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막힌 하늘길에 기내식 생산 공장 '셧다운'

하루 생산량 7만→3천식으로 급감...항공업계 "정부 지원 절실" 한 목소리

최봉석

bstaiji@sateconomy.co.kr | 2020-04-02 17:10:23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대한민국을 비롯한 전 세계 하늘길이 꽉 막힌 가운데, 국내 항공사는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쉴새없이 바쁘게 기내식을 만들어야 할 공정은 사실상 ‘멈춤’ 상태다. (사진제공=대한항공)

[토요경제=최봉석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 선언 사태로 최근 대부분의 하늘길이 극도로 좁아져 항공업계가 생존마저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자, 기내식 생산 시설은 현재 사실상 휴업 상태와 마찬가지가 됐다.


일반적으로 기내식 사업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18~20% 정도인 까닭에 항공사에선 이른바 '알짜사업'으로 불린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발생한 기나긴 불황에 신음하고 있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대한민국을 비롯한 전 세계 하늘길이 꽉 막힌 가운데, 국내 항공사는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쉴새없이 바쁘게 기내식을 만들어야 할 공정은 사실상 ‘멈춤’ 상태다.


지난 달 말 기준으로 고작 하루 2900식만 생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기내식을 공급하는 항공사도 2개까지 줄어들었다.

인천공항 활주로 측면에 맞닿은 곳에 있는 대한항공 인천 기내식 센터의 현 상황은 힘겨운 국내 항공사들의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는 척도다. 이 곳은 대한항공을 비롯해 총 약 30개의 글로벌 항공사에게 기내식을 생산·납품하는 국내의 대표적 기내식 생산기지다.


하지만 이 곳은 과거 대한항공 자사 뿐 아니라 인천공항에 취항하는 외국 항공사에서 사용될 기내식을 최종 준비하고 항공기에 탑재하는 업무를 하는 곳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말 그대로 썰렁한 상태.


인천공항 활주로 측면에 맞닿은 곳에 있는 대한항공 인천 기내식 센터의 현 상황은 힘겨운 국내 항공사들의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는 척도다. 이 곳은 대한항공을 비롯해 총 약 30개의 글로벌 항공사에게 기내식을 생산·납품하는 국내의 대표적 기내식 생산기지다. (사진제공=대한항공)

복수의 현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곳의 냉장고 시설은 현재 창고로 사용되고 있다. 또 평소라면 기내식이 포장된 상태로 전 세계 하늘을 날고 있는 항공기에 차곡차곡 실려 탑승객들에게 음식을 전달하느라 바삐 움직여야 할 밀 카트(Meal Cart)들도 가득 쌓여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한항공뿐 아니라 전 세계의 항공사가 멈춰서면서 밀 카트들은 생산공장에서 자리만 차지하는 신세가 된 셈이다.


이 업체의 지난해 하루 생산량은 7만 1천식(1식: 한 사람이 기내에서 먹는 1회 식사) 정도였다. 지난 2017년 10월엔 하루 생산량이 8만 9906식으로 최고점을 찍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지난주에는 이 수치가 3천700식으로 줄었다. 이번 주에는 더 줄어 일일 3천식 정도만 생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량이 20분의 1 넘게 줄어든 꼴이다.


코로나19로 모든 산업이 깊은 나락 속으로 빠지고 있는 가운데, 항공업계가 그 충격을 고스란히 온 몸으로 받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형국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하늘길이 꽉 막혀 수요창출이 불가능한 가운데 상당한 고정비 압박이 지속되며 2~3개월 안에 모두 도산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섞인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현장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도 강제 휴가사용에서 아예 일자리를 잃는 어쩔 수 없는 ‘해고’로 이어지고 있다. 정년퇴직도 많아졌다. 이 공장은 평소 하루 1천300명이 출근했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일 출근자 수가 300명에 불과하다. 현장 노동자들이 대부분 '파견업체' 소속이라는 점에서, 출근하지 못한 1천여명의 노동자들은 대부분 비정규직 노동자로 추정된다.


앞서 항공업계가 무너지면 사라지는 일자리의 규모가 어마어마한 수준일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현재 대한민국 항공산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종사자들만해도 25만여명 정도로 추정된다. 만약 이 같은 상황이 지속돼 국내 항공산업이 붕괴될 경우 당장 일자리 16만개가 사라지고, GDP 11조원이 감소한다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분석도 나온 상태다.


사진제공=대한항공

대한항공은 이날 출입기자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이처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내식 기판사업본부 실태 공개 행사를 진행하며 지난 달 첫주 이후 9주 연속 일일 생산량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는 '처참한' 현실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언론에 공개된 이날, 약 20개의 작업라인 가운데 불과 3개 라인만 가동이 됐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 대한민국 국적항공사들은 자구책으로 급여반납, 유·무급휴직 등을 시행 중이지만 항공사의 개별적인 노력으로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정부에서 현재 강구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펼쳐놓고 즉각적이고 과감한 지원이 이뤄져야 할 시점이다. 만약 골든타임을 놓치면 국내 항공산업의 ‘생존’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장의 한 관계자는 "멈춰선 항공기들과 기내식 공정, 갈 곳을 기다리고 있는 기내식 밀 카트가 얼마 후 쉴 새 없이 움직일 수 있기 위해 바로 과감하고도 적극적인 맞춤형 지원책 필요하다"며 "정부의 도움이 절실한 이들의 외침을 외면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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