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보호 모범규준 정책 남발’...“법적 제재 없어”실효성 의문
모범규준안 여러 번 바뀌고 개정반복..상품별·계층별 세부 가이드라인 필요
시장·소비자·업계 관점에 따라 시시각각..“균형적인 시각에서 바라봐야”
문혜원
maya@sateconomy.co.kr | 2019-07-25 13:56:35
[토요경제 = 문혜원 기자] 금융권에 소비자보호 인식이 확산되면서 금융당국은 지난 2012년부터 ‘금융소비자보호 모범규준’을 꾸준히 개정·추진해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명확한 근거 제시나 법적 강제성 없이 뒤죽박죽 잇따라 정책만 남발하고 있다며 실효성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9월 시행 예정인 ‘금융사 CCO 겸직금지’·소비자민원평가 등 ‘금융소비자 보호 모범규준 개정 추진안’을 발표했다. 이는 소비자중심경영의 강화를 위해 대폭 모범규준안을 확대한 것이다.
금융소비자보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최근 들어 커졌다고 하지만 소비자보호 모범 규준안은 과거부터 추진돼 왔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지난2012년부터 은행, 카드, 증권 등 업계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업권별 모범규준안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2012년 당시에는 금융회사 사외이사 비중 확대로 인한 CEO중심 경영이 심각하다는 정부의 판단아래 ‘지배구조법’ 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서 금융회사의 국민의 신뢰도 제고를 위한 처방전으로 ‘모범규준’마련을 하기 시작했다.
이후 2013년에는 금융회사의 소비자보호 역량을 제고하기 위해 금융업권과 공동으로 ‘금융소비자보호 모범규준’을 제정했다. 이때 금융소비자보호 총괄책임자(CCO)를 선임임원 중에서 지정해 금융소비자보호 총괄 부서를 관할토록 하고, 업무상 독립성을 보장하도록 했다.
당시 제정내용을 보면 ‘상품개발·판매·사후관리’에 걸친 금융 전 과정에서 내부통제 강화와 소비자의 불만을 사전에 예방하고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하기로 했다.
2015년~2017년까지 금융위원회가 세부적으로 점차 금융소비자 정책수립 과정을 늘려갔다. 소비자 자문패널을 구성해 소비자보호체계 전반을 규율하도록 전면 개편한 것이다.
이에 불완전판매를 예방할 수 있는 장치 마련, 대출상품에 대한 청약철회권 도입여부, 업권별 상품판매원칙 등을 재정비했다.
2018년에는 문재인 정부의 ‘금융개혁 아젠다와 금융혁신’이 정책추진 방향으로 정해지면서 금융당국은 개혁과 혁신 두 가지 방향으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여기에 은행권의 채용비리 사건, 불투명한 가산금리 산정 등의 문제점이 노출되기 시작하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가산금리 산정시 내부통제 절차 등에 관한 모범규준’ 등을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 및 일각에서는 ‘소비자보호 모범규준’을 두고 다양한 관점(시장·소비자·업계)에서 보는 시각차이가 있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먼저, 시장적 관점에서는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측면에서 가는 큰 방향에 대해선 동의하면서도 모범규준을 개정하더라도 결국 금융사 경영에 침범하지 않을 정도의 자율규제라 법적 구속력 없어 권고수준에만 불과해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도 나온다.
반면, 소비자의 관점에서는 각 금융분야의 다양한 모범규준을 보고, 적정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금융 분야가 워낙 다양하고 상품별, 회사별, 계층별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명확한 구분에 의한 세부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기흥 경기대학교 경제학 교수는 “모범규준은 소비자보호 우선 원칙 아래 둔 제약에 대한 권 수준으로 이해하면 된다”면서 “현재까지는 다양한 상품별에 따른 세부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음에 따라 이를 명확히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보호조치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포괄적인 경제 분야와 달리 금융 분야는 일일이 법으로 정할 순 없기에 불가피하게 네거티브 규제방식을 인용한 ‘모범규준’을 정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다.
최경진 가천대학교 경제법학과 교수는 “금융은 다양한 상품과 직결돼 있고, 그걸 법에다가 다 적용하긴 어려운 문제가 있다”면서 “따라서 꼭 모범규준이 권고 수준을 넘어 법적 구속력이 필요하다는 시각보다는 균형 잡힌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모범규준 실효성 의문’에 대해 금감원에서는 해당 사안의 가이드라인을 정한 권고 수준이지만 경우에 따라 모범규준을 법적 구속력이 있는 감독규정이나 감독규정 시행세칙 등으로 격상하기도 한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존 금융회사 경영 중심에서 소비자보호중심경영으로 가고 있음에 따라 소비자보호측면에서 모범규준을 설계하고 있는 것”이라며 “다만, 일일이 금융상품 설계 단계부터 위법 여부에 대해 법률자문을 받는 다는 것은 사실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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