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권력에 위협 받는 ‘알권리’

방통위는 언론자유의 감옥? 정부 비판언론 통제 파장

김세헌

betterman89@gmail.com | 2013-12-30 13:36:12

[토요경제=김세헌기자] “약 70년 전 르몽드 지의 창간자인 뵈브 메리는 ‘모든 진실을, 오직 진실을’ 다루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 그렇게 노력하겠습니다.”


지난 9월 2일 방송언론사 최초로 사장이 직접 진행하는 뉴스가 탄생했다. 손석희 종합편성채널 JTBC 보도담당 사장이 보도프로그램인 ‘JTBC 뉴스9’ 앵커석에 앉은 것이다. 편집과 인사의 최종책임자인 보도담당 사장이 뉴스 전체를 책임지며 진행하는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됐다.


손 사장이 뉴스9 앵커로 일선에 나선 것은 효율적인 뉴스프로그램 개편과 혁신을 위해 자신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맡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에 따른 것이었다.


뉴스9은 관행적으로 해온 리포트의 백화점식 나열에서 벗어나 당사자나 전문가와의 인터뷰, 심층취재 등을 통해 ‘한 걸음 더 들어간 뉴스’를 선보여 왔다. 이를 위해 과거 손 사장이 진행했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10여년간 함께 일했던 작가들도 뉴스9 등에 합류해 관심을 불러모았다. 손 사장이 부임 초부터 제시한 ‘사실, 공정, 균형, 품위’의 네 가지 원칙을 준수하고 현재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인 극단적 진영논리를 극복하자는데 동참한 것이다.


손 사장이 앵커로 나서자마자 뉴스 시청률은 껑충 뛰어올랐다. 시청률 조사회사 TNmS에 따르면, 방송초기였던 9월 16일 뉴스9의 전국 유료매체 가입가구 기준 시청률은 1.491%를 기록했다. 앞선 13일의 시청률 0.706%보다 배 이상 높은 수치였다. 나아가 JTBC 프로그램 일일 시청률 3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같은 파격적 행보를 통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올렸던 손 사장이 앵커로서 진행하는 뉴스9이 난관에 부딪히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으면서 언론자유에 대한 침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방통위는 언론자유의 감옥?…‘JTBC뉴스9’ 징계에 성난 민심
“정부 언론인식 드러낸 것”…‘경향신문’ 경찰 진입 일파만파


▲ 지난 9월 2일 손석희 종합편성채널 JTBC 보도담당 사장이 보도프로그램인 ‘JTBC 뉴스9’ 앵커를 맡게 됐다. 방송언론사 최초로 사장이 직접 진행하는 뉴스가 탄생한 것이다.

◇ 방통위 ‘JTBC뉴스9’ 중징계에 비난여론 확산


방통위는 지난 19일 뉴스9에 사회적 쟁점 사안을 보도하면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반했다며 ‘해당 방송프로그램의 관계자에 대한 징계 및 경고’를 결정했다.


방통위는 “‘뉴스9’은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부의 정당해산 심판 청구와 관련한 내용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민감한 쟁점사안을 균형 있게 반영하지 않고 여론조사 결과를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전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방통위의 뉴스9에 대한 중징계 결정에 정치권과 유명인사, 누리꾼 등 여론은 부당한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하다하다 손석희까지” “하루종일 북한 뉴스 보내는 방송3사는 공정하고 손석희는 불공정하냐” “언론탄압이다” 등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의견이 모아지는가 하면, 방통위가 관련 보도를 편향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등 여론의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계속 막장의 길을 가고 있는 다른 종편은 놔두고 손석희를?”이라고 반문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 역시 트위터에서 “방통심의위, 막장이네요”라며 “집권 1년도 채 안됐는데 독재정권 말기 현상이 진행”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제부터 9시 뉴스는 손석희 채널 고정”이라며 응원의 글을 올렸다.


이번 뉴스9에 대한 방통위의 중징계 결정과 관련해 정치권은 일제히 정당하지 못한 처사라며 강한 반발에 나섰다.


우선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 글에서 “손석희 뉴스9에 대한 중징계 결정이 내려졌다. 듣고 싶은 말만 듣겠단 것인가?”라며 “2013년 대한민국에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에 여론수렴의 창구인 언론에 마스크를 씌우려는가?”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주당 신경민 최고위원은 “JTBC뉴스부 손석희 앵커에 대한 징계와 편파심사는 이명박 정권 때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라며 “방통위는 이보다 훨씬 심각하고 편파적인 프로그램으로 종일 도배질하는 방송에는 침묵해 왔다. 심판의 잣대가 대통령의 심기냐”고 비판했다.


같은당 최민희 의원도 “방통위가 일부 종편의 근거없는 종북졸이에 얼마나 관대했는지, 날이면 날마다 되풀이 되는 지상파뉴스와 종편의 친여보도에 얼마나 우호적이었는지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면서 “방심위가 JTBC에 들이댄 잣대를 다른 종편과 공영방송에 어떻게 적용할지 지켜보겠다”고 경고했다.


특히 문제가 된 방송에 출연했던 통합진보당 김재연 대변인은 현안논평을 통해 “그날의 방송이 균형을 잃고 진보당에 기울었다고 하는데 이렇게 주장하는 심의위원들의 고개가 기울어진 것 아니냐”면서 “균형 따위는 찾을 수 없고 청와대의 입장만을 앵무새처럼 따르는 무수한 방송들은 문제가 없다면서 노골적인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성토했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방통심의위원들은 화성에서 왔느냐. 지구인들은 반대로 생각할 것”이라며 “기득권에 눈엣가시 같은 ‘손석희 뉴스9’을 우리 시청자들이 지켜낼 것”이라고 했다.


▲ 경찰은 지난 22일 파업중인 철도노조 집행부 체포를 위해 서울 중구 정동에 소재 경향신문 사옥 내에 있는 민주노총 사무실에 강제 진입했다가 소득없이 철수했다.

◇ 경향신문 경찰진입, “폭탄 맞은 것처럼 쑥대밭”


뉴스9에 대한 방통위의 징계가 강행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2일엔 경찰의 언론사 난입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경찰이 파업 중인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 핵심 간부를 체포하기 위해 이날 서울 중구 정동에 위치한 ‘경향신문’ 사옥에 입주해 있는 민주노총 본부에 강제 진입하면서 사옥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것이다. 이날 경향신문은 “헌법이 보장한 언론자유를 심대하게 위협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경향신문은 “경찰은 철도노조 파업 후 수차례 철도노조 간부 검거를 위해 경향신문 사옥에 진입할 수 있음을 밝혀 왔다”며 “이에 경향신문은 영장을 발부받았다 하더라도 여러 가지 예기치 않은 불상사가 우려되므로 신문사 건물에 경찰이 진입하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경찰은 22일 경향신문의 동의 없이 기자들이 신문을 만드는 시간에 현관 유리문을 깨고 잠금장치를 부수고 최루액을 뿌리며 강제 진입해 12시간 동안 건물 내부를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향신문은 경찰이 헌법이 보장한 언론자유를 심대하게 위협하고, 언론사의 시설물을 파손한 데다 신문 제작에 중대한 차질을 빚은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며 “정부 당국의 책임있는 입장 표명과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경찰이 이날 민주노총 본부에 대한 강제 진입을 완료했지만 노조 핵심간부들은 이미 건물을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돼 별 소득 없이 철수하면서 대규모 공권력 투입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됐다.


이번 사태 발생 다음날인 23일 전국언론노조와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단체들은 잇따라 규탄성명을 내고 강경대응 방침을 밝혀 이목이 집중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는 이날 긴급하게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사상 초유의 민주노총 침탈, 결코 용서 않겠다’는 제목의 특별결의문을 채택했다.


언론노조는 결의문을 통해 “경찰이 난입한 곳이 다름 아닌 언론사 건물이었다는 점에서 1만2000명의 언론노동자들은 더욱 분노를 참을 수 없다”고 규탄하며 이번 강제진입을 ‘언론자유 침해’로 규정했다.


한국기자협회도 “압수수색 영장도 없이 법적 논란도 아랑곳하지 않고 언론사 건물에 난입한 경찰의 행태는 공권력이 언론을 얼마나 경시하는지를 스스로 고백한 것”이라면서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 언론자유의 현주소”라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조 경향신문지부 역시 “수천 명의 경찰을 동원해 진입을 시도한 것은 사실상 경향신문 사옥을 유린하고 우리를 심리적으로 위축시켜보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경향신문에 대한 공권력 투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50년 전 박정희 정권에서도 비판적 논조를 띄었던 경향신문에 중앙정보부 직원들이 편집국에 진입했으며, 당시 경향신문은 강제매각되는 사태를 맞아야 했다.


일각에서는 경찰의 경향신문 진입 사태를 두고 철도노조 파업으로 극에 달한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이 이제 언론노조로 번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경향신문은 이날 경찰의 사옥 강제 진입에 대해 정홍원 국무총리에게 항의 공문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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