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이 원하는 건 안정된 삶

정해용

peacepress@hanmail.net | 2010-04-12 10:14:44

사람을 편안케 하는 것이 있고 불안하게 하는 것이 있다. 쉬운 말로 등 따시고 배부른 삶과 춥고 배고픈 삶으로 대비가 된다. 등 따시고 배부르다 해서 ‘인간다운 삶’이 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원하는 삶은 이런 삶이다. 편안한 삶을 원하고 불안한 삶을 피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문학이나 학문 같은 것은 등 따시고 배부른 것보다는 춥고 배고프더라도 진리가 무엇인가를 추구하는 것을 영예로 여긴다. 철학에서는 배부른 돼지보다는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는 식으로, 道에 이르기 위하여 불편한 삶이라도 감수해야 할 것을 강조한다. 때로는 비굴한 타협보다 정당함을 취하기 위하여 불편을 감수해야 할 때도 있다. 나라가 위기에 빠졌을 때 애국지사들의 삶이 그랬고, 견고한 부패구조에 저항하기 위해 민주투사들이 취한 삶이 그랬다.
그러나 과연 무엇을 위한 철학이나 문학이며, 애국투쟁이며 저항인가를 따져본다면, 춥고 배고픈 고생을 감수하는 행위조차도 궁극적으로는 보다 확고한 평안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 지금 고생해서 뒤에 편안한 삶을 확고히 하려는 것이거나, 자신의 삶을 희생해서라도 후세에게 편안한 삶을 물려주겠다는 의지가 바탕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렇다 저렇다 해도, 대다수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불편이 아니라 편안한 삶일 뿐이다.
사람들에게 등 따시고 배부른 삶을 가져다줄 가장 직접적인 행위는 정치다. 그러므로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들은 무엇보다 백성 일반의 삶을 보다 편안하게 하고, 그 편안한 삶을 지켜주겠다는 대원칙을 잠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백성들이 편안할 뿐 아니라 그 편안함이 안정적으로 보장되도록 하는 정치가 아니라면, 백성들은 그 정치를 믿지 못한다. 나아가 자발적인 복종심은 회의와 불안으로 바뀌고, 곧 불평으로 표출되며, 거기서 더 진전되면 정치권력에 대한 불신과 저항심리로 발전되는 것이 정해진 순서다.
일찍이 孟子는 역사 속의 하나라와 은나라가 백성을 잃은 것은 곧 걸(하나라 마지막 왕)과 주(은나라 마지막 왕)가 백성의 마음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설파했다. 어떻게 하면 백성의 마음을 잃고 어떻게 하면 백성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거듭되는 말이지만 백성이 원하는 것은 편안함이요, 백성이 싫어하는 것은 불편과 불안이다.
진시황이 역사상 처음으로 중국 대륙의 광대한 영토를 하나로 통합하여 명실상부한 통일제국을 세웠다. 그의 치리는 법의 엄정함에 의지한 것이었는데, 그것에 굴복하지 않는 제후들에 대한 보복은 아주 가혹했다. 왕권을 지키기 위해 크고 작은 전쟁과 대규모 토목공사-아방궁을 짓는다든가 만리장성을 쌓는다든가 서안에 대궐 같은 지하무덤을 만든다든가-를 계속함으로써 백성들의 삶은 불안하고 불편하기만 했다. 그의 한정된 수명과 함께 나라 자체가 망해버린 것은 전혀 자연스런 결과였다.
진의 멸망과 함께 그 유명한 ‘삼국시대’가 펼쳐진다. 처음에는 힘으로 산을 들어 옮긴다는 項羽가 군사를 일으킨 지 단 3년만에 천하 패권을 잡았지만, 그 천하는 이후 3년을 더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대항군을 사로잡으면 땅을 파고 묻어버리는 잔혹한 정복이었으므로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게 원인이었다. 대신 유약하고 소심해서 무능하게까지 보이는 劉邦이 천하를 얻고 지금 중국의 원조격인 漢의 건국시조가 됐다. 유방이 천하를 얻은 것은 항복한 적을 포용하고, 백성을 자비로서 대했기 때문이다. 맹자 말씀대로 ‘백성의 마음을 얻음으로써 천하를 얻은’ 것이고, 그렇게 얻은 나라였기에 왕조 수백년을 순탄히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 정국은 군선 한 척이 침몰한 사건 하나만으로도 온 나라가 불안할 만큼 들떠 있다. 정치 라이벌로부터 재기의 싹마저 밟아버리려는 듯 전직 총리에 대한 무리한 검찰수사는 正道와 상식을 넘고 있다. 권력집단 내부의 헤게모니 다툼은 울타리 밖에서도 어림짐작이 가능할 정도로 시끄럽다. 정부 재정은 수백조 단위로 적자가 쌓이고 시장경제는 피부로 느낄만큼 위축되었다. 국민들은 정부나 정치권을 믿지 못한다고 툴툴거린다. 이제 불안해지고 있는 것이다.
맹자는 말했다. ‘천하를 얻으려면 백성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데, 백성의 마음을 얻으려면 백성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백성이 싫어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과연 위정자들은 백성이 원하는 바를 알기 위해 마음 비우고 귀를 열어놓고 있기나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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