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스폰지밥’ 전태열 성우, 웃음과 열정이 담긴 목소리

“동기 김태균과 작업 정말 만족스러워”

홍승우

hongswzz@naver.com | 2015-02-05 18:14:20

▲ 전태열 성우
[토요경제=홍승우 기자] 오는 2월 18일에 영화 ‘스폰지밥 3D’가 개봉한다. ‘스폰지밥’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캐릭터다.
‘스폰지밥’은 미국 니켈로디언에서 1999년부터 제작한 애니메이션으로 국내에선 EBS를 통해 ‘네모네모 스펀지송’으로 소개됐다. 당시 주인공 역은 김승준 성우가 맡았다.
이후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 JEI 재능 TV, 투니버스, 니켈로디언 코리아 등에서 제목과 성우를 교체하면서 ‘스폰지밥’역을 전태열 성우가 맡게 됐다.
전태열 성우는 이후 ‘스폰지밥’역할을 계속 도맡아하면서 비록 짧은 기간을 했지만 먼저 역할을 맡았던 성우 김승준 씨를 제치고 ‘원조 스폰지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본지에서는 영화 ‘스폰지밥 3D’ 개봉을 앞두고 ‘원조 스폰지밥’ 전태열 성우와의 유쾌한 인터뷰를 준비했다.

토요경제(이하 토요): 학력을 보니 서울예술전문대(현 서울예술대학) 출신이다. 성우를 하기위해 진학한 것인가?


전태열 성우(이하 전): 성우를 하려고 생각했던 적은 없다. 사실 서울예전에 진학하게 된 이유는 재수를 하기 싫어서 그랬다. 재수는 아니다싶어 전문대를 가겠다고 아버지께 말씀드리고 허락을 구했다.
허락을 받고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가야겠다고 결심해 지도를 펼쳐놓고 살펴봤다. 가장 가까웠던 곳이 바로 서울예전이었다.


토요: 굉장히 특이한 경우다.


: 그런 소리를 많이 들었다.(웃음) 사실 서울예전도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당시 실기나 면접이 꽤 중요했는데 면접당시 그곳에 온 응시학생들을 보고 기가 죽었다. 다들 연예인처럼 잘생기고 예쁜 사람들이더라. 또 연극을 했던 친구들이나 이쪽분야 경험이 많은 친구들이 많았다.
그런데 합격했다고 연락이 와서 뜻밖이었다. 그리고 막상 다녀보니 성격과 딱 맞았다.
개인적으로 활동적인 걸 좋아하는데 과제나 수업이 앉아서 듣는 것보다는 팀별로 실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주어졌다.
돌이켜보면 학교를 정말 좋아했던 것 같다. 수업이 끝나도 집에 잘 안가고 학교에 남아있는 친구를 ‘베짱이’라고 했는데 딱 그런 경우였다.(웃음) 재학당시엔 정말 집보다 학교에 더 많이 있었던 것 같다.


토요: 서울예전이면 연예인들이 많은데 동기들은 누가 있나?


: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이다. 탤런트로는 전도연과 예지원이 있다. 특히 개그맨들은 유재석과 이번에 작품을 같이한 김태균이 있다.
과 특성상 여러 분야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 TV 연기부터 라디오 연기, 방송제작과 관련된 PD, 작가 등을 할 수 있는데 연기를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어서 졸업하면서 탤런트 공채시험을 많이 봤다.
당연히 탤런트 시험은 떨어지더라.(웃음) 그 때 탤런트뿐만 아니라 성우 공채시험도 봤는데 라디오 연기 수업을 들으면서 성우가 특성에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토요: 동기 김태균과 함께 작품을 했는데 어땠나?


: 태균이는 정말 재주가 많은 친구다. 모든 수업에서 재능을 보였다. 노래나 연기도 잘하고 목소리도 좋아 성우 수업에서도 특출했다. 사람을 웃기는 재주도 있었지만 정말 개그맨 쪽으로 갈지 생각 못했다. 그만큼 재주가 뛰어난 친구다.
이번에 함께 작품을 하게 되면서 태균이의 재주를 또 다시 확인했다. 녹음작업환경 상 호흡을 맞춘 건 아니지만 본 적이 있는데 전문가더라. 감정표현이나 목소리 변화가 프로급이었다.


토요: 녹음할 때 호흡을 맞추지 않았다는 게 무슨 뜻인가?


: 이번에 함께 한 작품은 영화라서 녹음을 따로 한다. TV·라디오 방송 녹음과 극장판 녹음은 작업환경이 다르다.
TV·라디오 녹음은 출연하는 성우들이 같이 녹음하는 게 일반적이고, 극장판 녹음은 개인별로 한다.
장단점이 있는데 성우들과 함께 녹음을 하는 경우엔 상대방의 목소리 강약이나 톤에 따라 호흡을 맞추기 때문에 결과물을 보면 정말 자연스럽다. 하지만 배역 몰입도가 약해지기도 한다.
한편 개인별로 녹음을 할 때는 작업에 몰입도가 굉장히 높아지는 효과가 있지만 가끔 부자연스럽다고 느낄 때가 있다.
가령 누군가 화가 나서 다그치자 상대방이 주눅이 든 상황이라 치자. 이 때 화난 목소리에 강도에 따라 상대적으로 주눅이 든 목소리에도 차이가 생기는데 개인별 녹음은 그걸 알 수 없다. 예상을 해야 하는데 그게 좀 어렵다.


▲ 전태열 성우가 마이크 앞에서 찍은 사진이 별로 없다며 따로 사진을 보내주었다.
토요: 그 밖에 어려운 점이나 녹음할 때 에피소드는?

: 특화된 분야가 애니메이션 쪽인데 아무래도 국내 애니메이션보다 수입 애니메이션 같은 경우에 입모양이나 타이밍이 맞지 않아 고민될 때가 있다.
만약 우리말로 ‘아’라는 발음을 해야 하는데 입모양은 ‘오’라면 수정하거나 타이밍을 조절한다. 그런데 아무리해도 안 맞는 경우가 있어 힘들다. 이번에 녹음했던 영화 ‘스폰지밥 3D’는 캐릭터가 3차원 그래픽이라 더 세밀해 신경을 많이 썼다.
에피소드는 많지 않지만 한 가지 떠오르는 게 있다. 당시 선배님들과 녹음을 하고 있었는데 대선배님들도 계셨다. 그 때 맡은 역이 김구를 고문하는 일본순사 역이었는데 대선배님들 중 한 분이 ‘김 씨’였다.
정확한 대사가 생각나진 않지만 ‘김구 선생! 네가 한 짓 맞지?’ 이런 대사였던 거 같다.
그런데 대선배님 존함을 대면서 ‘네가 한 짓 맞지?’라고 했다. 뒤에서 술렁거리고 PD님이 녹음을 중단하면서 조용히 ‘음, 지금 뭐하는 거야? 뭐라 그랬냐?’라고 말했을 때까지도 왜 그런지 눈치 채지 못했다. 정말 식은땀이 나는 순간이었다.


토요: 따로 목 관리하는 방법은?


: 성대가 인체기관 중에 제일 천천히 노화가 진행되는 기관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목 관리를 함부로 하지 않지만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따뜻한 음료를 많이 마신다거나 목을 최대한 따뜻하게 하려고 한다.
남자 성우들의 경우엔 술, 담배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데 둘 중에 하나는 하지 말자고 결심하고 입사를 하면서 담배를 끊었다. 술은 녹음이 끝나고 회식자리도 있고 좋아하기도 해서 끊지 않았다.(웃음) 그리고 계절영향을 많이 받는데 겨울이나 여름이 가장 고비다. 겨울은 물론 춥기도 하지만 실내에서 히터를 틀어놓으면 건조해지고, 여름엔 에어컨 바람이 목에 치명적이다.
특히 저는 여름에 감기에 심하게 걸리는 경우가 많은데 여러 성우들과 함께하거나 조정이 힘든 녹음 일정이 있으면 정말 민폐다. 나도 힘들지만 마무리 작업을 하고 넘겨야 하는 연출PD들은 정말 난처해한다.
또 목을 쓰는 직업이다 보니 목이 예민한데 요새 미세먼지가 많아지면서 목이 따끔거리는 게 느껴진다. 그래서 마스크를 하고 다니기도 한다.


토요: 일반적인 국내 성우 환경이 어떤가?


: 국내에서 성우는 보통 공채로 들어가는 게 대부분이다. 제 경우엔 EBS공채로 들어갔는데 지금은 2년이지만 당시엔 3년 전속생활을 해야 했다.
일반 직장처럼 출퇴근하고 배정된 프로그램에만 참여할 수 있다. 전속생활이 끝나면 전속생활을 하거나 프리랜서로 활동하거나 두 가지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 프리랜서로 활동한다. 저도 마찬가지지만 아무래도 다양하고 많은 기회가 있기 때문에 선호하는 것 같다.
성우 교육환경은 전문 성우가 개인적으로 가르쳐주기도 하지만 최근엔 성우 학원 등 교육환경은 많이 발전한 것 같더라. 하지만 일단 성우가 되면 배우거나 발전하는 건 개인적인 노력이 중요하다. 때로는 선배 성우들이 하는 걸 보면서 따라 해보기도 한다.
특히 예전에 외국 프로그램에서 ‘The Simpsons’ 성우들이 출연한 적이 있었는데 성우로서 굉장히 깜짝 놀랐다. 국내에도 일인 다역하는 경우가 많지만 같은 나이 대의 목소리를 다양하게 내는 걸 보면서 많이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토요: 이번에 컬투와 함께 작업한 것처럼 전문 성우가 아닌 연예인들이 성우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에 대한 견해는?


: 보통 홍보를 목적으로 연예인을 성우로 쓰는 경우가 많다. 시대의 흐름이다. 저 또한 그런 것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홍보도 잘되고 작품에 잘 어울리면 정말 좋다.(웃음) 이번에 컬투와의 작업도 굉장히 만족스러웠고 배울 점도 많아서 즐거웠다.
단지 성우로서 연예인을 성우로 쓸 때도 작품적인 면을 더욱 중요시 생각했으면 좋겠다. 가끔 연예인을 성우로 쓰는 경우 목소리가 이질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보통 애니메이션에서 필요한 목소리는 발랄하고 약간은 오버스러운 연기가 필요한데 전문 성우가 아닌 경우엔 다른 성우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동떨어진 목소리 연기를 할 때가 있다. 그럴 땐 작품적인 면에서 아쉽기도 하다.


토요: 마지막으로 가장 존경하는 선배님은?


: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그 때마다 주저 없이 이인성 선생님이라고 말한다. 제가 생각하는 성우 모습 그대로다.
이인성 선생님은 지금도 저보다 시사(성우용어: 영상과 대본을 미리 맞추는 작업)를 더 많이 하신다. 대본 숙지는 물론이고, 내용을 더 재밌게 하기 위해 수정안을 3가지를 가져오기도 하신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을 갖고 계시면서도 그렇게 열정적으로 노력하시는 걸 보면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게 된다.
만약에 성우를 꿈꾸거나 시작한 후배들이 있다면 정말 노력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시사가 정말 중요한데 저도 년차가 되다보니 시사를 했는지 안했는지는 좀 보이더라.(웃음) 또 성우직업에 특성상 다른 성우들과 함께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으니 시간 엄수는 필수라고 할 수 있겠다.


올해로 성우 18년차인 그는 시종일관 유쾌하고 가끔은 진지한 과연 ‘스폰지밥’이라 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전태열 성우는 끝으로 다양한 캐릭터를 꾸준히 오래하고 싶다며 열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가 오랫동안 한국 ‘스폰지밥’으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그 열정에서 나온 게 아닐까.
또한 이번 영화 ‘스폰지밥 3D’가 많이 흥행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 오는 18일 3D로 개봉하는 영화 '스폰지밥 3D'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