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라, 해외공관장 업무추진비 부정사용 도마

관용차로 자녀 등하교‧장보기‧사적 외식비 등에 사용<br>코트라 비위사실 전혀 파악못해

김사선

kss@sateconomy.co.kr | 2018-10-22 14:21:10

[토요경제=김사선 기자]2014년 8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이하 코트라)의 파키스탄 카라치무역관 관장으로 취임한 A씨는 국제학교에 다니는 자녀의 안전이 염려되었다. 그래서 외교관 차량으로 인정받는 자신의 관용차량으로 자녀의 등하교를 시켰다.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렇게 오간 거리만 16,708km, 유류비는 모두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지인과의 식사에도 법인카드를 활용했다. 이는 바이어와의 업무협의로 둔갑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윤한홍 의원(자유한국당 마산회원구)이 코트라로부터 제출받은 ‘해외무역관 복무관련 특정감사 결과보고’등을 검토한 결과, 코트라 감사 결과 적발된 해외무역관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업무추진비 부정사용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업무추진비 관리실태도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前 파키스탄 카라치 무역관장은 자녀 등하교 뿐만 아니라, 가족과의 슈퍼마켓 이동, 재래시장 방문 등에도 관용차량을 고집했다. 2014년 8월 1일 부임 이후, 2017년 9월 30일까지 관용차량으로 슈퍼마켓을 다닌 거리는 총 3,235km, 재래시장은 총 1,869km였다. 사적이용에 공용차량이 활용된 거리는 총 24,926km였으며, 유류사용량은 총 2,543ℓ였다. 유류비는 모두 법인카드로 지불했다.


법인카드 부정지출은 유류비에서 그치지 않았다. 前 카라치 무역관장은 지인과의 사적인 식사에도 주중, 주말을 가리지 않으며 법인카드를 썼다. 이는 ‘바이어와의 업무협의’로 둔갑했다.


코트라는 해당 무역관장의 비위사실을 민원신고가 들어오기 전까지 약 3년 1개월 동안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이는 코트라가 업무추진비에 해당하는 ‘활동성 경비’ 및 ‘기타 조직망활동지원에 소요되는 경비’의 구체적 사용 내역이나 결제 시각 등을 관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의 2018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에 따르면 업무추진비는 ‘집행목적, 일시, 장소, 집행 대상 등을 증빙서류에 기재하여 사용용도를 명확히 하여야 하며’, ‘법정공휴일 및 토·일요일, 비정상시간대(23시 이후 심야시간대 등)에는 불가피성을 입증하는 경우에만’ 업무추진비를 쓸 수 있고 ‘본 지침의 범위 내에서 각 기관의 실정에 맞는 자체 세부지침을 마련하여 시행하여야’한다


그러나 코트라는 이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코트라는 결제(정산)시각, 결제장소를 보고받지 않고 있었으며, 결제 사유 또한 ‘업무협의’, ‘특근석식’ 등으로 간략히 관리하고 있었다. 사실상 업무추진비를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은 것이다. 이렇게 쓰이고 있는 돈이 2017년에만 20.5억원, 2018년 상반기만 8.2억원에 달했다. 코트라의 조직망 운영비는 전액 국가예산으로 집행되고 있다.


2014년 이후 최근 5년간 코트라의 업무추진비성 경비 부정사용 적발은 13건, 회수금액은 총 7,923,031원으로, 해외무역관의 보고를 그대로 접수만 하는 코트라의 관리실태를 미루어 볼 때, 실제 부정사용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카라치 무역관장의 경우처럼, 사실상 민원인의 신고가 없으면 부정사용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윤한홍 의원은 “기재부 지침을 무시한 코트라의 업무추진비 운영으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해도 알 길이 없다”며 “국민의 혈세를 투명하게 집행·관리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모두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윤한홍 의원은 “사적인 식사도 바이어와의 업무협의로 바꾸는 방식이 술집에서 쓴 업무추진비도 정당한 식사비용이었다는 청와대와 닮아있다”며 “잘못한 것을 핑계대는 방식은 다 비슷한 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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