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로나 사태 속 매출 '0'시대...더 이상의 탈락자 없어야
최봉석
bstaiji@sateconomy.co.kr | 2020-03-09 12:59:56
[토요경제=최봉석 기자]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매일 접하다보면 대한민국은 코로나19 확산 사태 때문에 말 그대로 정신이 없다. 마스크를 쓴 기자들이 여전히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취재를 하고 있는 까닭에 '최신 뉴스'는 꾸역꾸역 생산되고 있고, 네티즌들은 정보 홍수 속에서 오늘은 또 얼마나 사망자가 나왔는지, 확진자는 얼마나 증가했는지, 대구와 경북 분위기는 어떠한지, 신천지는 왜 처벌하지 않는지 등에 집중적으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기자 역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말 그대로 '울고 싶은 심정'인 자영업자들을 종종 만나게 되면 분위기는 영 딴판이다. 이들과 골목식당에서 만나 소주잔을 기울이면서도 좀처럼 코로나 신규 확진자나 신천지, 한발 더 나아가 '코로나 사태'를 이용하며 4월 총선을 준비하는 정치권에 대해선 얘기를 하지 않는다. 굳이 기자가 화제로 삼으려 들라치면 "마스크가 없어.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구입해야 하지" 정도의 표현구를 통해 개운찮은 표정들이다.
오히려 이들의 관심은 온통 경제 이야기다. 굳이 경제전문가들이 아니더라도 빈사상태의 자영업자들이 죽어나가고 있고, 이로 인해 실물경제의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현장에서 위기의 한국경제를 직접 체감하고 있는 당사자들이 외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 기간 동안 주식에 투자한 투자자는 손실을 입었을 가능성이 크지만, 그것보다 주식투자를 하든 하지 않든 이제 '가계 부채'는 우리 서민사회 최대의 화두로 떠올랐고 온통 '부채 걱정'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 정국 속에서 가장 먼저 '빨간불'이 켜질 분야는 한국 경제의 뇌관이라고 불리는 가계부채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 19 사태가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달 13일 "코로나 19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고 그래서 이번 사태가 빨리 종식될 것이라고 알았더니 웬걸, 사태의 장기화 여파로 1% 초저금리 시대가 열릴 가능성이 커지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을 두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려는 그리고 현실화되고 있다. 코로나19의 공포감이 확산되되면서 9일 개장 직후부터 주가와 금리는 급락하고 안전자산인 금값이 상승하는 등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코로나19의 확산과 이로 인한 경기 충격 우려로 인해 투자 자금이 주식 등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머니 무브'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에 코로나19의 영향이 아직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추가 충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미 코로나19로 생계형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피해는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직격탄을 맞은 대구와 경북지역 뿐 아니라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많은 가게가 이달 말까지 휴업 조치에 들어갔며, 생활비라도 벌기 위해 연 곳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최근 기자와 만난 '관광업계 종사자'인 한 자영업자는 "한달간 수익이 없다"고 했고, 한 고깃집 식당 주인는 계산을 하려는 기자들 붙잡고 15분간 하소연을 쏟아냈다. 요지는 사람이 없어 굶어죽겠다는 것이었다. 과거에는 손님들로 북적였지만, 이제는 하루에 한 두 팀 정도라고 했다. 아르바이트생도 모두 정리했다고 했다. 이들은 이제 이러한 현실이 혹시 계속되는 것은 아닐까 하며 불안한 기색이다. 한결같이 "이번달까지는 어떻게 버텨보겠지만 다음달부터가 진짜 문제"라고 발만 동동 굴리고 있다.
특히 돈은 한푼도 들어오지 않고 있는데, 나가야 할 돈은 많아져서 한숨도 커지는 상황이다. 이미 건보료 미납자들에게는 체납 독촉장이 발송되고 있다. 정부와 국회에서 소상공인 지원 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매달 내야하는 '건강보험료' 감면 조치에 대해서는 아직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실정인 까닭에 어두워진 이들 자영업자의 얼굴빛은 정부의 무기력함에 일순 어두워졌을 것이 분명하다.
'착한 임대료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고 언론들도 일제히 보도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터라 매출 반토막을 경험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임대로 부담이 오히려 더 커졌다. 현실은 정반대다'며 "2월과 3월은 잔인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임시이사회를 열어 금리를 전격적으로 0.5%포인트 인하했다. 정부는 "3월 말에는 사태가 안정될 것"이라고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고 있지만 주요 예측 기관은 한국경제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란 경고다. 코로나 사태가 계속되고, 돌발상황이 계속 발생하고 있고, 자영업자들이 몰락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보완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정부가 내놓는 추경 등의 '자신감 가득한' 조치는 오히려 풍선을 터트릴 바늘이 될 것이라는 분석은 그래서 자영업자들의 입에서 나온다.
만약 이런 관측이 현실화된다면? 생각하기도 싫은 악몽이 우리를 덮칠 것이다. 그 피해는 단순히 자영업자들에게만 미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임은 작년 한일 무역분쟁 사태의 악몽이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매출 '0'시대가 열렸다. 일부 대기업이 코로나19 피해가 집중된 영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통신요금도 감면키로 했다고 하지만, 내수 소비가 냉랑하게 얼어붙은 상황에서 달라질 것은 하나도 없다.
내일이 힘든 자영업자에게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수많은 '탈락자'를 양산해 낼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이다. 이들이 살아날 수 있는 건 '시민사회'의 몫이 아니라 정부의 '몫'이라는 이야기다. 정부가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들이 죽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정말 서민경제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자꾸만 자문해 보게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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