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매장 근로자 '수난시대' 해법이 필요하다
김자혜
kjh@sateconomy.co.kr | 2018-10-22 17:09:55
[토요경제=김자혜 기자] 지난주 초부터 온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킨 사건이 발생했다. 그 사건에 붙은 이름은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이다. 이달 14일 발생한 사건인데 PC방 아르바이트직원 신모씨(21세)는 환불을 바로 해주지 않는 다는 이유로 가해자 김성수에게 무자비하게 살해 당한 것이다.
이 영화같은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온라인 상 뿐아니라 전국적으로 뜨거운 감자가 됐다. '경찰의 초동대처 미흡했다', '가해자가 조선족인것 아니냐', '동생도 공범이다' 등등 논란이 이어졌다. 이 가운데 피해자를 담당했던 의사가 피해자가 응급실에 도착한 당시 상태와 담당의로써 감정을 담담하게 써내려간 글이 화제가 되는가 하면 22일에는 가해자의 실명과 얼굴이 공개됐다. 이날 청와대 청원에는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감형반대'에 서명한 인원이 80만명을 돌파하며 역대 최다건수를 기록한다.
사건이 발생하고 4일 여만인 지난 18일, 한창 사건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기 시작했을때 즈음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시행됐다. 이는 산업안전보호법 개정안으로 고객을 직접 대면하거나 통신 등으로 상대하는 근로자가 고객의 폭언으로 건강 장해가 발생할 우려가 생기면 사업주가 업무를 일시 중간하거나 휴식을 부여한다는 내용이다. 만약 사업주가 감정근로자에 대한 조치를 미흡하게 할 경우 위반 횟수에 따라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리고 이날 이 법안을 쌍수들고 환영할것만 같은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에서는 '반쪽짜리' 법안이라며 개정해줄 것을 촉구했다. 서비스연맹은 대형유통기업에 근로자들이 다수 소속된 곳인데 이들이 법안을 비판하고 나선것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것은 실제 백화점이나 마트, 면세점 등 대형유통업체 근로자의 과반수 이상은 협력업체 소속 직원인데 법안에서는 기업에 직접 고용된 직원만 보호하고 있어, 협력업체에 소속된 감정노동자는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대형유통업체에서 유사시 사용하는 '사고 대응 매뉴얼'도 실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적용하기엔 현실성이 부족해 정직원마저 보호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문제도 함께 제기됐다. 서비스연맹은 감정노동자들을 대변해 실질적으로 보호가 될때까지 투쟁하겠다는 계획도 밝힌 상태다.
다시 법안이 시행되기 4일 전 강서구의 한 PC방으로 돌아가보자. 아르바이트가 구해지지 않는다는 PC사장의 호소에 신모씨는 여느때 처럼 일명 '알바 대타(대신해서 근무)'를 나갔다. 그리고 그 날 그 장소에 청년 김성수가 PC방에 갔다. 김성수는 무언가 뜻대로 풀리지 않아 매우 기분이 상했고 화를 풀 사람이 필요했다. 그리고 신모씨가 마침 그 대상이 됐다.
이쯤에서 '만약'을 사용해 본다. 만약, 그 날 이전 감정 노동자 뿐 아니라 매장 근무자의 신변도 보호할 수 있는 강력한 법안이 이미 마련돼 시행까지 되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가해자 김성수는 신모씨에게 화를 내고 협박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신변에 위협을 느낀 신모씨가 PC방 매니저에게 두려움을 전한 메세지처럼, 경찰에 신고했다. 강력한 법안은 김성수를 경찰에 연행하게 했고 하루라도 유치장 신세를 졌다. 김성수에게 한번더 일을 벌이면 큰 금액의 벌금이 매겨진다고 경찰은 말한다. 김성수는 시간이 좀 지나서 이성을 되찾는다.
가상의 시나리오 지만, 관련법안이 있었다면 과연 사건이 이렇게까지 순식간에 무자비하게 벌어졌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어떻게든 되돌리고 싶은 안타까운 사건이다.
이번 경우는 극적이지만 불특정인이 본인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매장근무자에게 '갑질'을 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서비스연맹에서는 직원갑질에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인 것이고, 목소리를 대변해줄 소속이 없는 이들은 편의점, 로드샵, 택시 등 어디에선가 갑질하는 이들에 노출된 상태다.
현대 한국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경쟁에 내몰려 있다. 이로 인해 인간관계, 세대간의 몰이해, 고용불안, 취업스트레스, 학업스트레스, 가족관계, 욕구불만 등 스트레스 요인은 셀 수 없고 그 농도와 밀도도 어느정도일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도심 속에서 언제든 터뜨릴 시한폭탄같은 스트레스를 안고 있는 이들이 도처에 있는 것이다. 이같은 사회적 스트레스는 범국가적인 특별한 해소방안이 없는 한 언제 어디서든 터질 수 있다.
남의 이목을 중요 시하고 본인의 행복보다 조건, 평가에 더 가치를 두는 등 우리와 비슷한 문화를 가진 일본에서는 이미 과거에 '묻지마 살인'이 큰 사회문제에 오른바 있다. 한국의 묻지마 살인도 더이상 예외가 아니다. 대낮에 PC방에서 젊은이가 '환불을 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도 살인이 나고 있으니 말이다.
감정근로자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접근이 쉽고 언제나 노출이 되어 있는 매장근로자, 버스·택시 운전자 등 대면근로자들을 보호하는 법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제2의 김성수는 언제든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 관계법 개정은 사회적인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보다 빠르다. 이러한 사건이 발생함에도 관련된 사회적 기반을 재정비 하지 않는다면 제2의, 3의 피해자는 다시 나온다. 한국 사회에서 불신과 인재를 잃는 슬픔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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