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금융 고인 물 ‘메기’ 인터넷은행의 앞날은
초반 돌풍 롱런으로 이어질까…은산법 등 최대 변수
이경화
icekhl@daum.net | 2017-05-16 16:00:04
[토요경제=이경화 기자]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1호인 케이뱅크가 지난달 3일 문을 열고 서비스를 시작한지 한 달여 만에 25만 명이 넘는 가입자를 모으면서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 예·적금 규모는 3000억 원, 대출 금액도 2000억 원으로 올해 연간 목표로 잡았던 예·적금 5000억 원과 대출 4000억 원의 절반 이상을 채웠다. 지난해 전체 은행권 비대면(모바일·온라인) 계좌 개설 건수가 한 달간 15만5000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증가 속도는 훨씬 빠르다.
케이뱅크의 인기 비결은 편의성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24시간 365일 은행 서비스를 제공한다. 평일 점심시간 외 은행 창구 방문이 힘들었던 30·40대 이용자를 빠른 속도로 끌어들이고 있다. 금융거래 수수료·카드 없이 전국 1만2000여개 GS25 편의점 ATM을 이용해 현금인출·계좌이체가 가능한 것도 인기 요인에 한몫했다.
오는 6월부터 인터넷전문은행 2호인 카카오뱅크도 본격적인 영업을 개시한다. 4000만 명에 달하는 이용자를 최대 무기로 한 카카오톡 기반인 카카오뱅크까지 돌풍을 이어간다면 은행 간 경쟁격화 속에 금융권 판도는 급변할 수밖에 없다.
초기 승부수는 ‘금리’
인터넷전문은행은 시중은행과 차별성을 갖추기 위해 대출 금리를 내리고 예금금리는 높였다. 손안의 금융이 가능해 무점포로 인한 인건비·임대료 등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케이뱅크의 직장인K신용대출의 금리는 최저 연 2.73%로 일반 시중은행들보다 1~2%포인트 낮아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있다. 4~6등급 중신용자를 위한 슬림K중금리대출의 금리는 우대 기준을 만족하면 최저 연 4.19%까지 받을 수 있다.
마이너스 통장은 연 5.5% 확정금리로 최대 500만원까지 가능하다. 케이뱅크는 이달 중 개인사업자 대출을, 올 하반기에는 주택담보대출 출시와 함께 보험(방카슈랑스)과 펀드 등 다양한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출범을 앞둔 카카오뱅크는 우대조건을 다양하게 제시하는 대신 누구나 동일하게 높은 금리를 받는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편의점의 케이뱅크 vs 카톡의 카카오뱅크
기본적으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서비스는 비슷하지만 세부 운영 전략은 다르게 가져간다. 카카오뱅크는 인터넷 웹사이트(PC)와 모바일 앱(스마트폰) 양 채널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케이뱅크와 달리 모바일로만 모든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때 카카오뱅크의 핵심 경쟁력인 카카오톡이 서비스에 활용된다.
이와 관련해 가장 큰 차별점이 해외송금 서비스다. 저가 수수료 공세도 예고했다. 해외송금 절차를 간편화해 시중은행 10분의 1 수준의 저렴한 수수료만 부과한다. 현재 외화 100만원을 송금하면 건당 3만~4만 원 정도의 수수료가 부과되지만 카카오뱅크 앱을 통해 3000~4000원에 외화를 보낼 수 있게 된다. 카카오톡을 통한 간편 송금과 예금상품, 소상공인 소액대출도 주력 서비스다.
대출 신용등급 평가체계에서 차이가 확연하다. 케이뱅크는 KT·BC카드 등 주주사 결제 내역 정보를 활용해 산출한 자체 신용등급을 기반으로 대출을 실시하는 반면 카카오뱅크는 주주사인 SGI서울보증의 신용평가 모델을 통해 저신용자들도 이용할 수 있는 소액 마이너스 대출상품을 내놓는다. 또 카카오뱅크는 케이뱅크 중금리 상품 대비 더 세분화한 대출 금리로 고객 신용등급에 따라 금리·한도를 차별적으로 제공할 방침이다.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소액대출 한도는 최대 200만원 수준으로 정할 예정이다.
다만 케이뱅크와 달리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 ATM을 무료로 이용할 수 없다는 점은 약점이다. 카카오뱅크는 기존 은행 ATM을 이용할 수 있는데 수수료 수준을 은행 측과 협의 중이다. 카카오뱅크는 일단 개인 예금과 대출서비스를 신호탄으로 신용카드, 방카슈랑스 사업 등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돌풍이 이어지면서 금융환경을 완전히 바꿀 것이란 기대와 반짝 인기에 그칠 것이란 예상이 공존하고 있다. 당장 무점포에 따른 판관비용을 절약할 수는 있지만 IT 관련 투자·기술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설비투자, 전산관리 비용 문제는 딜레마다. 핀테크 기반의 인터넷전문은행의 장점을 극대화하려면 적극적인 투자가 뒷받침돼야 하지만 현행 은산분리 (은행·산업자본)규제에 묶여 무작정 투자를 늘릴 수 없는 구조다.
사실상 설립 주체인 KT의 경우 케이뱅크 소유 지분은 10%(현재 지분율 8%), 의결권은 4%로 제한을 받는다. KT와 카카오는 이른바 산업자본이다 보니 은행 지분 소유에 상당한 제약이 있다. 이 때문에 케이뱅크 컨소시엄 참여 주주인 KT나 GS리테일, 우리은행, NH투자증권 등은 투자여력이 충분하다 하더라도 지분율 한도로 인해 유상증자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은산분리 규제는 산업자본인 대주주가 은행을 소유하게 되는 경우 은행을 사금고로 이용하거나 산업자본의 부실이 금융권으로 전이돼 부실의 파급효과가 극대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현행 은행법상의 지분소유 제한비율(4%)이 과연 적정한 것인지에 대한 부분에선 다소 시각차가 있다.
당초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말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예외 규정을 둬 의결권 지분을 50%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은행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결국 금융위는 투트랙 전략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을 우선 출범시킨 뒤 법을 개정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결과적으로 케이뱅크 출범 이후 조기 안착을 위해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는 주장에 다시 힘이 실렸다. 창의적·혁신적인 서비스를 위해선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로서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세계적인 4차 산업혁명의 기조에서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모든 사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이때 뒤처질 수 없다는 인식은 기업은 물론 국회·정부 관계자에게도 공통적이다. 국회에는 은행법 개정안과 특례 법안이 제출됐고 최종 통과 여부만 남았다. 그간 재벌의 사금고화 우려가 있다며 은산분리 원칙론을 고수해 온 문재인 대통령도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입장 변화를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6월 정기국회에서 은산분리 완화 법안 통과 가능이 높다는 평가가 흘러나온다.
인터넷전문은행 한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은산분리에 대한 새 정부의 기류가 그렇게 부정적이지 않아 내부 분위기는 고무적”이라며 “현 정부에서 4차 산업혁명을 강조하는 분위기를 감안하면 인터넷전문은행도 4차산업 혁명의 하나이기 때문에 국회에서도 은산분리 문제를 긍정적으로 다뤄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장 은행 전반에 대한 은산분리 완화가 어렵다면 상대적으로 파급효과가 작은 인터넷전문은행이라도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해 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반면 은산분리 완화에 부정적인 의견도 상당하다. 규제감독을 철저히 한다지만 과거 투자신탁의 사금고화와 부산저축은행 사태, 동양·효성그룹 사태에서 보듯 산업자본이 은행 금고에 눈독을 들이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에 따른 은행의 서비스 개선·시장 경쟁 활성화 등 이점에는 공감하지만 비용절감 가능성 또한 낮기 때문에 은산분리를 유지하면서 도입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맞서면서 찬반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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