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계, 2·3세대 경영 세대교체 급물살

광동·녹십자 등 상속자 경영일선 대거 ‘등장’

최병춘

obaite@naver.com | 2013-12-30 10:14:12

[토요경제=최병춘 기자]제약업계에 올 한해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국내 대표적인 제약사들이 2세 뿐 아니라 3세 경영으로 접어들면서 그동안 착실하게 경영수업을 쌓아오던 상속자들이 대거 경영 전면에 나섰다.


▲ 최성원 광동제약 대표(좌) 허은철 녹십자 부사장(우)

◇광동제약·녹십자, 2세경영 ‘시동’


최성원 광동제약 대표(44)는 올 한해 가장 주목 받은 2세 경영인 중 하나다. 최 대표는 올 7월 故 최수부 회장이 갑작스럽게 별세하면서 갑작스럽게 경영권을 물려받게 됐다. 광동제약의 창업주 최수부 회장은 지난 7월 24일 강원도 평창의 용평리조트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져 사망했다. 최 사장은 창업자 최수부 회장의 외아들로 일찌감치 후계자로 지목돼 경영 수업을 받아 왔다. 하지만 승계작업도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보니 11월이 돼서야 최 회장의 주식 상속 작업이 마무리됐다.


최 회장의 보유주식 64%에 달하는 228만1042주는 최 회장이 설립한 가산문화재단에 증여됐고 나머지는 차녀 최행선씨에게 42만 3000주, 3녀 최지선씨 2만3000주, 4녀 최지원씨에게 5만주가 상속됐다.


이에 따라 최 대표는 최 회장의 광동제약 보유주식 23%인 79만5532주를 상속 받아 기존 5.07%에서 6.59%로 지분이 증가됐다. 하지만 특수관계인을 포함해도 총 17.69%를 보유하는데 그쳐 경영권이 안정화에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태다.


업계에서는 최 대표가 경영권 강화를 위해 점진적으로 회사 지분율을 늘려나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에 최 대표의 개인 회사인 광동생활건강을 전면에 내세울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최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와 일본 게이오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1992년 광동제약에 입사해 기획실장, 영업본부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쳤다. 지난 2005년 광동제약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경영 일선에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최 대표는 ‘비타500’, ‘옥수수수염차’ 등 제품 성공을 이끌며 그동안 쌍화탕, 우황청심원 등 한방 분야에 고착됐던 광동제약 변화와 사업 영역 확대에 큰 공을 세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10월 광동제약 창립 50주년을 맞아 최 대표는 새로운 기업 비전을 발표하며 경영 포부를 드러냈다. 최 대표는 2020년까지 기업가치 1조, 매출 1조, 영업이익 10% 달성을 목표로 내세우며 ‘휴먼헬스케어 브랜드 기업’으로서의 도약을 선포해 업계 관심을 끌었다.


유한양행과 제약업계 1위를 다투고 있는 녹십자의 인사 변경도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1월 말 임원인사에서 기획조정실장으로 임명된 허은철 부사장 때문이다. 허은철 부사장은 녹십자 창업주 故 허영섭 전 회장의 차남이다. 허일섭 녹십자 회장에게는 조카가 된다.


녹십자는 영업, 생산, 연구개발 등 본부별로 운영해온 기획실을 통합한 기획조정실을 신설해 그동안 최고기술경영자로 R&D 분야를 책임져 왔던 허 부사장에게 조직개편과 인사 등 경영전반의 기획업무를 총괄하게 한 것이다. 더욱이 이병건 녹십자 대표를 지주사인 녹십자홀딩스 사당으로 이동시켜 사실상 녹십자 R&D 수장을 허 부사장으로 바꾼 것으로 해석된다. 이병건 사장의 이동으로 조순태 사장 단독 구조로 전환된 녹십자 경영구도에서 하 부사장이 급 부상하게 된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차기 인사때 대표 자리 올라 공식적인 2세경영 시작할 것으로 전망도 나오고 있다. 허 부사장은 서울대 식품공학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석사 학위를 마친 뒤 1998년 녹십자 입사 경영기획실 근무했다. 2004년에는 미 코넬대 식품공학 박사 학위도 취득했다. 허 부사장 형은 허성수 전 녹십자 부사장, 창업주 장남 아닌 차남 허은철 부사장 후계자 지목, 허성수 전 부사장 유산상속에서도 배제. 소송전도 벌어졌지만 허성수 전 부사장 패하며 허은철에게 더욱 힘이 실렸다. 다만 허은철 부사장 현재 녹십자 홀딩스 지분 2.36%로 허씨 일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녹십자 최대주주는 창업주 동생 허일섭 회장(10.26%)이다.


제약사 지주회사 흐름타고 경영권 승계 ‘활발’
광동 최성원 대표, 동아 강정석 대표 등 눈길


▲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대표(좌), 윤웅섭 일동제약 부사장(우)
◇동아제약·일동제약 3세 경영 승계

2세 뿐 아니라 3세 경영인도 다수 등장했다. 대표적인 3세 경영인으로 올해 3월 동아쏘시오홀딩스 대표로 승진한 강정석 사장을 꼽을 수 있다. 강 사장은 강신호 회장의 4남이다.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사장은 지난 5월 강신호 회장의 동아에스티의 35만7935주(4.87%)와 동아쏘시오홀딩스의 21만1308주(4.87%) 전량을 물려받으며 동아쏘시오그룹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번 증여에도 강 대표 지분은 5.54%로 늘어난데 불과하지만 우호지분까지 합치면 10%가 넘는다. 이로써 동아제약은 창업자 故 강중희 회장과 2세 강신호 회장에 이어 3세 강정석 사장까지 경영승계구도가 완성됐다.


강정석 사장은 1989년 동아제약에 입사한 뒤 경영관리팀장, 메디컬사업본부장, 영업본부장 등을 거쳐 2007년 동아제약 대표이사 부사장에 올랐다. 2010년부터는 연구개발 총괄책임자를 맡았다. 강정석 사장을 제외한 나머지 세 아들은 현재 회사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 한때 차남 강문석 전 사장이 강정석 사장과 후계자 경쟁을 펴기도 했으나 강신호 회장과 2004년과 2007년 지분경쟁을 벌이다 2008년 동아제약을 떠났다.


동아쏘시오그룹은 지난 3월 지주회사로 전환, 지주회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를 중심으로 전문의약품 사업은 동아에스티, 일반의약품 사업은 동아제약으로 분할했다.


일동제약도 3세 경영체제로 전환했다. 올해 4월 윤웅섭 부사장(46)이 대표이사로 임명되면서 3세 경영체제 변화에 시동을 걸었다. 윤원영 회장은 슬하에 1남 2녀를 두고 있어 운웅섭 부사장의 경영승계 역시 비교적 순탄하게 진행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 딸인 윤혜진씨와 윤영실씨는 현재 경영에 참여 안하고 있다.


일동제약는 지난 10월 지주회사 전환을 선언하면서 지주회사인 일동홀딩스에 이정치 회장을, 사업법인 일동제약에는 정연진 사장과 윤 회장의 아들인 윤웅섭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윤웅섭 부사장 연세대 응용통계학과를 졸업하고 미 조지아주립대 회계학 석사를 마친 뒤 KPMG 등 회계법인 다년간 근무했다. 지난 2005년 일동제약 합류 PI((Process Innovation)팀장을 맡아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의 안정화 작업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후 기획조정실장, 전무, 부사장을 거쳐 지난 4월 대표이사 부사장에 선임됐다. 그러나 이정치 회장, 정연지 사장과 함께 각자 대표 체제 이뤄 윤 부사장 경영 전면 나서는 일 많지 않았지만 내년 일동제약 지주사 전환 뒤 윤 부사장 본격적인 경영 행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2~3세 상속자들의 등장과 함께 제약업계에 불고 있는 지주사 바람도 주목받고 있다. 지주사 전환은 해외 진출·사업 다각화 등 위축된 제약업계의 돌파구로서 뿐 아니라 대주주 등 오너 일가의 지분율을 높여 경영 지배권 강화 또는 친족 경영 승계에도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월 지주사 종근당홀딩스와 사업사 종근당으로 분할해 전환 대열에 합류면서 녹십자, 대웅제약, JW중외제약, 한미약품, 동아제약, 종근당 등이 지주사 체제를 갖췄다. 국내 매출 상위 10대 제약사 중 6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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