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 시대’ 앞당긴다
“후계자 승계 위한 최후 관문 통과 중”
전성운
zeztto@sateconomy.co.kr | 2012-05-11 14:06:42
삼성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최근 세계 유수의 자동차 회사 최고경영자(CEO)들과 잇따라 회동하며 차세대 자동차 전자부품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삼성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삼성에버랜드 지분 25.10%를 가진 최대주주로서 삼성그룹의 후계자로 꼽히고 있어 재계는 ‘본격적인 경영승계를 위한 움직임’이라 분석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 삼성전자 이재용 사장이 세계 3대 자동차업체 중 하나인 폴크스바겐의 마틴 빈터콘 회장 겸 CEO를 만났다. 이날 이 사장은 빈터콘 회장과 전자·IT 분야의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와 글로벌 자동차 회사인 폴크스바겐과의 향후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앞서 지난 4일에는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인 피아트-크라이슬러 그룹의 지주사인 엑소르 사의 사외이사로 추천됐다. 이 사장은 분기에 1회 정도 열리는 엑소르 이사회에 참석, 기업 경영활동을 감시하는 사외이사 역할을 할 예정이다.
엑소르는 페라리, 마세라티 등 자동차 브랜드를 갖고 있는 이탈리아 자동차회사 피아트사와 최근 인수한 미국 크라이슬러사의 지주회사로 이탈리아 축구 명문팀 유벤투스 지분도 갖고 있다.
관련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이 사장은 피아트그룹 회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0년 피아트그룹 창업자의 외손자인 존 엘칸(36) 피아트그룹 회장이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식사를 함께하기도 했다.
엑소르사가 이 사장을 먼저 추천하고, 이를 이 사장이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이재용 사장이 엑소르 사외이사로 선임되면 자동차를 중심으로 하는 피아트와 전자·IT 분야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가 협력관계를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은 2010년 5월 ‘미래 먹거리’로 내건 ‘5대 신수종 사업’ 분야 중 하나로 자동차용 전지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키로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사외이사 선임을 계기로 전기차 분야에서 피아트·크라이슬러와 삼성전자의 협력관계가 돈독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토대로 한 가시적인 성과가 이 사장을 평가하는 또 다른 잣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사장은 앞서 지난 2월에는 독일을 방문해 노르베르트 라이트 호퍼 BMW 회장과 피터 뢰셔 지멘스 CEO를 만나 자동차용 배터리 및 의료기기 분야의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또 작년 10월에는 미국 GM CEO 덴 에이컬슨을 만났고, 올해 1월에는 도요타 아키오 사장을 만났다. 하반기에는 포드의 알란 뮬러리 CEO도 만나기로 돼 있다.
삼성은 이 사장이 이처럼 광범위하게 글로벌 자동차회사 CEO들을 만나고 있는 것에 대해 “자동차 자체에 관심이 있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라며 삼성의 자동차 사업 재진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했다.
대신 이 사장이 자동차용 배터리와 반도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차세대 전자부품에 특별히 관심을 많이 두고 있으며, 잇따른 자동차 CEO들과의 만남 역시 이를 위한 마케팅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그랬듯이 앞으로도 유럽과 미국, 중국을 중심으로 자동차 업계에 대한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 오너 일가가 해외 기업의 사외이사를 맡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사외이사를 통한 능력 평가가 후계자 승계를 위한 마지막 관문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엑소르 사외이사를 수행하면서 삼성전자의 자동차 전지 사업 물꼬를 틀 수 있다면 이재용 사장의 취약점으로 작용했던 경영실적에 대한 우려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이재용 사장은 자동차 분야 이외에도 최근 삼성과 소니의 LCD 합작법인 ‘S-LCD’를 청산한 이후 소니 히라이 카즈오 사장과 만나 새로운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등 경영 승계를 위해 잰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2’에서 폴 오텔리니 인텔 CEO와 함께 무선사업 협력을 논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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