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칼럼] 난데없는 ‘개싸움’
이정선
bellykim@daum.net | 2018-03-26 06:21:55
자유한국당과 경찰이 ‘미친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정치판이 경찰을 “몽둥이가 필요한 미친개, 정권의 사냥개”라고 비난하자, 경찰이 발끈하고 있다. 경찰은 ‘뭐 눈에는 뭐만 보이는 법’이라며 공격하고 있다.
‘막말 자제령’을 내렸던 홍준표 한국당 대표까지 가세, 경찰에게 ‘백골단’이라는 막말을 퍼붓고 있다.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은 “경찰 조직 전체에 대한 참기 힘든 모욕적 언사가 계속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그렇지만, 따져볼 게 있다. 강아지의 ‘견공오륜(犬公五倫)’이다. 개(犬公)도 자기들 사회의 윤리를 알고 지킬 것은 지킨다는 얘기다. ‘삼강오륜(三綱五倫)’을 빗댄 말이다.
사람은 ‘삼강오륜’을 종종 무시하지만 강아지는 ‘견공오륜’을 어기지 않는다. 그래서 견공은 ‘불특정다수의 사람’보다 낫다. 그런데 ‘미친개, ×개’ 논쟁이다. 그것도 ‘개의 해’에 벌이는 논쟁이다.
① 지주불폐(知主不吠)하니, 군신유의(君臣有義).
견공은 주인을 받든다. 주인을 향해서는 이빨을 드러내지 않는다. 반면 사람은 걸핏하면 윗사람에게 대들고 악담을 한다.
나라의 대통령 이름까지 이용해서 헐뜯고 있다. ‘문재앙, 문죄인, 문슬람, 문베충’ 등이다. 전직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다. ‘쥐박이, 닭근혜’가 대표적이다.
② 모색상사(毛色相似)하니, 부자유친(父子有親).
견공은 자기를 낳아준 어미를 닮는다. 사람은 때때로 부모를 닮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성형수술을 해서 얼굴은 물론이고 몸매까지 뜯어고친다. 머리털 색깔을 부모와 다르게 바꾸기도 한다. 견공은 성형수술도, 염색도 하지 않는다. 일편단심 ‘모색상사’다.
얼마 전에는, 서울 강북구의 20대 청년이 자기 아버지와 누나를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하기도 했다. 그 이유가 희한했다. “새로 산 침대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다.
③ 일폐중폐(一吠衆吠)하니, 붕우유신(朋友有信).
견공은 동료가 짖으면 일제히 따라서 짖어준다. ‘견공사회’의 의리다. 견공은 어려움에 처한 동료를 밟고 올라가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은 동료를 배반한다.
전북 전주에서 발생한 끔찍한 사건이 그랬다. 50대 환경미화원이 직장 동료를 살해하고 시신을 쓰레기봉투에 넣고 있었다. 그 시신을 쓰레기 소각장에서 처리하고 있었다. 대전에서는 직장 동료를 살해한 뒤 야산에 암매장한 40대가 검거되기도 했다.
④ 잉후원부(孕後遠夫)하니, 부부유별(夫婦有別).
견공은 새끼를 가지면 ‘성생활’을 기피한다. 수컷의 접근을 거부한다. 철저하게 ‘부부유별’이다.
사람은 그렇지 못하다. 충북 청주에서 60대 남편이 아내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고 있었다. 아내가 자신을 죽이려고 약을 먹이는 바람에 살해했다고 털어놓고 있었다.
성범죄는 말할 것도 없다. 오죽했으면 ‘미투 운동’이 번지고 있다. 심지어는 자신의 딸을 추행하고 폭행하는 못된 짓이 잊을 만하면 일어나고 있다. 광주에서는 자기가 낳은 아기를 아파트 복도에 버리고 누군가가 유기한 것처럼 신고한 여대생도 있었다.
⑤ 소부적대(小不敵大)하니, 장유유서(長幼有序).
‘견공사회’에는 돌이킬 수 없는 위계질서가 있다. 작은 견공은 큰 견공 앞에서 꼬리를 내린다. 먹이를 먹을 때에도 차례를 지킨다.
사람은 다르다. 지난달 대구에서는 10대 소년이 시내버스 안에서 “숨소리가 거칠다”는 이유로 60대 여성을 폭행해 숨지게 했다. 지난해 11월 충북 청주에서는 술 취한 10대 여학생 2명이 택시의 사이드미러를 발로 차고 있었다. “무슨 짓이냐”고 항의하는 택시 기사를 폭행하고 있었다. 택시 기사는 70대 노인이었다.
지난해 서울 양천구는 ‘행복한 양천 반려견 문화축제’를 열고 있었다. 양천구의 지도를 보면, 마치 강아지가 꼬리를 세운 채 오른쪽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모습이기 때문에 열렸다는 축제다. 그래서 양천구는 ‘세상에서 가장 개 같은 동네’라는 우스개가 온라인에서 퍼지고 있었다고 했다. 이랬었는데 ‘개의 해’에 난데없는 ‘개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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