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이주민 정책은 뒤걸은…
韓 저출산 고령화…이주민 지속적 확대 유입
이준혁
immasat@naver.com | 2012-05-04 19:26:57
한국 사회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이주민의 규모와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급속도로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지난 4ㆍ11 총선에서 이주민 출신으로는 최초로 국회에 입성한 새누리당 이자스민(35) 당선자는 당선 후 혹독한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 공격으로 마음고생을 치렀다.
최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이 당선자 당선으로 ‘매매혼이 늘어날 것이다’, ‘불법체류자가 판을 치게 됐다’는 등의 주장들이 광범위하게 확산된 것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출처가 불확실한 이 당선자의 총선 공약 내용을 퍼뜨리거나 노골적인 인종주의적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이주민의 사회 활동 참여는 더 이상 생소하거나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그러나 외국인과 이주민에 대한 시각이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아 많은 이주민들이 인종차별의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것도 현실이다.
◇ 이주민 급증…다문화 사회 진입
2000년대 중반부터 이주민 수가 늘면서 한국은 빠른 속도로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2011년 4월 현재 이주민 인구는 135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2.7%를 차지한다. 2000년 49만 명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한 숫자다.
체류 유형은 이주 노동자 54만여 명, 결혼이민자 14만여 명, 이주 아동 10만여 명, 국적취득자 5만여 명, 난민 250명, 무국적자 200여 명 등이다. 정부의 다문화 가정 정책 시행 이후 결혼 이민자와 이주 아동이 크게 늘었다. 재외동포이주민은 54만여 명, 미등록 이주민은 17만 명 정도다.
전체 인구는 2019년부터 감소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주민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0년에는 전체 인구의 5%에 달하는 2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로 이주민 인구의 지속적인 확대 유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부도 2003년 고용허가제 도입, 2004년 국적법 개정, 2007년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 제정, 2008년 다문화가족지원법 제정을 추진하는 등 사회적 추세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이주민 정책의 근간은 2008년 수립된 ‘1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을 통해 마련됐다. 각 부처에서 개별적으로 추진해 온 외국인 정책을 중장기적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핵심 목표가 외국인 인권보호가 아니라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점, 다문화주의 추구를 표방하면서도 체류 질서를 강화하는 모순된 정책이라는 점 등에서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국 법제에서 이주민은 여전히 기본권의 주체가 아니라 ‘관리와 통제의 대상’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 정부,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미흡’
정부가 다문화 사회로의 이행을 위해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이주민 정책은 국제 사회의 보편적 기준에서 볼 때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제 인권 기구들은 1990년대부터 한국의 이주민 인권 상황에 대해 지속적인 우려를 표명해 왔다. 유엔 인권이사회의 2008년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UPR)’에서 한국 정부에 대한 33개 권고사항 중 8개가 이주민 인권과 관련된 것이었다.
특히 최근 결혼이주민이 급증하면서 이주여성의 인권 문제가 집중적으로 지적됐지만 관련 정책에는 허점이 많았다.
인권위는 최근 ‘이주여성 권리 보장’ 권고 이행 상황과 관련해 “2008년 ‘다문화가족지원법’을 제정했지만 법만으로는 결혼하지 않은 이주여성, 이혼으로 여성가구주가 된 결혼이주여성 등 모든 이주 여성의 보호에는 한계가 있다”고 유엔 인권이사회에 보고했다.
다문화가족지원법의 적용대상을 ‘한국 국민과 결혼해 가족을 이루고 있는 외국인 또는 귀화자’로 한정해 고용허가제로 이주한 이주여성, 이주 노동자 부부 사이에서 출생한 아동, 외국인 유학생, 무국적 외국인 등은 인권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는 설명이다.
인권위는 또 “이주여성 노동자 차별 방지, 이주 여성에 대한 폭력예방 및 모성보호, 이주아동의 교육권과 건강권에 대한 보장을 위한 정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이주민 보는 국민 인식이 더 문제
국민들이 갖고 있는 이주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편견은 사회통합에 더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수원에서 발생한 살해사건의 범인이 중국 국적을 가진 조선족으로 밝혀지면서 익명성이 보장된 인터넷 공간에서는 중국인과 조선족에 대한 반감을 담은 게시물이 폭증하기도 했다.
다음 아고라에서는 조선족 전면추방 서명운동까지 벌어졌다. 이 게시물에는 “조선족뿐 아니라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동남아 등 모든 질 낮은 불법체류자, 외국인노동자의 추방을 기원한다”, “외국인들에게 관대한 대한민국 싫다”는 등 다수의 인종차별적 댓글이 달렸다. 수원 사건을 잔혹한 범죄의 문제로 바라보기 이전에 ‘외국인’의 문제로 인식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사회 구조가 다문화 사회로 빠르게 이동하고 정부 정책도 이에 발맞추고 있지만 이주민에 대한 국민 인식이 관용적인 방향으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이현정 서울해비치다문화가족교육센터장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19세기, 20세기에 갖고 있던 민족주의적 사고방식을 21세기까지 가지고 가다 보니 현실과 맞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다문화 사회로 간다고 해서 국경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우리 안의 민족성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며 “우리가 선진국으로 한 단계 나아가기 위한 원동력이 무엇인지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교 교육에서부터 큰 시야를 갖고 세계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가르쳐야 하지만 충분치 않다”며 “교육 현실은 다문화 가정 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자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 작년 다문화 학생 3만8천여명 중 초등생 74.1%
우리나라 다문화 학생의 대다수가 초등학생이지만 정작 초등학생들의 다문화 인식 수준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부의 다문화 교육 역시 일반인보다는 다문화 학생들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6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지난해 기준으로 126만5006명의 외국인 주민이 살고 있다. 다문화 학생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해에만 3만8678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초등학생이 74.1% 가장 많았고 이어 중학생 19.7%, 고등학생 6.2% 순이었다. 초등학생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정작 초등학생들은 다문화 학생과 다문화에 대해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전문가들의 논문에도 잘 나타난다. 이화여대 석사 논문 설문조사 결과 ‘인종차별을 없애기 위한 행동을 할 것이다’라는 물음에 전체 응답자 가운데 21.6%의 학생만 긍정적으로 답했다. ‘(나는)다른 문화에 잘 적응한다’는 대답도 36.8%에 그쳤다. ‘다문화 가정의 문화를 배울 의사가 있다’는 항목에도 28.9% 정도만 긍정적으로 대답해 아직 초등학생들은 다문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교과부에서는 ‘모두를 위한 다문화 교육’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다문화 교육의 대상은 아직도 다문화 학생에 치우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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