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銀 소액 신용대출시장 진출 '고민'

외국 대부업체 시장 잠식 의식 은행 진출 '찬반양론'

김덕헌

dhkim@sateconomy.co.kr | 2007-06-04 00:00:00

시중은행들이 저신용 계층을 대상으로 한 '고금리 소액신용대출시장' 진출을 놓고 고민에 빠져 있다.

이는 은행이 어떤 형태로든 고금리 대출시장에 진출할 경우 사회적 비난을 받을 수 있어 기업 이미지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하나금융그룹이 은행 대출이 어려운 저소득층에게 무담보로 소액 신용대출을 하는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을 검토하고 있어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캐피털 및 대부업체 등 자회사 설립을 통한 고금리 소액신용대출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그러나 시중은행은 고리대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 시장 진출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상환 가능성이 낮은 저신용자에 대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높은 금리를 부과하는 것이 당연한데 한국시장에서는 대출금리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무조건 죄악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 때문에 대부분 시중은행들은 금리를 10% 중반까지 부과할 수 있는 고객만 받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고금리 신용대출 시장에 어떤 형태로든 진출할 경우 자칫하면 은행의 평판을 크게 악화시킬 수 있다"며 "은행입장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은데 리스크는 크니 당연히 부정적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한 해 동안 본업만 갖고도 1조~3조원 가량의 수익을 벌어들이는 은행들이 몇 백억원 벌기 위해 큰 위험을 무릅쓸 이유가 현실적으로 없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일부에서는 시중은행들이 서민들에 대한 소액신용대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는 신용도에 따라 금리가 차등화되는 시장구조에서 신용도가 낮아 고금리를 부과해야 하는 서민계층에 대한 자금 공급이 부족해 외국계 대부업체들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한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책임연구원은 "고금리 신용대출에 대한 수요는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지만 사람들은 이 시장에 대해 무조건 색안경을 쓰고 보기 때문에 제도권 금융회사들이 이 시장을 회피하고 있다"며 "이같은 정서와 현실의 틈을 외국계 대부업체들이 마음껏 유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서민금융시장에서는 자금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없어 문제가 되고 있다"며 제도권 금융기관이 활동범위를 좀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도 "시중은행들이 자회사를 통해 서민금융시장에 진출할 경우 경쟁이 촉발되고 금리도 낮아지는 순기능이 있을 수 있다"며 "다만 이는 은행들이 선택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은행권에서는 우리금융지주가 소비자 금융업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수익성 보다는 사회공헌 차원에서 300억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마이크로크레디트를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나은행 지점들이 홍보와 대출신청 업무를 맡고, 대출심사와 상담, 사후 관리는 박원순 변호사가 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시민단체 `희망제작소'가 담당하는 방식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관계자는 "아직 추진 여부가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 책임을 담당한다는 차원에서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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