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보이스 피싱 피해, ‘속수무책’
인출책 급증, 범죄연루 사실 잘 몰라
홍승우
hongswzz@naver.com | 2015-02-06 18:00:54
보이스 피싱은 여러 방향으로 진화해 스미싱(Smishing)·파밍(Pharming)·메모리해킹 등 다양한 방법으로 희생양을 노리고 있다.
파밍은 PC에 악성코드를 심어 이용자가 금융회사 등 정상적인 홈페이지 접속을 해도 가짜 사이트로 유도돼 개인 금융정보를 빼돌리는 수법이다.
또한 최근 스마트폰의 대대적인 보급으로 스미싱 사기 피해가 많은데 특히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본 기자는 실제로 지하철역에서 한 어르신이 스미싱 사기에 걸려들 뻔한 것을 목격했다. 아무런 의심 없이 출처불명의 인터넷 주소를 누르려했던 것이다. 잘 눌러지지 않자 방법을 물어봐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었다.
KBS의 예능프로그램 ‘개그콘서트’에선 보이스피싱을 소재로 ‘황해’라는 코너를 만들어 국민적인 관심을 이끌기도 했다.
한편 대대적으로 보이스 피싱 사례나 주의 요구에도 피해 사례는 끊이질 않고 있으며 여전히 공공연하게 사기행각이 이뤄지고 있다.
▶고전수법으로 1주일에 2억 8천만
지난 6일 서울 금천경찰서는 검찰 수사관을 사칭한 중국동포 김모(24)씨 등 3명을 사기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무작위로 전화를 돌려 검찰 수사관을 사칭하며 “(상대방의) 은행계좌가 범죄에 악용됐다”며 겁을 주는 고전적인 수법으로 접근했다. 그 후 유사 피싱 사이트로 유인해 상대방의 개인정보로 돈을 빼냈다.
김 씨 일당은 피해자들이 피싱 사이트에 입력한 계좌번호와 휴대전화 번호, 보안카드 일련번호 등을 이용해 돈을 다른 통장으로 이체하는 수법으로 지난달 19일부터 26일까지 약 2억 8천만 원을 뜯어냈다. 고작 1주일여 만이었다.
이들이 보이스 피싱의 잘 알려진 단골멘트 방식으로 개인정보를 무리 없이 빼낼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이 유인한 사이트가 실제 검찰 사이트와 매우 유사했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한 60대 피해자는 “돈을 안전하게 한 계좌로 모으라”는 말에 전 재산 2억 원을 몰아넣었다가 몽땅 털렸다. 김 씨는 이 중 5천만 원을 빼갔고 나머지 1억 5천만 원은 다른 조직원들이 나눠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조직원들은 현재 도주 중이다.
경찰은 조직원들을 추적하며,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더불어 범행과정에서 일당으로부터 돈을 받고 통장과 계좌를 빌려준 20대 여성 2명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모(23)씨 등 여성 2명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높은 사람들의 돈을 세탁해주는 고액 아르바이트를 모집한다’는 글을 보고 양도대가로 인출금액의 3%를 받기로 하고 김 씨 일당에게 통장과 체크카드를 넘겼다.
이들은지난달 26일 김 씨 일당과 함께 돈을 찾으러 갔다가 현장 검거됐다. 당시 김씨 일당은 이 씨 등에게 “돈을 갖고 도망가면 위험해질 것”이라고 위협했고, 실제로 31cm 길이의 흉기를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씨 등이 “보이스 피싱 연루사실을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했다.
최근 이 씨 등과 같이 보이스 피싱 범죄에서 인출을 맡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인출책인 이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이 보이스 피싱에 연루된 것을 대부분 모르고 있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대포통장 현금카드를 이용해 보이스 피싱(전화금융사기)피해 금액 수십억 원을 인출한 혐의(사기 등)로 이모(26)씨 등 13명을 구속하고 1명을 불구속 입건시킨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이 범죄에 빠져들게 된 이유는 대부분 단기간에 고수익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이 대부분이다.
▶10대에도 뻗어가는 범죄의 손길
또한 이런 유혹은 10대에게도 손길을 뻗치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혜화경찰서는 금융감독원을 사칭해 가로챈 억대의 현금을 인출해 중국 등지에 송금한 혐의(사기·전자금융거래법 위반)로 김모(16)군 등 4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군 등은 세 차례에 걸쳐 피해자들이 수도권 지하철역 물품 보관함에 넣어둔 현금 1억 1천만여 원을 꺼내 중국으로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일당 가운데에는 김군과 이모(17·여)양 등 미성년자가 2명이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교포 출신인 이들은 학교에 다니지 않고 있으며 “건당 20만∼30만 원씩 주겠다”는 총책 김모(27·구속)씨의 유혹에 넘어가 범행에 가담했다.
이들이 속한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은 금융감독원을 사칭하며 “개인정보가 유출돼 예금 잔액이 모두 인출될 우려가 있으니 돈을 빼내 지하철 물품 보관함에 넣어두면 안전하게 보관해 주겠다”고 속이는 수법을 썼다.
피해자들은 70대 고령으로 동대문역, 망원역, 광명사거리역 물품 보관함에 수천만 원의 현금을 넣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군이 하는 일은 물품 보관함을 찾아 현금을 꺼내는 동안 이 양 등 2명이 망을 봤고, 총책 김 씨가 지하철 역 인근 폐쇄회로(CC)TV가 없는 장소에서 이 돈을 건네받았다.
김 군 등은 경찰 조사에서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밝혔으며, 이들은 처음에는 자신들이 보이스 피싱에 가담한 줄 몰랐다가 사실을 안후에도 총책 김 씨의 보복이 두려워 그만두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찰관계자는 “대포통장 등 각종 대포 물건이 여러 범죄에 악용되는 상황”이라며 “자신의 명의가 대포통장에 사용되지 않게 주의하는 것은 물론 다른 사람 명의의 대포통장을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계좌이체 이용사기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면서 지하철 보관함에 직접 현금을 넣게 하는 수법이 등장하고 있다”며 “수사기관에서는 절대로 현금을 보관하는 일이 없으니 이를 요구하는 전화를 받으면 112에 신고해 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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