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꼭 눌러쓴 편지에 담긴 삶의 향기

이해인의 “사랑은 외로운 투쟁”

송현섭

21cshs@sateconomy.co.kr | 2006-11-06 00:00:00

사랑이 담긴 짧은 편지는 받는 이로 하여금 언제나 잔잔한 감동과 기쁨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더욱이 평생 자신을 위해 살기보다 남을 위한 헌신하는 삶을 살아가는 수도자의 글은 사랑에 무뎌진 우리에게 남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우선 사랑은 외로운 투쟁은 오래 전 나온 민들레의 영토라는 시집으로 친숙한 수녀시인 이해인의 편지들을 모은 책이다.

사실 이해인 수녀의 글방은 편지들로 가득한데 지인들을 그곳을 향기 나는 우체국, 편지로 가득한 집이라고 부를 정도라고 한다. 언제 어디서나 그녀를 그리워하는 수많은 이들의 편지에는 사랑과 기쁨, 슬픔과 위로, 축하와 감사를 담고 있다. 아울러 꼭꼭 눌러 쓴 그녀의 답장과 사랑의 소식을 담은 편지는 위로와 용기가 필요한 이들에게 힘을 주고 있다.

그녀는 편지를 쓰는 일은 소중한 사랑의 일이라고 말하며 여행을 할 때도 색연필, 편지지, 스티커 등의 편지를 쓸 재료를 갖고 다니다 보니 가방이 가볍지 않다고 한다. 이 책은 그녀와 수녀원 소식이 궁금한 이들에게 10여년간 보낸 편지를 월별로 묶은 것으로 지난 1994년부터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 글들 가운데 가려서 선별된 것들이다.

그럼, 그녀의 편지들을 살짝 읽어보기로 하자. ▲참으로 찜통 같은 복더위를 견디며 ‘수녀복을 안 입은 사람들은 우리보다는 좀 시원하겠지’ 하는 생각도 더러 하였답니다. 에어컨이 없는 곳에서 여름을 보내는 것 또한 수도자에게 필요한 인내의 시간임을 체험하지요.

▲순례자의 기도가 절로 떠오르는 위령의 달 11월을 저는 참 좋아한답니다. 친지들이 보내준 사랑의 편지와 카드를 하나도 안 놓치고 정성껏 읽는 데도 시간이 걸렸어요. 꼭 필요한 회신도 일단 보류하고 피정을 떠납니다. 다행히 학생수녀 한 분이 부분적이나마 해인글방을 도와주도록 원장님이 배려해주어 우체국 심부름과 봉투작업을 도와주니 마음이라도 조금은 여유로와 기쁩니다.

▲우리 글방은 ‘편지로 가득한 집’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답니다. 우리도 설에 윷놀이를 했어요. 크게 세 팀으로 나누어 1등은 대박상, 2등은 듬뿍상, 3등은 감동상이었는데 제가 속한 팀이 1등을 해서 기뻤습니다. 던질 적마다 나는 참나무 소리가 음악처럼 아름다워 그 소리를 들으려고 우리는 윷놀이를 즐기지요. 이번 출장길에도 가방 속에 윷가락을 넣어 다니다가 작은 모임에서 놀자고 하면 놀이기구를 갖고 다니는 수녀는 처음 보겠다면서 다들 재미있어 하더군요. 윷놀이 때의 하하호호 웃음소리를 저는 참 좋아한답니다.

설을 맞아 담화방별로 한바탕 윷놀이할 적의 우리 웃음소릴 먼 데까지 들려드리고 싶네요. ‘수녀들도 저렇게 크게 웃나?’ 놀라실 거예요. - 사랑은 외로운 투쟁 내용에서

이해인 지음, 마음산책,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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