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제약업계 '리베이트'… 제네릭 난립 해소해야
리베이트 처벌 규정 강화됐지만 영업대행사 이용 등 수법 교묘해져
김시우
ksw@sateconomy.co.kr | 2020-07-16 09:00:35
[토요경제=김시우 기자] 제약업계 리베이트가 처벌강화를 비웃기라도 하듯 끊이지 않고 있다. 과거에는 금품이나 향응 제공 등이 직접적으로 이뤄졌지만 현재는 우회적으로 영업대행사를 통하는 등 수법이 교묘해졌다. 이에 국내 제약 리베이트의 근원인 제네릭 난립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리베이트는 지불 대금이나 이자의 일부 상당액을 지불인에게 되돌려주는 것을 말한다. 의료계에선 특정 제약회사의 약을 처방해주고, 리베이트를 받는 경우가 있다.
16일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는 지난 8일 약 10시간에 걸쳐 서울 서초구 중외제약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중외제약은 대형병원과 공공의료기관 의사 수백 명과 자사가 공급하는 의약품 처방을 위한 리베이트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에 걸쳐 약 400억원 규모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중외제약과 의약품 사용을 위해 리베이트 계약을 맺은 의사는 전국적으로 600명 규모이며 삼성의료원과 서울아산병원, 원자력병원 등 주요 대형병원과 지방의 종합병원 의사들이 포함됐다.
중외제약 영업사원들은 리베이트 계약을 체결한 의사들이 자사의 의약품을 처방하면 최소 3%에서 최대 35%까지 일정 금액을 지급했다.
지난달에는 대웅제약에서 신종 리베이트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영업사원을 동원해 병원·약국 등 거래처로부터 처방 내역 등 정보가 담긴 통계를 불법 열람·입수했다는 내부고발이 나온 것이다.
내부고발을 한 직원 A씨에 따르면 대웅제약 영업직원들은 병원을 대신해 보험 청구대행을 하면서 병원 처방통계를 수집했다. 영업직원이 가져온 통계를 두고 사측은 영업 및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데 활용했다.
특히나 이들 회사가 받은 빈축은 더 컸다. 중외제약과 대웅제약 등 대형 제약회사들은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을 도입·운영해 왔기 때문이다. 또 반부패경영시스템 ‘ISO37001’ 인증제를 도입해 내부 부패 및 리베이트 단속을 강화해왔다.
앞서 지난 1월17일에는 한국노바티스 불법 리베이트 혐의에 대해 유죄 판정이 내려졌다. 지난 2016년 2월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해당 사건은 수년간 법정 공방을 이어 오다 결국 노바티스 벌금형으로 끝이 났다.
제약사 리베이트는 이뿐만 아니다. 올해 초와 지난해, 이전에도 국제약품, 동아제약, 유유제약, 동성제약 등이 리베이트 혐의로 처벌을 받거나 수사를 받았다.
불법 리베이트를 방지하는 법은 있다. 지난 2010년부터 ‘리베이트 쌍벌제’를 시행하고 있다. 불법 리베이트를 준 업체뿐 아니라, 받은 의료인까지 모두 처벌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불법 리베이트 수수 사실이 적발된 업체, 의사 양쪽 모두 3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의사는 최대 1년의 면허자격 정지 또는 취소 처분까지 받게 된다. 또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고객 유인 행위’ 혐의로 리베이트를 준 업체를 조사하고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또 2018년 시행된 약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의약품 공급자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칭하는 바에 따라 매 회계연도 종료 후 3개월 이내에 약사·한약사·의료인·의료기관 개설자 또는 종사자에게 제공한 경제적 이익 등 내역에 관한 지출 보고서를 작성한다. 해당 지출 보고서와 관련 장부 및 근거 자료는 5년간 보관해야 한다.
그러나 처벌 규정을 강화했음에도 리베이트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난해 국정감사 기간 보건복지부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의약품 업계(제약사·도매상)에서 총 188건, 495억 원대 불법 리베이트 사례가 적발됐다. 연도별로는 2015년 30건(108억 원), 2016년 96건(220억 원), 2017년 35건(130억 원), 2018년 27건(37억 원)이다.
오히려 규제와 처벌이 강화되자 되레 방법만 교묘해졌다. 최근엔 영업대행사(CSO)를 통한 우회 영업으로 리베이트에 준하는 행위가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에선 제약사가 의약품의 개발ㆍ생산에만 집중하란 취지로 만들어졌지만, 국내 의료현장에선 불법 리베이트 창구로 악용됐다.
CSO는 보건당국의 관리감독 사각지대에도 놓여있다. 현재 약사법은 의약품 제조자, 수입자, 도매상 등 의약품공급자가 의료인, 약사에게 리베이트를 주는 경우만을 처벌하고 있다. CSO가 간혹 리베이트 사건에서 제약사와 공동정범 등으로 처벌되긴 하지만 명시적인 처벌 대상은 아니다.
강력해진 처벌조항에도 리베이트가 살아남는 원인으로는 다수가 있지만, 업계는 제네릭의 난립을 중점적으로 꼽는다. 이에 공동 생물학적동등성 시험을 제한해 국내 제약 리베이트의 근원인 제네릭 난립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생물학적동등성시험(생동성시험)은 오리지널 의약품과 주성분이 같은 제네릭 의약품에 대해 안전성과 효능이 같은지 입증하는 시험이다. 비용은 수천만원정도 들어가는데 인정받은 위탁제조업체에 맡길 경우 어느 제약사나 모두 제네릭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다수의 제약사들이 나란히 라이선스를 받아 같은 약을 팔다보니 과당경쟁과 함께 리베이트가 심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정부는 최근 공동 생동성시험을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제약업계의 반대에 부딪혀 공동 생동성시험 허용 업체 수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공동 생동성시험 허용을 제한하면 제네릭 시장에 참여하는 제약사 수가 크게 줄고 그만큼 과당경쟁도 해소할 수 있다.
한 제약회사 영업직 관계자는 “약사법 개정 전엔 제약사 리베이트는 하나의 관행으로 여겨지기도 했다”며 “같은 성분의 약을 두고 많게는 수백여 제약사가 뛰어드는 구조라 자사의 제품을 처방하게하려면 리베이트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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