


이번 마이크론의 엘피다 인수를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한편에서는 “마이크론의 엘피다 인수는 필연적 결과”라며 “삼성과 SK하이닉스에겐 부정적인 일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마이크론에게 과중한 재정적 부담을 초래할 것”이라며 “승자의 저주를 받을것”이라 예측했다.


강정원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마이크론의 엘피다 인수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게 부정적인 결과”라며 “엘피다 인수가 마이크론의 경쟁력을 높여줄 것이며 모바일 D램 시장에서 국내 업체와의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성혜 현대증권 연구위원도 “인수가격과 화학적 시너지 효과, 기술 내재화 등의 변수가 있지만 표면적으로는 이번 인수가 SK하이닉스를 위협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마이크론이 반도체 시장에서 강자로 올라서기 위해선 재정적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마이크론은 인수 금액만 2000억엔에다가 투자금액까지 포함하면 3000억엔(4조2000억원)의 현금이 필요하다. 지난해 말 마이크론의 현금성자산은 2조2000억원으로 엘피다의 부채와 추가 투자를 감당하려면 새로운 자금조달이 필요할 전망이다.


때문에 자칫 엘피다 인수가 ‘승자의 저주’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생산 효율성 면에서는 마이크론과 엘피다가 SK하이닉스에 뒤처지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과 엘피다는 아직 40나노급 이상 제조공정에 머물러 있지만 SK하이닉스는 이미 30나노급 이하 공정으로 주력을 전환했다.


업계 관계자는 “D램을 30나노급 공정으로 생산할 경우 40나노급 제품보다 50% 이상 생산성이 높아지고 가격경쟁력도 앞서게 된다”며 “마이크론과 엘피다를 합한 점유율이 SK하이닉스보다 조금 높다고 해서 우위에 섰다고 판단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가 2차 입찰에서 포기를 선언한 것을 두고 ‘신의 한수’였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 업계 인사는 “1차 입찰을 통해 입찰 가격을 높이면서 인수할 경쟁사들에게 재무 부담을 안겨줬고, 입찰 후 실사작업을 통해 엘피다에 대한 내부정보를 많이 획득했을것”이라며 SK하이닉스의 인수포기를 ‘잘한일’이라 평가했다.


또한 SK하이닉스가 SK그룹에 인수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라 내부적 결속과 안정을 추구하는게 더 우선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한 증권 분석가는 “엘피다 인수와 관련한 이슈가 해소돼 오히려 SK하이닉스의 재무구조가 안정화 됐다”며 “D램 가격이 정상궤도에 오르면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 지난 2월 ‘파산’한 일본 ‘엘피다 메모리’의 우선인수 대상자로 미국의 마이크론사가 선정됐다. 사진은 지난 2월 사카모토 유키오 엘피다 메모리 회장이 파산신청을 발표하는 모습.

◇ D램, 한국 독점 시킬 수 없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마이크론의 엘피다 인수를 두고 “정치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마이크론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높은 금액과 고용승계 등을 조건으로 내걸고 인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IT업계의 ‘쌀’로 불리는 D램 시장에서 1, 2위 기업이 모두 ‘한국 기업’이란 점이 마이크론이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엘피다 인수에 나선 이유 중 하나로 꼽는다. 미국기업 마이크론과 일본기업 엘피다의 결합은 양국의 ‘자존심’ 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업계에선 미·일 양국간 ‘정치적 이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과도한 억측일 수도 있다. 당초 마이크론은 엘피다의 파산 이전에도 ·업무 제휴 협상을 추진한 바 있고 엘피다의 사카모토 사장과도 오랫동안 교류해 왔다. 업계에선 우선인수 대상자 지정에 사카모토 사장이 마이크론을 강하게 추천한 것을 놓고, “사카모토 사장 본인의 자리도 준비돼 있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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