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日 악재' 속 민노총 총파업을 바라보는 안타까움

최봉석

aria0820@naver.com | 2019-07-17 09:03:29


[토요경제=최봉석 기자] 한국 노사관계 혹은 노동문제에서 합리적으로 잘 설명되지 않은 기이한 현상이 바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리고 정권이 바뀐 뒤에도 몇년 간 '강성 흉내'를 내며 자신들의 주가를 높인다는 사실이다.


공교롭게 그지없게도 쌍용차 파업 사태, 까르푸 노동자 해고 사건, 코오롱 정리해고 문제, GS칼텍스 노사 대충돌 등 대한민국 노사 갈등 전체의 주된 흐름을 형성하는 굵직굵직한 이슈들은 그러한 흐름과 맞물리면서 터져 나왔고 세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으며 노조의 위상을 드높였다.


따지고 보면 노동환경 개선과 노동자 인권 개혁을 요구하며 분신한 전태일 열사를 '노동운동의 횃불'이라며 노동계가 70년대 그리고 80년대 그리고 90년대, 그리고 2000년대에 이어 오늘까지, 노동운동 전체의 주된 흐름을 형성하고 리드하며 정부를 압박하며 어깨에 힘이 들어간 것도 모두 대기업 노조냐 중소기업 노조냐, 상급단체가 민주노총이냐 한국노총이냐의 차이가 달라서 그렇지 '노동'이라는 순수성에서는 크게 차이 날 것이 없다.


왜 그럴까. 노동운동은 아니 노동조합 가입은, '재벌' 혹은 '갑'으로 묘사되는 사측의 부당하고 비열하고 모순된 행태에 적극적으로 맞대응할 수 있는 '합법적 투쟁'이기 때문에 적당한 수준에서의 사측과의 대립각 형성, 즉 무력 행위를 통한 저항은 묘한 통괘감을 주기 때문일까.


아니 어쩌면 노동자 개개인의 가치가 '노조'에 가입되지 않을 경우 또는 상급단체의 힘을 빌리지 않을 경우, 근로자가 존중받지 못하는 시대가 만들어지면서 발생하는 현실은 물론이고 모순과 문제를 해결하고 모색하는 능력이 상당부분 부족해서는 아닐까.


그 원인이 어디에 있던 노동자들은 시대가 바뀌고 또 적폐 정권을 시민들의 힘으로 역사 속에 사라지게 해 '친노동적인' 문재인 정부가 출범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투쟁'이라는 깃발 아래 뭔가에 반대하고 거부하며 자신들의 이해와 요구를 관철시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정의고 우리는 선이고 우리는 무조건 옳다'는 독특한 공식과 관행을 나열하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그렇게 해 '과거가 되버린' '반시대적 사고가 되버린' '아날로그가 되버린' 노동 우선주의에 기괴한 의미를 부여하고, 또 이런 저런 이유로 "경제가 어렵다"고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로 외쳐대도 그들은 '굉장히' 능동적인(?) 디지털적인(?) 해석을 통해 '경제는 어렵지 않아, 보수 언론들이 만들어 놓은 논리일 뿐이야'라며 자신들의 임금을 올리는 그러한 투쟁적 행동이 '역사 참여'라는 정답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입이 여럿이면 쇠도 녹인다'는 속담처럼, 그들은 단체 행동을 통해 사측을 무력화시키고 정권을 굴복시켜 자신들의 주가를 높였던 '그런 구시대'가 현재진행형이 되기를 여전히 바란다는 것을 뜻을 의미하고 있어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가 3년차로 접어 들었다. 노동계는 현 정부의 노동 정책에 대해 집권 초기의 개혁동력이 사라졌고 심지어 노동존중 사회가 아닌 '고통스러움'의 사회라고 표현하고 있다. 심지어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도 이러지 않았다라며 노동 현장의 곳곳에서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판을 극대화시킬 때로 극대화시키고 있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대기업과 재벌은 해체시키고 노동자 권리와 삶의 질이 향상되는, 즉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이 눈 앞에서 펼쳐지는 경천동지할 일이 벌어질 것 같았지만, 사회적 대화는 꼬이고, 해법은 가지각색이며, 노동현안에 대한 합의는 이뤄지지 않고, 그래서 최근에는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한 내년도 최저임금 2.87% 인상안(8590원)을 놓고 노동계는 다시 이명박 박근혜 시절로 되돌아가는 것이나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오죽하면 박근혜 정권 시절에도 국민은 내내 "경제가 어렵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에 대한 노동계의 기대치가 너무 높았다가 일순간 실망이 크다는 이유로 '지난 10년이 그립다'는 어처구니 없는 주장까지 나오겠는가. 여기엔 '노동계'의 잘못은 티클만큼도 없다는 함정과 모순이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직 사퇴를 선언하고, 오는 18일 총파업 등 전면투쟁에 나설 방침이다. 현대자동차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 차량을 생산하는 울산 4공장 노동조합원들은 최근 증산에 반대하고 특근까지 거부하고 나서며 투쟁에 나섰다. 민주노총의 최대 조직이 현대차 노조다. 설상가상으로 한국노총 역시 최임위 근로자위원직에서 사퇴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국민 대다수는 이러한 노조의 총파업 혹은 사내 파업투쟁 그리고 대정부투쟁을 한바탕 폭죽놀이 정도로, 한바탕 이벤트로, 아니 난리굿판 정도로 치부하고 있다. 시대는 그렇게 바뀌었다. 과거에 친노동적 사고방식을 가지며 노동운동에 손을 들어줬던 20~30대들도 이제는 40대가 돼 재벌해체만 줄기차게 외치는 비상식적 노동운동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고, 소박하게는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혹은 지원사격을 해주는 노동계가 되어야 한다고 그리고 그러한 그림이 당분간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것은 앞서 말했듯이 그렇게 해야만, 즉 노동운동이 노동운동 다워야만 노동환경 개선과 노동자 인권 개혁을 요구하며 분신한 전태일 열사를 '노동운동의 횃불'이라며 노동계가 인정하고 그렇게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정부의 모순과 이중성에 대해 비판하고 또 자신이 속한 사측의 비리와 모순에 비판하는 실천과정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는 말을 남겼다. 그렇다.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비상하는 까닭은 한 시대가 저물었기 때문이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지혜의 상징이다. 10년 만에 가장 낮은 최저임금 인상률과 탄력근로 기간 조정 문제 등으로 인해 노정 관계가 악화일로인 상황에서 노동계가 부엉이처럼 지혜로운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까.


지금은 결코 깃발을 들 때도, 날아오를 시기도 아니다. '한일 무역전쟁'이 현실화 된 위기 속에서 노동계의 파업이 본격화되고 대정부투쟁을 밥먹듯 카드로 꺼낼 경우 한국 경제가 쑥대밭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양대노총은 '최저임금 위원 전원 사퇴'라는 초강수로 정부를 압박할 때가 아니라는 의미다. 노동계는 지난 '그릇된 투쟁적 역사관'에 대한 재평가와 반성을 통해 미네르바 부엉이가 돼 노동자 다운 날개짓을 황혼이 시작될 무렵, 다시 펼치면 안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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