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재용 日 방문, 경제보복 사라질까
최봉석
aria0820@naver.com | 2019-07-10 09:32:03
[토요경제=최봉석 기자]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우월주의' 사고방식에 매몰된 '못된' 행보를 펼치고 있다. 초유의 경제보복이 바로 그 것이다. 문제는 일본의 진짜 속내는 따로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런 속내를 읽지 못하는 듯 우리 기업들도 일본의 공룡 놀이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일부 정치인의 '친일적' 움직임이야 '정치적 행보'로 치부할 수 있지만, 몇몇 기업인들의 '수상한' 행보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마치 일본이 조금 더 한국 정부를 압박해 한국 사회를 교란시켜주길 바라는 '그들의 바람'과 한 배를 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일본의 대표적 우익지 '산케이신문'의 4일자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현재 27개국인 '화이트 국가'에서 한국을 아예 제외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공청회를 거치고, 정령(政令)을 개정하는 등 절차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어처구니 없는 무역 공격을 가한 일본에 대한 경제공학적인 비판보다, 피해자인 우리가 더욱 마치 일본이라는 나라에 '사죄병'이라도 걸린 듯 굽신거리며 불안해하고 초조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일 무역 대란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한국은 앞으로 국제 사회에서 불량국가 대접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며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연일 높이고 있는 일각의 모습은 그런 유형의 행태에서 단연 '압권'이다. 이들은 마치 '굴욕적인'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한일 관계'가 가장 우월하고 아름다웠다는, 그래서 우리의 모든 것을 대바겐세일해야 한다는 관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사방에서 거센 비난과 불만을 쏟아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는 '강경한' 태도로 일본 정부와 대립각을 형성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한국의 기업들에게 피해가 실제적으로 발생할 경우 우리 정부로서도 필요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우리 기업이 피해를 보면 맞대응하겠다는 첫 경고장을 보내면서 일본의 보복 조치 철회를 요구했는데, 문재인 정부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진영에선 '한국을 더욱 고립시키는 것 아니냐'며 반발을 거듭하는 이유다.
이 같은 과거 정부와 확 달라진 일련의 양국간 흐름을 통해서도 읽을 수 있듯 일본은 분명히 '한국 길들이기'를 시도하고 있으나, 이 같은 변화는 다분히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에 타격을 주면서 옷을 갈아입는 정도의 외피적 변화가 아니라 한국 국가신뢰도에 타격을 주고, 친일적 정권을 수립하겠다는 정도의 일본 수뇌부의 집단적 '발작과 '교활함'이 내포돼 있어 그들의 옷자락 속에 숨겨 있는 비수의 칼날의 날카로움까지 알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정치권 일각의 모습과 몇몇 기업인들의 모습은 현 한일간 경제위기 속에서 향후 정국의 헤게모니를 놓고 사실상 "일본의, 일본을 위한, 일본에 의한" 발걸음을 하고 있다.
일본의 경제 보복과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30개 주요 대기업 총수들과 갖기로 한 간담회를 갖기로 했다. 그리고 일부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일본 출장으로 간담회에 불참할 예정이다.
청와대와 정부가 기업들을 계속해서 만나 일본의 추가 보복 조치에 대해 '해법'을 찾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견제하고 불쾌감을 갖는 일본 정부의 입장에선 일단 박수를 쳐줄 행보를 펼치고 있는 것으로, 이들 기업과 일본 정부 간 궁극적인 목표에 이르러서는 마치 쌍둥이인 것처럼 비슷한 점이 많이 놀라게 된다.
일본은 현재 미국의 비호 아래 군사 대국화를 꿈꾸고 있다. 헌법으로 금지된 전쟁에 참가하고 싶은 바람 역시 갖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에 대한 다양한 압박카드를 용의주도하게 준비하며 '정치대국화'라는 외교목표를 현실화시키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또 이를 위해 이들은 아베정부의 군국주의 행보를 현실화시키기 위해 일본 관료계에 포진된 '군국주의 사단'은 물론이고 한국 일부 정치권과 재계, 지식인 내 '친일 세력'과 손을 잡으며 그들의 궁극적인 방향을 위해 노를 젓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서 아베가 한국과의 관계를 벼랑 끝으로 내몰아도 좋다는 극단적 제스쳐를 취하며 한국 때리기에 나서고 있는 것처럼, 국내 일부 세력과 집단도 한·일 관계의 균열이 우려된다라며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이며 일본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일본을 방문 중인 이재용 부회장이 당분간 귀국 의사가 없음을 피력하고 있는 것과 관련, 일부 정치권과 재계는 기다렸다는 듯 "대통령 주재 총수 간담회에도 참석하지 못할 만큼 상황이 심각한 것"이라며 현 정부를 겨냥해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대한민국' 한 국가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누가 보더라도 '명백한' 보복 조치다. 이재용 부회장이 일본에 가서 재계 관계자를 연쇄 접촉한다고 해서 또한 일본 정재계에 인맥이 넓은 것으로 알려진 신동빈 롯데회장이 진두지휘를 한다고 해서 현 사태가 수습될 사안은 아니라는 의미다.
물론 기업 입장에선 한국 대통령과의 만남보다 '발 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한 발걸음이 더 중요할 수도 있지만, 단순한 일본 내 진영과의 친분과 교류 관계가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 조치를 타개하는 주체적 역할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혹자는 일본의 한국 때리기가 오는 21일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 승리를 위해 '보수 세력 결집'이라는 아베의 정치적 그림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본의 한국 압박은 단순한 때리기가 아니라 죽이기에 가깝다.
그리고 아베 정부는 현 문재인 정부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선 '작은 뇌를 가진 공룡'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즉, '큰 뇌를 가진 공룡'이 되기 위해 아베의 소원인 '전쟁할 수 있는 일본'으로 가야하고, 이를 위해선 현 한일관계를 대신할, 이명박 박근혜 정권 시절의 체제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일본 지도층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무력사용의 길을 열기 위한 바람에 국내 일부 정치권과 국내 일부 기업들이 한 배를 타고 있다.
누가 보더라도 아베의 이번 경제보복 움직임은 '경제'에 국한된 그림이 아니라는 것을 진보도 보수도 다 알아채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맞는 정치적 경제적 해법을 찾는 게 아니라,
우리 정부가 반도체 부품을 몰래 '북한에 빼돌렸다'고 호도하는 아베 총리의 주장에 마치 고개를 끄덕이듯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달래기에 주력하고 있는 안타까운 그림의 연속성이다.
이미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철회와 협의 요청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재계 인사들과의 두터운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평가받는 이재용 부회장이 청와대와의 간담회까지 빠지면서까지 현지에서 과연 묘책을 찾아낼 수 있을지 의문부호가 커지는 오늘이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