脈빠지는 전경련, ‘아 옛날이여…’
외우내환에 바쁜 회장님들…회장단회의 대거 불참 ‘반쪽 모임’
김세헌
betterman89@gmail.com | 2013-11-25 13:53:05
[토요경제=김세헌기자]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올해 마지막 정기 회장단 회의가 최근 열렸지만 대내외적 악재와 개인 사정 등으로 이번에도 50%가 안 되는 초라한 출석률을 보였다. 지난 9월에 이어 4개월 만에 열린 것이지만, 주요 대표 회장들의 대내외적 악재와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저조한 참석률에 전경련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재 전경련 회원사는 일반회원 438개사, 단체회원 66개사, 명예회원 4개사 등 총 508개사다. 14만 회원사가 가입한 상공인의 모임인 대한상공회의소와는 견줄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전경련이 5대 경제단체 중 위상이 큰 이유는 회원사가 국내 대기업들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과거 정부의 정책 파트너로 설립된 전경련은 시대가 변하면서 대기업의 입장만 반영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던 게 사실이다. 여기에 회원사들의 참여도 과거처럼 활발하지 못해 21개사로 구성된 회장단은 연중 격월로 열리는 정기 회장단 회의 참가율이 갈수록 줄더니 최근 열린 마지막 회의에서는 역대 최저인 7명이 참석한 가운데 조용히 진행됐다.
◇ 회장단, 출장·재판·경영난 등으로 주요 현안 속 ‘연속 불참’
전경련 회장단은 허창수 회장(GS그룹 회장)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구본무 LG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 현재현 동양 회장, 이준용 대림 회장, 이웅열 코오롱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김윤 삼양 회장,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류진 풍산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최태원 SK 회장, 김준기 동부 회장, 박용만 두산 회장, 강덕수 STX 회장, 정준양 포스코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 등 21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가운데 지난 9월 회의에는 허창수 회장과 이준용 회장, 박영주 회장, 김윤 회장, 류진 회장, 장세주 회장, 이승철 부회장 등 7명만이 참석했다. 전경련 회장과 상근 부회장을 빼면 5명만 참석한 셈인데다 재계에서 영향력을 가진 4대 그룹 총수들은 전부 빠졌고 허 회장을 빼면 10대 그룹 내 총수들은 한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최근 회장단 회의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미국 출장길에 올라있고, 구본무 회장과 김준기 회장은 오래전부터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있다. 박용만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을 맡은 이후 전경련 회의에는 참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함께 최근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현재현 회장과 재판 중인 최태원 회장, 김승연 회장이 참석하지 못했다. 사의를 표명해 논란이 일고 있는 정준양 회장이나 유동성 논란이 일고 있는 일부 그룹 총수들도 대거 불참했다.
당초 일부 총수들이 개인일정 등을 이유로 참석하기 어려워 올해 마지막 전경련 회장단 회의도 10명 이내로 참석해 ‘반쪽’짜리 회의가 될 것이라는 재계의 예측이 현실화 된 것이다.
무엇보다 전경련 회장단 회의가 위축되면서 재계가 힘을 모아야 할 각종 현안이 힘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최근 경영위기 등 대내외적으로 우환에 시달리고 있는 회장들이 적지 않다. 경영난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당분간 이러한 분위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전경련 회의 자체가 참석에 강제성을 두고 있지 않은 것도 영향이 있겠지만, ‘급한 불’을 끄기에 바쁜 회장들에게 전경련 회의에 참석할만한 여유가 없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 중견기업으로 대변단체 확대 ‘이미지 쇄신’…通할까?
현재의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전경련은 최근 ‘체질 개선’ 차원에서 현재 대기업 중심의 회원사를 중견기업으로 확대하고 회장단도 추가 영입하기로 했다. 전경련 회장단은 최근 열린 정기 회장단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사업·조직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편 방안은 전경련이 대기업만의 이해를 대변하는 단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국가경제 비전이나 경제현안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단체로 거듭나야 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이에 따라 전경련은 지난 4월 발전특별위원회(위원장 송병락)를 발족, 전경련 발전방향에 대한 외부 의견을 수렴했다.
우선 사업추진 방식과 관련, 경제현안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과 대안 제시는 한국경제연구원이 중점 추진하고, 전경련은 대외 네트워크 사업과 홍보사업, 사회공헌 사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한경연은 외부로부터 우수한 연구 인력을 초빙해 ‘종합 싱크탱크’로 변모해 나갈 계획이다.
한경연은 현재 기업, 경제현안 중심의 연구에서 국가발전 전략 등으로 연구 범위를 확대하고, 이론적·학문적 연구보다는 실증적이고 실용적인 연구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또 외부로부터 우수한 전문가를 초빙연구원으로 위촉해 미국의 브루킹스 연구소와 같은 종합 싱크탱크로 발돋움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국가발전전략을 연구하는 미래전략센터와 국가 및 기업경쟁력 연구를 수행하는 경쟁력센터도 신설해 사회통합 센터의 역할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박찬호 전경련 전무는 “그동안 전경련이 직접 (기업의) 규제완화와 관련된 사업을 했는데 이들 사업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한 여론 환기나 환경 조성에는 소홀했다는 반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경련은 회원 범위도 현재 대기업, 제조업 중심에서 중견기업과 서비스 업종과 단체 등으로 외연을 확대하기로 했다.
박 전무는 “(회원사는) 중소기업 보다 중견기업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며 “자산 규모뿐만 아니라 업종이나 성장 가능성 등을 면밀히 살핀 후 전경련의 설립취지에 공감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의사를 타진해 선별적으로 영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장단도 추가 영입하기로 했다. 전체 21명으로 구성된 전경련 회장단은 최근 주요 그룹 총수들의 잇따라 유고(有故) 사태를 맞으면서 충원 필요성이 제기됐다. 50대 기업집단 소속 기업 중에서 규모나 업종 등을 고려해 영입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회장단 회의와 별도로 전문경영인 CEO를 중심으로 하는 경영전략본부장(사장단)회의도 신설하기로 했다. 현재 14개에 달하는 정책별 위원회는 현안의 중요성, 중복 여부 등을 고려해 개편하고 ‘포럼’ 형태로 운영해 회원참여를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전경련은 이러한 변화를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끌어안을 수 있는 경제단체로 변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중견기업 등을 참여시키고, 회장단을 늘리는 방법 등을 통해 이해관계 해소와 반기업 정서를 낮추는데 효과를 거둘 수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회원사 범위 확대 차원에서 영입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들은 대한상의, 한국무역협회 등의 회원사들일 수도 있어 경제단체간 회원사 유치 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전경련 자체가 경제계를 이끌어나가는 능력과 역할을 키워야 하는 근본적 문제해결 의식 대신 ‘방법론’만 내놓았다는 점도 의문을 사고 있다.
이처럼 이번 조직개편이 근본적인 체질개선이 아닌 일종의 ‘보여주기’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박 전무는 “전경련이 체질을 바꾸기 위한 첫걸음으로 이해하고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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