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기 2년 넘긴 SK 최태원 회장, “아... 조현아!”
‘땅콩 회항’에 무르익던 가석방 분위기도 ‘긴급 회항’
박진호
ck17@sateconomy.co.kr | 2015-02-05 13:15:24
승무원의 견과류 서비스를 문제 삼아 박창진 사무장 등에게 폭언과 폭행을 하고 램프리턴을 지시한 후 사무장을 강제로 하기시킨 일 등으로 구속 된 조 전 부사장은 이번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대되며 사회적 지위를 이용한 ‘갑(甲)질의 전형’이라는 비난을 받았고, 오랫동안 곪아왔던 대한항공의 오너 집안의 리스크가 터졌다는 비판의 중심에 섰다.
조 전 부사장 문제로 조양호 회장 일가의 과거 행동들이 회고됐으며 이번 사태를 기업 내부에서 발생한 해프닝으로 간주하고 싶었던 대한항공 측의 바람과는 달리 사회적인 사태로 확대됐다.
징역 3년, 단죄인가 배려인가
검찰이 징역 3년을 선고한 것을 두고도 많은 말이 오가고 있다. 단죄를 강조한 검찰이 고작 3년 밖에 구형을 하지 않았다며 여전히 ‘항공마피아’인 대한항공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대 징역 10년까지 나올 수 있다는 사항에서 검찰이 ‘중대한 범죄’라고 강조하며 3년을 구형한 것은 조 전 부사장에게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허락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징역 3년형은 집행유예가 선고될 수 있는 최고형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동안의 판례와 사례 등을 볼 때 조 전 부사장에 대해 이러한 사회적 비난과 단죄가 적극적으로 행해지는 것 자체가 과도하다는 지적은 물론 3년 구형 역시 여론을 의식한 높은 구형이라는 시각도 있다. 조 전 부사장에 대해 여론의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는 이도 있다. SK 최태원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은 지난 2013년 1월 31일, 배임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되어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후 여전이 영어의 몸이 되어 있다.
올 2월로 접어들며 형기의 절반인 2년을 채웠다. 이미 역대 기업총수 최장기 수감기록은 갱신한 상태다. 최 회장 이전, 가장 오랫동안 수감생활을 했던 기업총수는 임창욱 대상 명예회장이다. 임 회장은 2007년 2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특사로 사면될 때까지 약 10개월 간 수감생활을 했다. 최 회장은 이미 이 기록을 2배 이상 넘겼다.
최 회장이 가석방 요인인 형기의 3분의 1을 넘기며 가석방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졌지만 가능성은 현실로 이어지지 않았다. 기업인의 사회적 공과론을 평가하는 과거의 대통령들과 달리 과오에 대해 원칙을 강조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성격이 드러난 부분이 크다.
그러나 올해에는 최 회장의 가석방을 놓고 재계에서도 많은 대화가 오갔고 필요성이 적극적으로 개진되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두산그룹 박용만 회장은 지난달 1일, 박 대통령과 정부가 최 회장의 가석방에 대해 “간곡하게 다시 한 번 생각해줬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바람”이라며 “최 회장이 다시 태어나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전까지 주요 인사들이 재벌 총수의 사면과 관련한 필요성을 언급한 적은 있었지만, 최 회장을 직접 지목해서 직접적인 사면을 거론한 것은 박 회장이 처음이었다.
SK그룹, 최 회장 경영 공백에 신성장 동력 ‘비틀’
SK그룹 측에서는 최 회장의 부재가 막대한 손실로 이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SK하이닉스가 사상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어느 정도 선방하기는 했지만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등 기존의 주력사들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 회장이 직접 이끌었던 분야에서의 신사업 추진동력을 잃고 있다는 문제가 계속해서 거론되고 있다. 최 회장의 경영공백이 장기화되며, SK이노베이션은 차세대 사업으로 주목했던 태양광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이 과정에서 헬리오볼트의 매각을 추진했지만 여의치 않아 청산에 들어갔다.
SK하이닉스의 성공적인 실적도 최 회장의 결단이 이루어낸 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 회장은 회사 안팎에서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전망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음에도 2012년, 3조 5000억 원을 투입해 SK하이닉스를 인수했고, 이는 성과로 이어졌다. 이후에도 최 회장은 4조원의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반도체 시장에서 SK하이닉스를 강자로 키워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삼성전자, 마이크론과 함께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그러나 최 회장의 공백으로 이 같은 공격적인 경영이 실종됐다는 것이 SK그룹의 고민이다.
이는 SK뿐만 아니라 경제 활성화를 외치면서 뾰족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정부에도 부담이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우리나라와 가장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중국의 왕양(汪洋) 경제 담당 부총리가 지난 달 방한했을 당시, 왕 부총리는 국내 주요 그룹의 오너들을 만났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만났지만 재계서열 3위인 SK는 최 회장의 부재로 인해 이 자리에서 배제됐다.
결국 박 대통령의 ‘원칙 우선주의’에도 불구하고 최 회장의 사면은 시간문제로 받아들여졌다. 여기에 최 회장의 차녀가 해군에 소위로 임관하며 SK를 향한 ‘노블리스오블리주’의 우호적 여론도 형성됐다.
최태원 회장은 물론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 역시 각각 과체중과 시력 문제로 병역을 면제 받았음에도 차녀 민정씨가 여군 장교로 자원입대하자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 심지어 ‘소위 최민정’이 ‘충무공이순신함’에 승선하게 된다는 것 까지 뉴스가 될 만큼 여론이 환기됐다.
본인의 소위 임관 목적과는 상관없이 민정씨는 아버지 가석방의 잔다르크가 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사태는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특별사면을 단행하지 않겠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아무리 자신의 주관이 우선인 박 대통령이라 해도 국정지지율에서 20%대를 기록하고 있는 불안한 상황에서 여론의 향배를 감안하지 않는 행보는 쉽지가 않다.
설은 물론 삼일절까지 대통령이 빼내 들 ‘특별사면’의 이유에 해당하는 날들과 조건에 부합하는 필요충분조건이 갖춰졌지만, 조 전 부사장 사태로 사회적 합의가 원만치 않다는 것이 또다시 SK그룹과 최태원 회장의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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