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유통업체 꼼수 여전, 변종 SSM ‘활개’
‘이마트 에브리데이’ 변칙 운영 1년 만에 34배 급증
최병춘
obaite@naver.com | 2013-10-21 11:28:28
유통법 규제 피해 골목시장 장악, 중소상인 ‘울상’
물류는 물론 간판 그대로 사용 사실상 대형마켓
[토요경제=최병춘 기자] 대형유통업체가 개정된 유통법 규제를 교묘하게 피한 ‘변종’ 기업형슈퍼마켓(SSM)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논란이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대형마트와 달리 출점·영업규제를 받지 않는 이들 변종 SSM이 기존 대형유통업체를 중심으로 시장에 진출하고 있어 비판이 일고 있다. 이마트 에브리데이 리테일의 경우 변종 SSM으로 지적되는 곳이 1년 만에 무려 34배나 급증해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변종 SSM은 개인 사업자가 이마트 에브리데이 등의 대형 유통업체로부터 상품을 공급받는 것은 물론이고 별도의 수수료 없이 관련 상호까지 쓸 수 있는 새로운 유통망으로 상품공급점 또는 상품취급점으로 불린다.
상품공급점은 원래 중소 슈퍼마켓이 제조업체로부터 비교적 저가로 상품을 공급받는 대형 유통업체에 필요한 상품을 주문하고 구비할 목적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대형마트 규제를 강화한 유통법 개정이 올해 통과되면서 그 수가 급증한 것이다. 이를 두고 유통법 상 출점·영업 규제를 피하려는 대형 유통업체의 ‘꼼수’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상 상품공급점은 개인사업장으로 분류돼 의무휴업일과 영업시간에 제한이 없다.
◇출점·영업규제 받지 않는 변종SSM, 전국에 무려 666개
이 같은 변종SSM 시장은 국내 최대 유통업체 중 하나인 신세계 그룹의 이마트가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강후 새누리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변종 SSM이 전국에 총 666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 에브리데이 리테일이 340개로 가장 많았고 롯데쇼핑 321개, GS리테일이 3개, 홈플러스가 2개였다.
이중 대형유통업체와 같은 간판을 사용하며 변종 SSM 시장을 이끌고 있는 상품공급점의 점포수는 270개로 이마트 에브리데이 리테일이 236개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가장 많은 225개, 다음 서울이 150개, 인천이 48개 순으로 3개 중 2개는 수도권에 밀
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충남이 34개, 강원이 29개, 경북 28개 등 다른 지역들의 점포수는 비슷한 수준이었다.
특히 이마트 에브리데이 리테일의 경우 작년 5월에 10개에 불과하던 변종 SSM이 올해 9월에는 340개까지 늘어났다. 또 지난 연말까지 99개였던 점포수가 유통법 개정안이 통과한 올해 이후 갑자기 240여개나 늘어나는 등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전통시장과 골목 슈퍼마켓과 이들에게 물건을 공급하는 중소 유통도매상은 이들 변종 SSM이 대형 유통업체의 물류는 물론이고 간판과 전산시스템까지 쓰기 때문에 사실상 대기업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광주시 북구에서는 이마트 에브리데이 4곳이 연이어 입점하면서 주변의 중소 슈퍼마켓 수십 곳이 폐업하는 등 곳곳에서 피해사례가 나타났다. 이에 광주 지역 중소상인들이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상품공급점이 변종 SSM 가맹사업임을 밝혀달라는 취지의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변종’ SSM의 확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이번 국회감사에 주요 이슈로 떠오르며 정부의 대책 요구가 빗발쳤다.
이강후 새누리당 의원은 “변종 SSM은 신규출점 제한 등을 피하기 위한 대형유통업체의 고얀 상술 때문이다”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 의원은 “산업부 담당 공무원들이 현장실태조사도 제대로 해보지 않고 탁장행정으로 수수방관 해오는 과정에서 오히려 골목상권 침해를 방치하고 문제를 키운 측면이 크다”며 “지금이라도 정부가 골목상권과 중소상인의 피해를 해소하기 위해 유통법 개정 등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정희 민주당 의원도 유통법과 상생법에 따른 SSM 규제를 피해 등장한 유통대기업 브랜드를 사용하는 상품공급점 확산이 중소상인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유통대기업 브랜드를 사용하는 상품공급점이 중소기업청과 신세계간 상생협력 양해각서(MOU)가 파기된 후 전국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며 “협약서 파기를 공식화 할 수 있는 지난해 99개, 올해 9월 현재 241개의 이마트 에브리데이가 개점한 것은 신세계가 애초부터 협약이행 의지가 없음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마트 에브리데이와 같은 상품공급점이 유통대기업과 계약을체결해 상품을 공급받고 대기업 브랜드와 간판까지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다면 유통법상 직영점형 체인사업이나 프랜차이즈형 체인사업으로 볼 수도 있다”고 지적하며 상품공급점 규제 방안을 마련해야한다고 촉구했다.
같은 당 노영민 의원도 “대형유통업체들이 생산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독식하겠다는 것”이라며 “중기청은 중소상인 피해가 최소화 될 수 있도록 조속히 전수조사에 나서야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정부는 유통업계 대·중소업체의 합의체인 유통산업연합회를 통해 해결할 일이라는 입장을 보이며 문제 해결에서 한발 물러난 모양세다.
◇유통업계, 개선책 내놨지만 논란 계속 될 듯
대형유통업체는 상품취급점이라는 변칙적인 방법을 통해 점포를 확장한다는 비판이 일자 이달 10일 유통업계 합의체인 유통산업연합회를 통해 ‘상품공급점’에 대해 합의안을 내놓으며 진화에 나섰지만 상품공급점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합의안은 그동안 문제시 돼왔던 상품공급점의 대형 유통기업 간판·상호·로고사용을 금지하고 명칭을 ‘상품취급점’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대형마트 로고나 간판을 쓸 수 없게 되면서 일단 변종 SSM의 확산세는 다소 늦출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라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중간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대형 유통업체에서 바로 물건을 공급받기 때문에 지역 소매업자들과 가격경쟁력 면에서 뒤떨어 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소매업자들은 다소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지역 중소 도매업자들의 피해는 여전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변종 SSM 확산 논란에 대해 이마트 측 관계자는 “상품공급사업의 경우 매장 전체 제품 중 자사 제품 공급 비중이 10~15로 낮은 수준이고 다른 곳과 동일한 공급가가 책정되는 등 상생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간판 사용 금지나 업지 지원 등 오해의 소지가 되는 내용을 개선하는 합의안을 시행하다면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 밖에도 국내기업 뿐 아니라 일본계 SSM의 진출도 변종 SSM 확산에 한 몫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수성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일본계 SSM인 ‘트라이얼코리아’와 ‘바로’의 경우 현재 14개 매장을 운영중이며 지난해 잠정매출액이 무려 755억원에 달했다.
매장 1개당 평균매출액이 56억원인 셈이다. 특히 일본계 SSM의 경우 3000㎡미만의 중소형 매장만 운영하고 있어 유통법상 출점규제와 영업규제에서 제외대상이다.
한편, 지난달 이언주 민주당 의원은 상품공급점의 골목상권을 침해를 규제하는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어 향후 법안 통과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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