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지 못했던 한해, 새해에도 ‘IT전쟁’ 예고
되돌아보고 내다보는 정보통신 이슈
김세헌
betterman89@gmail.com | 2013-12-30 13:47:02
[토요경제=김세헌기자] 올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는 미래창조과학부 출범, 주파수 경매, 게임중독 방지법 발의, 단말기 유통법, IPTV-위성방송 합산규제 등으로 업체 간의 치열한 두뇌싸움과 정부와 업체 간의 기 싸움으로 바쁜 한해를 보냈다.
통신업계의 맏형인 KT의 수장이었던 이석채 회장이 검찰 수사로 사퇴를 하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이 내정되기도 했다.
기술적으로는 빅데이터, HTML5, 스마트 채널, 위치기반서비스 등이 주목받았고, 3D프린팅과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손꼽히기도 했다.
‘정부vs업계’ ‘업체vs업체’ 갈등으로 팽팽했던 기싸움
빅데이터‧3D프린팅‧웨어러블 등 신성장동력 키워드로
◇ ‘미래창조과학부’ ‘주파수경매’ ‘단말기유통법’ 등 다양한 이슈로 점철
지난 4월19일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경제 노믹스를 이끌어갈 과학과 ICT의 결합체인 미래창조과학부가 출범했다. 장관 후보자의 중도 사퇴에, 창조경제 개념에 대한 논란이 식지도 않은 상태에서 미래부는 과천에 둥지를 틀고 ICT의 미래를 준비했다.
올해 미래부는 소프트웨어, 융합, 인재양성, 창업, 창조경제 생태계, 과학 분야 양성, 스타트업 활성화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의 진흥 정책을 내놓았다. 아직은 출범 1년도 안된 만큼 평가를 내리기엔 시기상조지만 기존 방송통신위원회가 가지고 있던 ICT업무와 과학기술부가 가지고 있던 과학 업무가 융합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다만 주파수 경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방송종합계획 등 굵직한 정책을 내놓고 처리하면서 향후 ICT 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줬다.
지난 8월 30일 마무리된 주파수 경매에서는 SK텔레콤이 1.8㎓인 C블록을, KT가 1.8㎓ 인접대역인 D블록을, LG유플러스가 2.6㎓ 대역인 B블록을 획득했다.
특히 1.8㎓ 인접대역을 차지하려는 KT를 저지하기 위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초반에 연합전선을 구축했지만 막판에 SK텔레콤이 변심하면서 LG유플러스가 2.6㎓를 가져가게 됐다. 막판에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이 500억원을 더 높게 쓰지 않았다면 LG유플러스가 승리할 수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어 통신사 간의 치열한 두뇌 싸움이 벌어진 주파수 전쟁이었다고 볼 수 있다.
주파수 경매가 끝나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간 속도 전쟁이 이어졌다. LTE시대 이후 LTE-A(롱텀에벌루션 어드밴스트), 광대역 LTE 시대를 열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올초 LTE-A로 LTE 시장에서 KT보다 한 발 앞서 나가자 하반기에는 KT가 광대역 LTE로 다시금 경쟁사를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이통3사는 불법 보조금 경쟁이라는 오점도 남겼다. 이에 KT가 사상처음으로 7월30일~8월5일까지 7일간 단독 영업정지를 당했고 약 6만여명의 가입자가 이탈했다.
이밖에도 KT는 10월 이석채 전 회장이 배임, 횡령 등의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게 됐고 결국 11월 초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이후 12월 16일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이 KT 회장으로 내정되면서 KT에 삼성 DNA를 심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불어 올해 네이버 역시 뭇매를 맞았다. 게임·도서·부동산 등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인터넷 골목상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이유다. 정치권에서는 네이버는 규제 입법 추진과 관련 상생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의 동의의결제도를 받아들이면서 타협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네이버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이 3억명을 돌파하고 이해진 의장이 12년 만에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향후 해외 진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단말기 보조금을 이통사와 제조사가 얼마나 지급하는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차별적인 보조금 지급을 규제하는 내용의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도 하반기 화두였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국내기업 발목 잡기, 이중규제, 휴대폰 산업 붕괴 우려, 후발 제조사 경쟁력 저하’ 등의 이유로 단통법을 반대하고 있어 단통법 연내 통과가 가능할지 미지수다.
이밖에도 게임을 4대 중독법에 넣어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게임을 '문화콘텐츠'로 키우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엇갈리면서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이 발의한 ‘게임중독법(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KT와 KT스카이라이프를 합해서 규제하는 합산 규제법도 케이블 TV 방송사와 KT 그룹관의 신경전이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빅데이터는 공공분야에서는 정부 주도로 빅데이터 성장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 민간분야에서는 개인정보보호 규제로 기업이 보유한 정보에 기반한 서비스 분야에 국한된다는 한계가 있다.
공공분야에서는 빅데이터를 이용해 상권 분포를 활용한 창업 상담 지원, 범죄 이력 등을 종합한 순찰차 배치 등이 일어날 전망이다. 의료산업이 경우 빅데이터의 원천으로, 빅데이터 활용 범위가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내년에는 기술환경의 변화에 따라 HTML5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모바일 환경 중심으로 HTML5 기술 적용이 확산될 예정이고 IPTV, 케이블 TV 등 스마트 TV 생태계 구축에도 중요한 요소가 될 전망이다.
또 다양한 위치기반 서비스(LBS)가 활성화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애플이 블루투스를 활용한 근거리 무선 통신 기술인 '아이비콘'을 선보여 우리 일상생활에도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이케이웍스라는 벤처기업이 블루투스를 이용한 LBS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예컨대 스마트폰을 가진 고객이 음식점이나 화장품 가게 등의 매장을 지나면 블루투스를 통해 해당 가게의 쿠폰이나 정보를 받을 수 있다.
맘에 드는 이성이 블루투스가 지원하는 거리에 있다면 앱을 통해 일정 금액을 결재하면 상대방의 프로필을 볼 수 있는 서비스도 지원된다.
이밖에도 3D 프린팅 관련 핵심 특허들이 2014년에 종료됨에 따라 관련 산업자의 참여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또 스마트폰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보완 기기의 영역으로 웨어러블 컴퓨터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 전자·IT, 지속되는 성장정체…창의적 기술혁신 필요
2013년 전자·IT업계는 세계 경제침체 장기화 속에서도 앞선 기술과 혁신적인 제품들을 잇따라 선보이면서 선전했다.
하지만 2014년 전자·IT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 해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올 한해 국내 전자업계를 먹여 살린 프리미엄급 스마트폰 시장이 점차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고, 중저가 휴대폰에 대한 수요 증가에 힘입어 중국 등의 후발업체들은 세계 시장에서 한국 업체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한층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고, 이를 통해 저성장 위기를 돌파하려는 국내 기업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삼성전자는 올해 매분기 사상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지난 3분기에는 국내 기업 사상 최초로 영업이익 10조원을 돌파하는 꿈의 기록을 냈다.
LG전자는 'G시리즈' 등을 앞세워 브랜드 입지 강화에 나섰고, 팬택은 경영악화 속에서도 광고 선전과 업계 최초 지문 인식 스마트폰을 공개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과열 전쟁 등으로 성장률이 둔화되는 업계 상황을 고려해 '휘어지는 휴대폰'을 내놓는 등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힘쓰고 있다.
생활가전의 경우 늘어나는 1인 가구를 겨냥한 소규모 제품이 흥행에 성공했다. '나홀로족'과 신혼부부 등이 작은 사이즈의 세탁기, 냉장고 등을 찾으면서 관련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밖에 ‘응답’ 열풍에 힘입은 복고풍 TV가 인기를 끌었다. LG전자의 1970~1980년대 브라운관 TV 디자인을 적용한 32인치 '클래식 TV'는 이 회사의 32인치 TV 제품군 중에서도 가장 높은 판매고를 기록했다.
초고해상도(UHD) TV 또한 화두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소니 등 TV업체들은 80인치 이상 프리미엄 UHD TV를 잇따라 내놓았다. UHD TV는 기존 풀HD TV보다 화질이 4배 이상 선명하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IT부품은 공급부족에 따른 D램 가격 상승, 모바일 기기 수요 확대 등으로 전년 대비 개선된 실적을 기록했다.
전자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2014년 스마트폰 수요는 약 12억2000만대. 이는 올해보다 약 23% 증가한 수준이다. 여전히 높은 증가율이기는 하지만 2012~2013년 연속으로 40%대의 성장률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둔화된 수준이다.
이처럼 내년 전체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그동안 국내 제조업체들에 막대한 수익을 안겨줬던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가 두드러지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문가들은 향후 스마트폰 시장의 소비 트렌드가 고가에서 중저가 스마트폰으로 옮겨감에 따라 중국 업체들이 위협이 더욱 거세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아직은 중국 업체들이 주로 자국 시장과 동남아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하고 있지만, 가격 경쟁력과 함께 장기적으로 기술 경쟁력을 높여 활동무대를 차츰 넓혀나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값 싼 중국 제품에 기술력까지 더해진다면,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체제를 깨는 것도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다.
올해 부진을 면치 못했던 TV시장은 초고화질(UHD) TV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회복세를 그릴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UHD TV는 당초 콘텐츠 부족과 가격 경쟁력 열세 등의 문제점으로 시장 확대에 대한 우려감이 있었지만, 올 들어 중국 업체들을 필두로 저가형 UHD TV가 출시되기 시작하며 UHD TV 시장이 점차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가격하락 속도와 적극적인 마케팅 등을 감안하면 UHD TV 대중화 시기는 내년 상반기부터 가능할 것이란 예상이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UHD TV시장이 LCD TV의 중요한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올해 판매량은 260만대로 전체 LCD TV대비 1.3%에 불과하겠지만, 내년에는 2520만대가 판매돼 전체의 12.1%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내년 국내 전자업계는 최대 캐시카우인 스마트폰과 반도체 사업 부문을 잇는 차세대 '먹거리' 개발에도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새로운 성장축 발굴이 절실한 상황이다.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조직개편에서도 이러한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카메라 사업부문과 휴대폰 사업 부분을 통합, 상대적으로 체질이 약한 카메라 사업부문에 힘을 실어주기로 했다. 최근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메모리솔루션, 파운드리, 기업간거래(B2B) 등의 사업도 재정비,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대한 고민을 짐작케 했다.
LG전자 역시 기술·제품간 연구개발 시너지를 높이고 영업과 마케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새단장했다. 기술·제품간 융복합 강화를 위해 사업본부장 직속 연구소를 운영하고, 제품별 개발은 각 제품 사업담당이 맡도록 했다. 각 제품 사업담당별로 운영하던 해외영업 조직을 통합해 사업본부장 직속으로 운영한다.
한편 반도체 부문의 경우 내년에도 선진국 경기 회복과 모바일 수요 확대로 반도체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디스플레이는 공급 과잉 및 모바일 고성장에 대한 수혜 축소 등으로 우려의 시각이 적지 않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