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으로 번진 의료민영화 ‘논란’…법인약국 도입 반발 확산

대한약사회 “법인약국 도입하면 동네약국 다 죽는다”

최병춘

obaite@naver.com | 2014-01-08 09:36:42

▲ 대한약사회 회원들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한약사회에서 열린 '영리법인약국 저지 전국분회장 긴급 결의대회'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토요경제=최병춘 기자] 정부의 의료민영화 논란이 약사단체로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최근 약사 여러 명이 함께 여러 개의 약국을 운영하는 법인약국을 도입하겠다고 나서면서 약사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약사 단체들은 약국 법인화로 동네약국은 몰락하고 약 값도 크게 오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영리자본 유입으로 공익성이 무너지는 보건의료 의료민영화의 단초가 될 것으로 진단했다.

급기야 약사단체가 정부의 법인약국 도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가 법인약국 도입을 강행할 경우 대정부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의료민영화 논란을 촉발시킨 보건의료 투자활성화대책 강행의지를 내비쳤다.


◇약사단체 “법인약국 강행 하면 대정부 투쟁”


발단은 의료민영화 논란을 일으킨 보건복지부의 제4차 투자활성화대책이 발표되면서 부터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정부의 4차 투자 활성화 대책에서 정부는 법인약국 허용을 추진키로 했다. 복지부는 법인 형태로 여러 개의 약국 운영(약국의 체인화)을 허용하는 것으로 약사면허제도 도입이후 유지된 ‘1약사 1약국’ 체제를 바꾼다는 계획이다.


현행 약사법에 따르면 약사 한 명이 약국 한 곳만 운영할 수 있고, 법인 형태의 약국 설립은 할 수 없도록 규정 돼 있다. 법인약국 설립을 허용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약사가 여러 개의 프랜차이즈 형태의 기업형 약국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현행 약국들은 약사 1인이 운영해 영세하고 경영도 비효율적일 뿐더러 영세약국들은 병원처방약을 모두 구비하지 못하고 또 구비한 약품도 일부만 판매되고 재고가 쌓이는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법인약국 도입을 추진했다.


정부는 법인약국 설립으로 약국경영 효율화, 처방약 구비, 심야·휴일영업 활성화 등 약제서비스 질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법인약국 설립을 허용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내년 6월 국회에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약사계는 약국의 대형화, 기업화로 동네 약국이 몰락하고 독점화로 인해 약값이 오를 것이라고 우려하며 지난달부터 거세게 반발했다. 즉 약을 파는 것이 공익적 성격이 아닌 기업의 물건파는 일처럼 변질될 것이란 주장이다.


급기야 약사들이 정부의 법인약국 허용을 저지하기 위해 행동에 나섰다. 대한약사회(이하 약사회)는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약사회 대강당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는 약사와 약국의 생존은 물론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약국 법인화’ 추진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약사회는 “현재 우리나라의 보건의료분야는 전 국민 건강보험가입의무,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요양기관의 영리법인 불허 등 시스템 자체가 공공성을 지니고 있다”며 “영리법인을 허용하는 등 공적인 요소가 하나씩 무너진다면 결국 보건의료의 의료민영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약사회는 “결국 거대 자본으로 무장한 몇몇의 약국법인이 시장을 독점하게 되고 동네약국의 몰락이 초래될 것”이라며 “이는 약국 접근성 저하, 시장 독점에 의한 약값 증가로 이어져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약사회는 약국 법인화를 도입했다가 사회적 부작용을 낳은 노르웨이와 헝가리의 사례를 들며 정부의 정책을 비판했다.


이와 함께 “2001년 약국 영리법인을 도입한 노르웨이는 3개 법인이 전체 약국의 85% 이상 독점하고 있다”며 “동네 약국이 경쟁에서 밀려 폐업했고, 소수 약국의 독점적 지위 행사로 의약품 가격도 내려가지 않았다”


또 “2006년 약국 영리법인 개설을 허용한 헝가리도 동네 약국이 줄줄이 도산했고 국민이 약국에 가기 어려워졌다”며 “결국 2010년 7월 헝가리 의회는 관련 규정을 재개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결의대회에 참여한 분회장들은 영리 법인약국 도입 방침의 즉각 철회를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하고 정부가 약사법 개정을 강행할 경우 대정부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복지부 “의료민영화 무관” 해명


정부는 약사회의 반발과 언론의 의료민영화 지적이 이어지자 진화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7일 “법인약국은 2002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결에 따라 이를 해소하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의료민영화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복지부는 “법인약국의 형태로 주식회사를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아 대형자본에 의한 독과점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며 “법인당 개설할 수 있는 약국 수도 약사 수 등에 따라 제한되므로 동네약국의 도산 우려는 없다”고 반박했다.


또 “약사회에서 언급한 노르웨이나 헝가리의 사례는 모두 주식회사 형태의 법인약국을 허용한 경우”라며 “법인약국에서 약사 이외의 자가 대표를 맡는 것을 금지하고 유한책임회사를 주식회사로 전환하는 것도 불가능하도록 약사법에 규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법인약국 설립 논란은 지난 10여 년 동안 이어졌다. 2002년 법인약국을 금지한 약사법 제20조 규정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직업선택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약사들의 반발로 도입이 차일피일 미뤄졌다.


정부는 논란의 되고 있는 영리법인 약국과 약사들의 반발을 고려해 법인약국 설립과 운영은 약사면허 소지자만 참여 가능하도록 제한했다.


또 법인약국의 형태로 주식회사가 아닌 사원들이 일정 기준 이상 책임을 지는 ‘유한책임회사’로 추진키로 했다. ‘유한책임회사’는 회사 주주들이 채권자에 대해 자기 투자액 한도 내에서 법적 책임을 지는 회사를 말한다.


한편, 약사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투자 활성화를 위해 보건의료 서비스산업의 규제 완화를 고수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보건의료, 교육, 관광, 금융, 소프트웨어 등 5대 유망 서비스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며 “올해 투자 관련 규제를 백지상태에서 전면 재검토해 꼭 필요한 규제가 아니면 모두 풀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각 산업 분야별로 관련 부처의 합동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이미 발표한 대책을 신속히 이행하겠다고도 했다. 이에 따라 의사와 환자간 원격의료, 의료법인 병원의 자법인 설립, 약국의 법인회사 설립 등 투자 활성화대책이 본격화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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