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보험약관용어 우리말로 쉽게 쓰자

이경화

icekhl@daum.net | 2017-04-26 10:27:06



▲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토요경제=이경화 기자] “부리, 준용, 종기, 심신상실, 지표금리, 요율, 교통승용구, 담보권 실행, 가지급 제도, 자동대출 납입, 무효와 효력상실, 피보험자 또는 보험수익자의 책임 있는 사유, 보험증권 받은 날에 대한 다툼, 소멸시효 완성, LTC·CI(약어), 대장점막층(의학용어)…” 손해보험 약관에 등장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와 부정확한 표현법이다.


“용어 자체를 완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이렇게까지 어려울 필요가 있나”라고 보험업계 관계자에게 물으면 십중팔구 이런 답이 돌아온다. “최대한 순화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어려운 법률·의학용어들로 씌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방대한 조항들로 인해 함부로 다룰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라고.


사실 보험사 약관은 전문가들조차 헷갈릴 정도로 난해하기로도 유명하다. 이런 약관의 내용을 가지고 “여기 적혀있으니 직접 눈으로 보라”는 식의 부실한 설명으로는 약관상의 오류로 발생했던 자살보험금 미지급·연금보험 축소 지급 사태로 땅에 떨어진 보험 소비자의 신뢰와 이해도를 끌어올릴 수 없다. 약관이 어려울수록 소비자와 보험 산업간 간격 또한 멀어질 것이다.


문법에 어긋난 문장은 둘째 치더라도 앞서 예시로 제시한 용어 중 난해한 한자어와 외래어, 일본식 표현은 쉬운 우리말이나 풀어 쓰는 방식으로 순화해야 하는 단어다. 미국은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1960년대부터 쉬운 언어 쓰기 운동을 시작해 2010년 쉬운 글쓰기 법 제정으로 이를 뒷받침했다. 어렵게 작성한 공공문서로 인해 낭비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자는 이유에서다. 영국도 1970년대부터 쉬운 영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선 매년 보험약관의 용어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소비자가 체감할만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최근 보험개발원이 내놓은 보험약관 이해도 평가 결과를 보면 약관 이해도 점수가 낙제점에 머물렀고 지난해보다 도리어 떨어지기까지 했다. 소비자가 보험 상품이나 약관을 들여다보더라도 용어로 인해 오인할 요소가 충분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금융당국과 보험사가 소비자 보호를 위해 알기 어려운 용어를 정리하고 개선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보험약관이 난수표라는 오명을 벗고 누구에게나 쉽고 친절한 문서로 거듭나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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