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받은 아파트 오히려 손해”

최정우

webmaster@sateconomy.com | 2010-04-19 09:59:12

2년전 결혼과 동시에 경기도 고양시에 108.9㎡(옛 33평)짜리 새 아파트를 분양받은 회사원 정모씨(30). 정씨는 최근 아내가 서울 강동구쪽으로 직장을 옮기게 돼 올해 10월 입주 예정인 아파트를 팔기로 마음 먹었다.
그러나 정씨의 아파트는 분양권 시세가 평균 500만 원 가량 떨어져 있는 상태다. 미분양 물량이 10여가구 이상 남아 있는 상황에서 굳이 중개수수료까지 부담해가며 분양권을 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프리미엄은 커녕 분양가보다 시세가 낮아진 분양권은 계약자들에게 ‘계륵(鷄肋)’같은 존재다.
정씨는 “대출을 40%나 끼고 2억9000만 원짜리 집을 샀기 때문에 500만 원 하락도 큰 부담”이라면서 “그렇지만 앞으로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란 얘기도 많이 나오고 있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너스 프리미엄 중대형일수록 두드러져
수원 장안 조원동 ‘임광그대가’ 152㎡형 최고 9000만 원까지 떨어져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입주를 앞둔 수도권 아파트 가운데 수원, 용인, 파주, 고양, 인천 등을 중심으로 제 값도 못받는 ‘마이너스 프리미엄’ 단지들이 늘고 있다. 특히 최근 인기가 급락한 중대형 평형일수록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다.
5월 입주예정인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 ‘매탄e-편한세상’은 대부분 주택형에서 마이너스 프리미엄을 기록중이다.
분양당시 분양가는 공급면적 111㎡형의 경우 4억5945만원. 116㎡형은 4억8130만 원이다. 그러나 프리미엄 없이 최고 2000만 원까지 분양권이 하락했다. 다른 주택형도 면적별 차이는 있지만 1000만 원 가까이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형성된 상태다.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 ‘임광그대가’ 125㎡형과 152㎡형도 프리미엄없이 각각 3000만 원, 9000만 원까지 가격이 떨어졌다.
그나마 이 아파트 80㎡형은 분양가 수준의 시세를 유지하며 일부 프리미엄이 더해진 물량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용인 동천동 ‘래미안동천’ 50~60평대
많게는 1억5000만 원까지 마이너스 프리미엄
30평형대는 5000만 원


용인의 경우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일부 분양단지들이 미분양해소를 위해 분양가를 인하하면서 시세하락에도 영향을 줬다.
성복동 수지자이2차 121㎡의 경우 5억7440만 원에 분양됐지만 매매하한가가 5억4990만 원에 형성돼 있다.
이 아파트의 198㎡ 등 대형 평형은 4000만~5000만 원까지 분양권이 하락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미분양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데다 워낙 비싸게 분양한 탓에 찾는 매수문의가 전혀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동천동 래미안동천은 50~60평대를 중심으로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두드러졌다. 적게는 200만 원, 많게는 1억5000만 원까지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다. 반면 30평형대는 5000만 원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었다.


인천 서구 마전동
모든 평형서 분양권 가격 떨어져


인천 서구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 3월 입주를 시작한 마전동 검단2차아이파크와 힐스테이트2차는 모든 평형에서 1000만~3000만 원까지 분양권 가격이 떨어진 상태다.
인근 중개업소 측은 “40~50평형대의 중대형으로만 구성돼 매수문의가 거의 없다”고 전했다.
오는 12월 입주 예정인 검단자이2단지 역시 2000만~3000만 원의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어 계약자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수도권 단지의 마이너스 프리미엄은 건설사들이 2007년 하반기 분양가상한제 적용 전에 앞다퉈 분양승인을 받으면서 ‘밀어내기 분양’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주택매수세가 실종된데다 공급물량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분양권 가격 하락세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것.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형성되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브랜드 프리미엄을 내세운 일부 대형 건설사들이 높은 가경으로 분양에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미분양이 남아 있는 단지들은 건설사들이 분양가 인하 등의 특별할인을 실시하면서 가격 하락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조민이 스피드뱅크 팀장은 “시장침체로 거래를 찾아보기 힘든데다 양도세 감면혜택 종료를 앞둔 건설사들이 연초 또 다시 밀어내기 분양에 나서 수도권 중대형 평형의 마이너스 프리미엄은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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