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쌓아 놓고 등록금 올리는 '대학들'
대학, 40억씩 추가 적립…사립대학 적립금 5조원 육박
이호영
eesoar@dreamwiz.com | 2007-01-26 00:00:00
지난 22일 서울지역 대학생 교육대책위원회(교대위)는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등록금 1천만원 시대에 들어선 대학교육 현실에 대해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올해는 10%가량 등록금 인상 계획을 발표한 국공립대의 경우 해마다 평균 8%가량 인상해왔으며, 사립대는 6%대에서 인상안을 제시해왔다. 학교별로 20%를 훨씬 웃도는 인상안을 발표한 곳도 몇 곳 된다. 전북대의 경우 29.4%, 부경대는 28%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대학측이 제시하는 등록금 인상요인은 학교 외부요인으로 물가상승률을, 내부요인으로는 실험기기 구입이나 신관 건축 등의 교육환경 개선과 교수진 충원, 저소득층 학생을 대상으로 한 장학금 지급 등을 꼽고 있다. 이외에도 신입생 정원(입학 지원 감소)과 정부 지원 감축 등이다.
지난 5년간 4.1%, 3.7% 등을 보였던 물가상승률은 올 한해 대략 3%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등에 따르면 8년 전과 비교해 물가상승률은 27.9%이지만, 등록금 인상률은 44~53% 증가했다. 특히 그동안 대학들은 등록금 인상의 주요인으로 '물가상승'을 꼽아왔지만 실제 대학 인상률은 물가상승률보다 2배 정도 높았다는 얘기다.
주요 사립대의 경우 연세대 8~9%, 고려대 6~7%로 인상을 검토 중에 있고, 서강대 7.41%, 성균관대 7.2%, 서울교대 14%, 한양대 11%, 홍익대는 10~11%, 중앙대 7.9%로 올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국립대인 서울대는 신입생의 경우 12.7%, 재학생은 5.4%로 평균 7.5%의 인상안을 내놨다.
관련 단체들은 이렇듯 대학측이 발표한 인상안이 대학 공교육비의 지속적인 증가를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2005년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91년도 당시 1인당 대학 공교육비는 224만7000원이던 것이 2000년도에는 559만1000원으로 두 배 가량 뛰었다. 이후 줄곧 증가해 2005년도 1인당 대학 공교육비는 727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결국 1천만원대의 등록금에 직면해 있다. 사립대의 의대와 약대는 1천만원을 넘어선지 오래이고, 서강대 공대의 경우 연간 950여만원 가량이다. 고려대와 홍익대 등의 이공계 신입생 등록금도 엇비슷하다.
교대위측은 “대학의 재정 확보에서 수익원 개발 노력도 없고 이렇다 할 다른 방법이 강구되지 않은 채 80%가량을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인상안도 명확한 계획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비교적 손쉬운 재원 확충 방법인 등록금부터 '올려 받고 보는' 식으로 반복되기 때문에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국립대의 경우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면서도 2000년도 이후 법인화 계획으로 과도하게 인상해왔다.
관련 단체들은 “향후 국립대 법인화가 추진되면 더욱 경쟁적으로 등록금을 인상하고 서민층 교육비 부담은 대폭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특히 대학 운영비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등록금 인상이 지속되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한 바 있다. 전국 146개 사립대 적립금 규모가 지난해 2월말 기준으로 총 4조 9305억원에 달했다. 이화여대는 지난해 기준으로 누적이월 적립금이 5509억원이며 홍익대는 3330억원, 연세대 1988억원, 고려대 1323억원, 서강대 859억원 등으로 서울시내 주요 사립대는 1000억원 이상의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다.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지만 2004년도 평균 40억원씩을 추가로 적립해 2005년에는 대학별로 평균 1천 84억원을 적립하고 있다.
이렇듯 “대학별 적립금을 늘리려고 등록금을 인상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홍익대의 경우 2005년도 등록금 규모의 30% 수준인 380억원 가량을 적립했다.
주로 '대형공사' 등 학교장기발전계획 등을 명분으로 확보해놓고 있지만, 사실, 대학 누적 적립금 역시 각각 10%가량의 연구와 장학기금 등을 제외하면 건축기금이 50%가량이고 사용처가 명확하지 않은 돈이 약 30%에 해당한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등은 “결국 대학의 적립금이나 기금 마련을 학부모들에게 전가한 것”이 대학 공교육의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도시근로자 가구 월평균소득은 311만3362원이며, 농가 월평균 소득은 이것의 77.6%인 257만1169원이다. 2004년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도시근로자의 경우 교육에 월 11.7%(월 36만4263원, 연 437만1156원)를 지출하고 농가는 월 4.1%(월 10만5418원, 연 126만5016원)를 지출한다.
학생들은 “이러한 가계 현실에서 등록금이 인상되면 아르바이트, 학자금 대출 등 각종 대출과 휴학 등의 방법을 택한다”며 입을 모은다. 22일 학생들이 등록금 인상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민원을 제기한 후 교육인적자원부는 24일 대학들의 자율권 침해라는 반발에도 불구하고 공문을 통해 △등록금 인상 최소화 △학교 구성원의 의견수렴 및 협조를 통한 등록금 책정 △과도한 적립금 조성 금지 △재정 운영의 투명성 확보 △학생회비 통합고지 금지 등 크게 다섯가지를 대학교측에 요구했다.
민노당측은 2005년도 당시 교육인적자원부의 국정감사 제출자료 분석을 통해 국립대들의 등록금 인상은 “자체 예산편성권이 있는 기성회비를 중심으로 인상해왔다”며 “기성회비비율은 꾸준히 상승해 2000년 77%에서 2005년 79.4%로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민노당측은 "기성회 운영에서 민주성과 책임성이 보장돼야 등록금의 과도한 책정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대학 등록금 인상과 관련 지속적인 문제를 제기해온 민노당 최순영 의원측은 해결책으로 "사립대의 적립 관행을 깨고 교육환경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며 "누적 적립금을 대학 운영수익의 절반을 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향후 좀더 근본적으로 국가의 고등교육재정지원 확대 방안, 국립대학지원법,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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