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 물고 태어난 재벌가 자식들
15명 미성년자 소유 주식평가액 1100억원 부모 동의하 미성년자 주식거래 제약 無
황지혜
gryffind44@hotmail.com | 2007-02-05 00:00:00
우리는 흔히 재물 복을 타고난 사람들을 보고 '은 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사람들'이라고 부른다. 아쉬울 것 없는 혜택받은 환경에서 태어났음을 뜻하는 표현이다. 그런데 최근 재벌 가(家)들이 수백억대의 재산을 6살짜리 꼬마에게도 물려주고 있어 정서적 반감을 사고있다.
이쯤되면 '금 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10대 갑부들. 주식을 기준으로 본 그들의 재력은 얼마나 될까.
최근 재벌가들이 미성년자에게도 상장주식을 물려주는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이 곱지 않다. 지난달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0대 그룹의 최대주주 친인척중 상장 계열사의 주식을 보유한 미성년자(1989년 1월 이후 출생자)는 모두 15명으로 이들의 보유액은 총 1111억9100억원으로 나타났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인 동선(17)씨는 한화 주식125만주(1.67%)를 보유해 주식평가액이 425억원으로 1등을 차지한데 이어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사장의 장녀 민정(15)씨가 증여를 통해 아모레퍼시픽 우선주와 태평양 우선주를 각각 8만9015주(8.43%), 24만1271주(23.48%)를 보유해 평가액 381억1883억원을 소유하고 있다.
과거부터 미성년자 주식 보유로 논란을 겪어온 LG그룹의 규모도 만만치 않다. 구본식 희성전자 사장(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넷째 아들)의 장남인 웅모(17)씨도 LG주식과 LG상사 주식을 각각 70만6190주(0.41%), 10만1973주(0.26%)를 보유, 평가액 224억9057만원으로 집계됐다.
구본준 LG상사 대표이사 부회장의 장녀인 연제(16)씨는 LG와 LG상사 주식을 99억7672만원어치 보유하고 있으며, 구본문 LS그룹 회장의 둘째딸인 연수(10)양 역시 LG와 LG상사 주식보유 규모가 21억1093만원으로 집계됐다.
또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친인척으로 알려져 있는 원홍(15)씨의 GS 주식보유 규모는 35만361주(0.38%)로 107억3856만원에 달하며, 허태수 GS홈쇼핑 대표이사 외동딸인 정현(6)양은 GS 주식 19만5916주를 보유, 현재 평가액만 60억482만원에 달해 6살짜리 꼬마도 억대 주주로 버젓이 등재돼 있다.
허용수 승산 사장의 장남(6)도 GS주식 46만5341주(0.41%) 142억6270만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GS홀딩스 관계자는 "이중 몇몇은 회장과 친인척에 있는 사람의 자녀로 추정될 뿐 아는 게 없다"면서 "회장 가(家)가 지분정리를 한 것 아니겠냐"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이어 "편법, 부당 승계가 사실상 차단된 마당에 합법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면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미성년자의 주식 취득 및 보유는 주식 계좌 개설시 부모의 동의를 구해야한다는 점 외에는 더 이상의 제약이 없다. 나이는 어리지만 주식거래에 뛰어든 일반인의 사례가 종종 보도되는 것도 별다른 제약이 없기 때문이다.
증권업 관계자는 "현행 증권거래법에 따르면 주식 거래에 나이, 거래량에 대한 제한은 없다"면서 "그러나 일반인들의 경우라면 제한이 없겠지만 재벌가에게는 보이지 않는 '윤리적 제한'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대부분이 부모로부터 주식을 증여 받았다고 신고했고, 미성년의 주식거래의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 하더라도 초등학생이 수십억 원의 자금으로 주식거래를 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정서적으로 반감을 살 것이란 시선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신춘호 농심 회장이 상속·증여 등을 통해 친손자·손녀, 외손자·손녀 11명에게 농심그룹의 지분을 나눠줘 이들이 대주주로 오르자, 사회적으로 양극화를 부추긴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처럼 막대한 재산을 넘겨주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세금 징수는 잘 지켜지고 있을까. 현재 상속증여세법상 만 19세까지는 10년단위로 1500만원씩, 20세 이후에는 3000만원까지 증여세 공제 혜택이 있으나 웬만한 대기업 주식의 증여 경우, 증여 수량이 월등히 차이가 나 수억원대의 증여세 폭탄을 피할 수 없다.
게다가 올해부터 본격 시행되는 '경영권 프리미엄 할증평가'로 인해 대기업·중소기업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자의 주식이나 출자 지분을 상속 증여받을 시에는 이들 주식 보유율 50%이하시 20%, 중소기업 10%, 50% 초과 보유시 30%(중소기업 15%) 할증이 붙는다.
똑같은 금액의 주식이라 하더라도 경영권이 있는 주식은 그렇지 않는 주식보다 실제 가치가 높기 때문에 더 많은 세금을 물려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국세청은 "상법 개정과 상속·증여세법 시행령의 변경에 따라 사실상 2~3세 경영진들이 편법이나 다른 불법적인 방법으로 지분을 상속받는 것이 힘들어졌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재벌들이 억대의 증여세를 물면서까지 미성년자인 3세에게 주식을 증여하고 있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분 정리를 통해 경영권의 안정을 위한 목적에서부터 상속세 부담의 폭탄 피하기 위해 미리부터 재산을 증여하는 경우 등 증여의 목적도 다양하다.
그러나 그간 2~3세에게 비상장 자회사의 물량이나 사업을 몰아주는 방법으로 상속 자금을 마련해온 것은 재계의 관행을 미뤄볼 때,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있고 배당금을 통해 계속해서 주식량을 늘릴 수 있는 주식은 선호 대상 1순위다. 더불어 경영권 확보의 의미도 가진다.
실제로 농심홀딩스는 재작년 당기순익 493억 원을 이뤄 주당 순이익이 1만912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지난 연말에는 주당 2000원씩 배당금을 지급, 이로 인해 농심홀딩스의 미성년 대주주들은 적게는 3000만원에서 6000만원까지 배당금을 챙겼다.
현재 농심홀딩스의 특수 관계인 최대주주 15명의 평균 나이는 25세, 이들 모두 신 회장의 3세들로 절반이 넘는 9명이 미성년자이다. 국내 재벌그룹 50위 안에 드는 기업 가운데 미성년자 대주주가 가장 많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미성년자의 경제활동을 제약할 이유는 없지만 뚜렷한 수익원이 없는 재벌 3세들에게 상속과 증여를 통해 부가 상속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재벌의 행태가 사회의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은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할 재벌들이 주식증여를 통해 재산 상속 뿐 아니라 경영권의 상속을 시도하고 있다는 게 큰 문제"라며 "재벌이 사회적 책무를 다한다는 의미에서 증여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제도적으로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법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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