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아시안컵 결산②] 각종 악재에도 선전, 정상 탈환 '한 발 더'

호주, 본격전력 가동하며 우승경쟁 더욱 치열

박진호

ck17@sateconomy.co.kr | 2015-02-04 13:02:20

[토요경제]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은 지난 월드컵 때부터 최전방 공격수를 놓고 논란이 많았다. 홍명보 전 감독의 박주영 선발을 놓고 당시 여론은 감독 스스로가 자신이 천명했던 선수 선발 원칙을 어겼다고 비난했고, 박주영 역시 ‘의리 엔트리’ 논란의 중심에 섰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와일드카드로 대표팀에 선발됐지만 병역 고의 기피 의혹을 받았던 박주영은 대회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을 꺾는 선제골을 성공시키며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박주영의 플레이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그 책임은 홍 감독에게 전가됐다. 게다가 박주영은 월드컵 이후 한동안 소속팀을 구하지 못하고 무적선수에 머물며 더욱 경기력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그러나 원톱으로 활약할 수 있는 자원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고 있던 이동국(전북현대)과 김신욱(울산현대)이 부상으로 대표팀에 합류할 수 없게 되며 최전방 공격진 구성에 난항을 겪게 됐다.


어렵게 팀을 구성해서 대회에 나섰지만 악재는 계속됐다. 첫 경기였던 오만과의 경기에서 이청용이 쓰러졌다. 정강이뼈에서 실금이 발견됐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는 구자철이 팔꿈치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으로 낙마했다. 최전방 원톱의 무게가 줄어든 가운데 측면과 2선에서 공격을 풀어가는 팀의 주축 선수들마저 이탈해 전력의 차질이 확연했다. 그러나 공격진의 누수에도 불구하고 대표팀은 이후 토너먼트에서 기존의 색깔을 잃지 않으며 오히려 더 많은 골을 터뜨렸고 결승까지 올랐다.


우승컵 놓쳤지만 성과도 확실
또한, 이러한 가운데 일궈낸 성과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성적이었다.


우리 대표팀은 1988년 도하 대회 준우승 이후 27년 동안 아시안컵 결승에도 오르지 못했다. 아시안컵 성적이 월드컵 지역 예선과 연동되지 않는 특성상 큰 비중을 두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 모든 관심이 월드컵과 올림픽에 집중되며 아시안컵은 준비와 과정에서는 ‘찬밥’에 가까웠다. 심지어 1992년에는 정예 대표팀을 꾸리지 않았다가 본선 무대에도 진출하지 못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다만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의 정책 변화로 FIFA 세계 랭킹이 월드컵 지역 예선 시드 배정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자 랭킹 관리를 위해 아시안컵의 중요성이 제기됐고, 월드컵 성적의 실망감까지 더해지며 아시안컵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공격진 구성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부담이 커졌지만 대표팀은 27년 만에 결승 진출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다음 대회를 기약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발판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화려한 경기력보다 차분하고 안정적이며 꾸준한 경기력을 보이며 이른 바 ‘실학 축구’라는 찬사를 받은 경기 내용도 한국 축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대회를 통해 확실한 성장을 인증한 선수들도 눈길을 끈다. 대표팀의 중원을 든든하게 지켰던 기성용과 박주호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확실한 미드필더로서 안정감 있는 경기력과 경기 조율능력을 보여줬다. 박주호는 결승에서 측면 공격수로도 활약하며 확실한 멀티능력을 보여줬고, 기성용은 대회 MVP후보로도 유력하게 이름을 올릴 만큼 확실한 존재감을 인정받아 빅 클럽 이적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대표팀의 에이스로 자리를 굳힌 손흥민은 ‘슈퍼 텔런트’에 부합하는 화려하고 파괴적인 공격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했고, 골키퍼 김진현과 최전방의 이정협은 이번 대회에서 우리 대표팀이 발굴한 최고의 신데렐라다.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차두리는 우측 측면을 완벽하게 제압한 ‘미친 스피드’를 선보였고 마지막까지 ‘맏형 리더십’의 진가를 확인시키며, ‘경기 이상의 감동’으로 스포츠의 아름다움을 팬들에게 선물했다.


호주, 아시아 축구의 중심으로 우뚝
한편, 호주의 이번 아시안컵 우승을 계기로 아시아 축구의 정상 대결은 더욱 치열한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으로 동아시아와 중동이 양분하고 있던 아시아 최강의 자리는 우즈베키스탄의 성장으로 제 3세력이 등장한 데 이어 호주가 우승을 계기로 확실한 자리를 차지하면서 더욱 양보 없는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6년 오세아니아축구연맹(OFC)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으로 소속을 옮긴 뒤 처음으로 아시안컵 정상에 오른 호주는 유럽과 다름없는 체격조건과 축구 스타일을 구사하고 있어 아시아 축구 발전의 시너지 효과와 함께 우리 대표팀의 아시아 정상 탈환에 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특히 호주는 영국 연방으로 편입되어 있어 축구 유망주들이 잉글랜드를 비롯한 유럽으로의 조기 진출이 원활하며 많은 선수들이 유럽무대에서 활약하고 있어 어린 나이에도 큰 무대 경험이 많은 자원들의 수급이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어 꾸준한 발전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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