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하
두 남자의 여름이야기
토요경제
webmaster@sateconomy.com | 2010-05-03 09:23:41
두 남자가 이야기하는 여름 통영의 이야기들. 캐나다로 이민을 결심한 문경(김상경)은 선배 중식을 만나 청계산 자락에서 막걸리를 마신다. 둘 다 얼마 전 통영에 각자 여행을 다녀온 것을 알게 되고, 막걸리 한잔에 그 곳에서 좋았던 일들을 한 토막씩 얘기하기로 한다.
문경의 이야기- 통영의 관광 해설가, 성옥. 통영에 계신 어머니(윤여정) 집에서 묵게 된 문경은 통영을 쏘다니다가 관광해설가인 성옥(문소리)을 만나 그녀를 쫓아다니기 시작한다. 성옥의 애인이고 해병대 출신인 정호(김강우)와 부닥침이 있지만, 끝내 성옥의 마음을 얻는데 성공하고 같이 이민을 가자고 설득까지 하게 된다.
중식의 이야기- 통영에 같이 온 여자, 연주. 중식은 결혼했지만 애인 연주(예지원)가 있고, 함께 통영에 여행을 왔다. 애인은 중식에게 이혼하고 자신과 결혼 할 것을 요구하면서 중식은 괴로워한다. 통영에 내려와 있는 시인 정호와는 친한 사이라 거의 매일 같이 술을 마시고 어울려 다니면서 정호의 애인인 아마추어 시인 성옥과도 알게 된다.
안주 삼아 여름의 인연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던 두 남자, 그러나 알고 보니 그들은 같은 사람들을 만났던 것! 오직 좋았던 일만 얘기하겠다는 두 남자의 만담 같은 코멘트가 청량한 통영에서 일어난 두 커플과 우울한 시인의 만남을 미묘한 대구의 그림으로 완성해나간다.
10번째 장편 영화 ‘하하하’를 들고 나온 홍상수 감독은 이번에도 그의 단골 화두인 연애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전작들처럼 술자리가 등장하고, 인물들은 욕망의 껍질을 한 꺼풀씩 벗어던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남자들의 뻔뻔한 행동은 큰 웃음을 준다.
감칠맛 나는 대사의 힘은 여전하다. 홍상수 영화에는 늘 욕망이 숨어 있고, 그 욕망은 대사를 통해서 중의적으로 나타난다. 예컨대 중식의 “경치 좋다”는 말은 바다의 풍경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그 바다를 바라보는 정화(김규리)의 뒷모습을 의미하기도 한다.
배우들의 실감 나는 연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김상경의 치졸한 연기는 압권이다. 좋아하는 여인 성옥에게 남자친구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고 고자질하는 장면은 박장대소 감이다. 문소리도 경남 사투리를 구성지게 사용하며 이혼녀 역할을 제대로 소화했다. 성웅 이순신으로 생뚱맞게 등장하는 김영호도 짧지만 큰 웃음을 전한다. 유준상의 어눌함과 대책 없음도 실소를 자아낸다.
‘하하하’는 이처럼 인물들의 개성이 하나하나 살아있다. 그 안에는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조금씩은 지닌 치졸함이 자리하고, 이는 웃음으로 연결된다.
카메라의 줌인과 좀 아웃을 통해 구현되는 리듬감이 재미있다. 홍 감독은 줌인을 통해 인물의 내면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줌 아웃을 통해서는 현재 카메라 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문경과 중식의 대화를 흑백사진으로 처리한 부분도 이채롭다.
‘하하하’는 올해 칸 영화제의 공식부문인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됐다.
감독: 홍상수
주연: 김상경, 유준상
장르: 드라마, 코미디
시간: 115분
개봉: 2010.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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