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사태로 빚더미”
작년 저축은행에 11조 6000억원 투입
전성운
zeztto@sateconomy.co.kr | 2012-05-04 18:44:52
금융공기업인 예금보험공사가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로 빚더미에 올라앉게 생겼다. 예보는 이미 두 차례의 저축은행 구조조정으로 생긴 부채로 인해 이자 상환에도 버거운 상황 속에서 이달 내 저축은행에 대해 추가적인 영업정지가 현실화될 것으로 알려져 또다시 대규모로 빚을 내 대응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예금보험공사와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공기업인 예금보험공사는 작년 저축은행 피해자 보상 등을 위해 약 11조6000억원을 빌렸다. 이중 10조4000억원은 은행에서 연 4.6% 내외의 금리로 빌렸고 1조2000억원은 연 3.7% 금리의 채권(예보채)을 발행해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예보는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매년 부보금융회사(예보에 보험료를 내는 금융사)로부터 보험료를 받아 자금을 모아둔다. 보험료는 권역별로 일정 보험료율에 의해 정해진다. 지난해에는 총 1조2231억원의 보험료를 받았다. 이렇게 받은 돈은 쌓아뒀다가 예보법 적용을 받는 금융사가 문을 닫을 경우 예금자들에게 최고 5000만원까지 지급을 보장해주게 된다.
이에 예보는 지난 2003년부터 새로운 예보기금 적립을 시작, 작년까지 9조8000억원 정도를 보험료로 조성했다. 현행법상 증권, 보험, 저축은행 등 각각의 계정마다 그 계정에 보험료를 낸 금융사 영업정지에만 자금을 쓸 수 있다. 가령 은행으로부터 받은 보험료는 은행 계정에 넣고 은행의 영업정지 사태 등에만 사용토록 돼 있다.
저축은행으로부터 9년간 받은 보험료는 총 1조3000억원 정도였다. 그러나 작년 한 해 동안 무려 16개 저축은행이 문을 닫으면서 예보는 저축은행 예금자에게 12조6000억원 가량을 지급해야만 했다.
저축은행 계정 자금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관계로 정부는 작년 예보에 특별계정을 만들어 향후 15년 동안 다른 계정에 들어올 보험료의 45%를 미리 당겨 쓸 수 있도록 법을 고쳤다. 들어올 돈을 예상해 미리 빚을 내 막은 뒤 특별계정에 들어올 자금으로 조금씩 빚을 갚도록 한 것이다.
◇ “당장 해결책 없어”
문제는 현재 이 자금조차 바닥난 상태라는 점이다. 추가적인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자금을 투입하려면 자금을 새로 조달해야 한다. 때문에 예보는 특별계정 사용기한을 늘려 빚 한도를 확대하는 방법으로 자금을 더 끌어다 쓰려 했지만 이는 국회를 거쳐야 하는 사항이다. 그러나 18대 국회에서 상정조차 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특별계정 기한 연장으로 자금을 확보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지만 사실상 불가능해 올해도 은행에서 돈을 빌리거나 예보채 발행을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보는 현재 은행 차입과 예보채 발행으로 인해 매년 나가는 이자만 연 5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4월 1일 법 시행 이후 들어온 특별계정 자금은 2000억원 정도이고 올해 특별계정으로 들어올 자금도 약 6000억~7000억원으로 예상돼 아직까진 이자 지급 및 원금 일부 상환도 가능한 상태다.
그러나 추가 영업정지가 이뤄져 또 수조원대의 빚을 지게 되면 보험료로 이자도 못 갚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나마 파산 저축은행의 자산 처분으로 어느 정도 회수될 자금이 있지만 이는 상당 시간이 소요돼 당장의 해결책은 못 된다.
이에 대해 예보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파산하면 30~40% 정도는 회수 가능하고 매년 금융회사로부터 받는 보험료도 늘어날 전망”이라면서도 “그러나 추가 영업정지가 대규모로 이뤄질 경우 일단 빚을 내 막은 뒤 새로운 상환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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