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 목소리가 당신 지갑을 노리고 있다"

무차별 전화로 개인정보 알아내 금융사기 '보이스 피싱' 심각

이호영

eesoar@dreamwiz.com | 2007-02-02 00:00:00

한창 극성을 부렸던 인터넷 금융사기 '피싱'. 인터넷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가로채는 신종 사기수법으로 이메일 이용자의 상당수를 긴장시켰다.

지난해 부터는 '전화'를 이용한 다른 종류의 '피싱'이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화를 이용한 금융 사기인 '보이스 피싱(voice phishing, 전화이용 신종사기)'이 그것.

음성(voice)과 개인정보(private data), 낚시(fishing)를 합성한 신조어로 전화를 이용해 주민등록번호, 신용카드번호·계좌번호나 비밀번호, 주소 등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알아내 범죄에 사용하는 신종 사기수법이다.

이같이 전화 통화로 타인의 금융정보를 빼내는 사기는 범인들이 '아니면 말고 식'의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건강보험 환급이나, 대기업을 사칭해 이벤트 당첨 통보 등으로 다양하게 접근하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들은 "벌금을 내라"는 등 검찰과 법원, 은행 등의 기관을 사칭해 무차별로 전화하는 양상을 보이는데 담당 검사측에도 "검찰 소환에 불출석했다"며 검찰 사칭 전화를 걸 정도다.

"○○은행인데 카드 쓴 적이 있느냐. 도용된 것 같으니 신고해야 한다.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주고, 가까운 은행 현금자동지급기(ATM)로 가서 돈을 입금하라".
또 공무원 방모(48)씨의 경우처럼 대검찰청 직원을 사칭해 “누군가 당신 신용카드를 훔쳐 사기치고 있는데 경찰이 전화하면 잘 협조하라”는 식으로 접근하거나, 대학생 김모(23·강릉시)씨에게는 "마약수사대인데 휴대전화를 꺼놓으라”고 한 뒤 아버지(67)에게 전화를 걸어“아들을 납치했으니 2000만원을 준비하라"는 경우처럼 지난해 말부터 검찰 직원과 경찰, 은행원 등을 사칭한 전화가 노인과 가정주부, 교사, 공무원, 성직자 등 비교적 금융정보에 어두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걸려와 개인정보를 알아낸 뒤 현금을 가로챘다.

자동응답전화(ARS) 상담원을 가장, 폰뱅킹에 가입토록 하고 돈을 송금받는 방법 등도 사용했다.

이들은 △082 등으로 시작되는 인터넷 전화 △어눌한 우리 말씨의 발신자 △ 세금 환급 등을 이유로 주민등록번호와 휴대폰 번호 요구 △수신자가 의심하면 신원 밝히고 전화번호 남김 △다시 '사실확인' 등 전문용어 쓰며 공무원 행세 △통장으로 돈 보낼 것 요구 등의 단계를 거쳐 돈을 인출해낸다.

특히 제주도내 ‘보이스피싱’사기사건이 지난해 8월부터 올 1월 18일까지 무려 25건에 이르고 있다. 경찰에 접수된 피해 금액도 2억5000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12월 13일부로 서울중앙지검에는 전화 사기단 관련 신고가 300여건 가량이 접수됐다.

지난해 말부터 올초 중순까지 약 한달 간 국내에서 빈발했던 인터넷 전화를 사용한 '보이스 피싱'은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의 대만 국제 사기단 검거로 일단락됐다.

서울경찰청은 지난달 29일 이같은 '보이스 피싱' 금융 사기로 대만계 조폭 '죽련방' 조직원 이모(27) 씨 등 대만인 6명을 구속하고, 이들에게 다른 사람 명의의 '대포통장'을 제공한 오모(53)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 사기단은 "당신의 아들이 대출금을 갚지 않아 인질로 잡고 있으니 은행계좌로 돈을 송금하라", "검찰인데 당신 계좌가 범죄에 연루되어 있으니 휴대폰번호와 주민번호를 알려달라", "곧 금융감독원에서 연락할 것이다"는 등 전형적인 보이스 피싱 수법을 사용해 총 20억여원을 편취했다.

이번에 검거된 이들은 한국에 파견된 사기 전담팀으로 주로 '대포통장' 모집책과 현금 인출책으로 '환치기 계좌' 를 이용한 해외 송금을 담당했다.

경찰은 중국 삼합회, 대만의 죽련방 등 중국계 조폭들과 연계된 것으로 보이는 총책임자가 대만을 본거지로 삼고 한국어에 능숙한 조선족을 이용해 중국 푸젠성 등에 콜센터를 차린 후 전화를 걸어 사기 행각을 벌였으며, 국내 여행사, 무역상사 직원 등을 포섭, 국내 대포 통장을 개설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이들 국내 총책을 보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사기단은 △검거시 묵비권 행사 △검거 사실을 대만의 두목에게 알려 조직 보호 △조직을 배신할 경우 가족 보복 등의 행령 강령 등까지 있어 조직적으로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2~3년 전에 대만에서 유행하던 '보이스 피싱'이 최근 대만이 이러한 사기 행각을 이유로 하루 이체한도를 300만원에서 90만원으로, 현금지급기(ATM) 인출한도도 10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낮추자 사기단이 단속이 없는 한국을 노려 사기가 빈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계좌이체는 하루 최대 1억원, 현금인출도 1천만원까지 가능하며, 범행에 주로 이용되는 인터넷 전화망도 잘 갖추고 있다.

경찰은 또한 한국 금융 체계가 중국과 비슷하고 은행계좌나 휴대 전화 가입이 쉬운 것도 이유중의 하나로 꼽고 있다.

당시 대만에서는 당첨된 복권에 대한 세금을 내라는 전화 내용이었으나 최근 국내 피해 유형은 국세청, 금감원 직원 등을 사칭한 계좌 관리, 검찰청 직원이나 경찰관을 사칭해 전화하거나 가족 납치 등을 이유로 개인정보와 금융거래정보 등을 파악, 텔레뱅킹으로 계좌 이체를 요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검거된 이모(27)씨는 현재 한국내에 약 3~4개 가량의 조직이 활동하고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올 1월 16일까지 20억 상당의 금액을 수백명에게 전화를 걸어 총 140여개 계좌에서 빼낸 후 '환치기' 수법으로 중국으로 빼돌린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해 인터폴에 공조 수사를 요청키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공공기관에서 돈을 환급해 주겠다거나 미납금 등을 전화 통보하는 경우는 없다”며“유사한 전화가 올 경우 신속히 신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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