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헌기자의 브랜드열전-⑦] ‘질레트 vs 쉬크’
男心 자극하는 시스템 면도기로 각축전 가열
김세헌
betterman89@gmail.com | 2013-11-25 13:46:15
[토요경제=김세헌기자] 하얀 거품 크림을 얼굴에 바르고 콧노래를 부르며 면도를 하는 남자의 모습. 영화와 드라마에서 흔히 나오는 장면이다. 남자 주인공은 면도 후 깔끔한 턱을 만지며 거울을 쳐다보는데, 이는 같은 남자가 봐도 멋지다는 생각과 함께 여성들에겐 묘한 매력을 전달한다. 그리고 여기서 상당수 남자들의 시선을 끌어 모으는 것이 있다. 바로 면도기다.
세계 면도기(습식면도기) 시장은 P&G의 ‘질레트’와 에너자이저의 ‘쉬크’가 양분할 정도로 큰 장악력과 인지도를 지니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도 이들 외국 브랜드는 면도기의 대표주자로서 자사의 기술력을 앞세워 치열한 경쟁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두 브랜드 모두 날을 갈아 끼우고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 면도기’를 주력 제품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최근엔 질레트가 ‘편안하게 미끌어지는 밀착면도’를, 쉬크가 ‘피부를 위한 보습면도’라는 장점을 부각시키며 국내시장에서 날선 경쟁을 벌이고 있다.
◇ 진화하는 면도날로 깔끔한 이미지 더하는 ‘질레트’
점유율과 인지도 면에서 쉬크가 일본과 타이완 등 아시아 국가에서는 질레트를 앞서고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더욱이 최근 국내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며 남성 소비자들 사이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쉬크이지만, 소비자들의 선택은 아직 질레트로 모아지고 있는 양상이다.
소비자 상당수는 질레트가 면도날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 개발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만들면서 브랜드를 키워 나가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질레트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두루 무난한 면도기’로 통하는데, 무엇보다 기본성능인 ‘깔끔한 면도’에 가장 충실한 면도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기에 날이 피부에 닿았을 때 부드럽고 안정감이 느껴진다는 반응도 상당수 나온다.
질레트가 면도날을 더욱 얇고 섬세하게 만들어 면도 느낌을 한층 더 부드럽게 한다는 의견도 많다.
특히 최근엔 셰이빙 젤을 얼굴에 고르게 분산시키는 점, 불규칙하게 난 수염을 면도날 방향으로 모아주는 점,얼굴 곡선을 지나는 면도날의 모양을 잡아주는 점 등의 최신 기술에 큰 만족을 나타내는 소비자들도 눈에 띈다.
또한 안정된 그립감을 선호하는 일부 소비자들은 두꺼우면서도 잡기 쉬운 모양으로 디자인이 된 질레트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 쉬크, 피부자극 줄이는 보습기능 돋보여
깔끔한 면도감과 밀착감, 편안한 그립감, 그리고 디자인 면에서 질레트가 쉬크보다 한 수 위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면도 후 얼굴에 당김이 덜하다는 점 등 피부자극도 면에서는 쉬크가 다소 앞선다는 소비자들의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최근 선보인 쉬크의 제품을 살펴보면, 내장된 보습젤을 통해 물이 닿으면 고체 상태의 젤이 액체로 변하면서 매끄러운 면도를 도와 면도 후에도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해주는 이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여기에 일반 윤활밴드보다 최대 2배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일부 소비자들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아울러 손가락으로 젤박스를 뒤로 젖히면 면도날 부분만 남아 피부 접촉면을 줄여 줘 피부보호에 보다 충실한 면도기로 소비자들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이와 함께 일각에선 세척 면에서 쉬크가 좀 더 간편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를 두고 일부 소비자들은 “면도날 사이에 장착된 스킨가드가 세척 시에도 진가를 발휘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날 사이의 넓은 공간으로 물이 흐르는 덕에 수염이 날 사이에 끼지 않기 때문에 흐르는 물만으로도 면도날이 깔끔하게 세척된다는 호평도 나오고 있다.
[Brand Talk!]
어느 세일즈맨의 유레카
지금으로부터 100여년 전 인간은 작두날을 숫돌이나 동물 가죽에 갈아 면도를 했다. 날카로운 도구로 인해 얼굴은 상처 입기 일쑤였다.
훗날 거울 속의 실수로 베인 자신의 얼굴을 본 어느 세일즈맨은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는 이발사가 빗으로 머리카락을 누른 후 솔 사이를 뚫고 나오는 머리카락을 안전하게 잘라내는데 점을 착안, 세계 최고의 발명품 ‘질레트 면도기’를 발명했다.
질레트사의 설립자 킹 캠프 질레트(King Camp Gilette)는 코르크 병마개를 판매하는 세일즈맨이었다. 어느 날 거래처와의 미팅에 늦을지 모르는 상황에 급하게 면도를 하다 살을 베었는데, 당시엔 묵직한 일자형 면도칼 때문에 상처 나는 일이 빈번했다.
1895년 질레트는 오늘날의 면도기를 고안하고 수년간 면도기 개발에 몰두했다. 1901년 마침내 특허를 얻은 후 질레트사의 모태가 된 안전면도기 제조업체를 세웠다. 2년 뒤 일회용 면도날로 돼 있는 면도기를 출시했지만 첫해 판매량은 51개에 그쳤다. 하지만 1904년 9만 개, 1908년 100만 개를 넘어서며 회사는 빠르게 성장했고, 이후 성능이 개선된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그로부터 5년 동안 질레트는 면도기 개발에 몰두하면서 마침내 1903년 손잡이 위에 아래위로 정교하게 움직이는 헤드가 달려있고 그 안에 이중 날을 끼운 안전한 면도기를 개발했다. 이 면도기는 20세기 남성들의 얼굴을 산뜻하게 바꾼 질레트 브랜드 탄생의 시초가 됐다.
◇ 질레트의 라이벌은 오직 질레트 뿐
질레트는 전 세계 사용자의 40%가 애용하는 넘버원 브랜드다. ‘면도기의 새 기술은 질레트에서 나온다’고 할 만큼 질레트는 그 경쟁의 대상을 동종 계열 브랜드가 아닌 과거의 질레트라고 여기고 있다.
면도기 시장에서 확고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질레트는 첨단 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끊임없이 출시하고 있다. 1971년 최초의 이중 날 ‘카트리지 면도기’, 1975년 세계 최초 여성을 위한 면도기 ‘데이지’, 1997년 최초의 3중 날 면도기 ‘마하3’ 등을 출시하며 소비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과거 질레트에게도 위기는 닥쳤다. 면도기와 상관없는 신사업에 진출했지만 실패했고 그 틈을 타 큰 규모의 경쟁회사가 4개나 등장했다. 게다가 질레트의 최대 장점이었던 면도날을 바꿀 수 있는 면도기 정도가 아니라,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전기면도기와 일회용 면도기의 등장은 질레트를 사면초가로 몰아넣었다.
질레트에서는 이를 어떻게 대응하는가를 두고 격론이 벌어졌다. 한쪽은 일회용 제품에 맞서 대량생산과 값을 낮춰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쪽이었고, 다른 한쪽은 고급화 제품으로 승부를 걸자는 쪽이었다.
질레트는 1979년 고안된 신제품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신제품은 센서로 면도기 기술에 있어 획기적인 발전이었고, 이 면도기는 작은 스프링 위에 두 개의 면도날이 부착된 것으로 도입 당시의 다른 어떤 면도기보다 더 깨끗한 면도를 가능케 했다.
질레트는 앞으로도 1등 브랜들 자리에 오랫동안 머무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 자리에 만족하지 않고 공격적인 신제품 개발을 하고 있으며 우수한 브랜드를 인수, 세계적인 브랜드로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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