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칼럼] 2% 부족한 로빈슨 크루소
이정선
bellykim@daum.net | 2018-03-19 08:42:16
로빈슨 크루소가 무인도에서 넋을 놓고 있다가 바라보니 아득한 곳에 육지가 있었다. 섬 같기도 하고 대륙 같기도 했다. 40마일쯤 떨어져 보였다.
지긋지긋한 무인도를 탈출하려면 배가 필요했다. 로빈슨 크루소는 커다란 삼나무 한 그루를 찍어서 넘어뜨렸다. 밑동 지름이 ‘5피트 10인치’, 중간 부분의 지름은 ‘4피트 11인치’나 되는 거목이었다.
그렇지만 작업도구가 없었다. 단지 도끼 한 자루뿐이었다. 나무를 쓰러뜨리는 데 20일, 가지를 쳐내는 데 14일, 다듬는 데 한 달, 속을 파서 배 모양으로 만드는 데 다시 석 달이 걸렸다. 모두 5개월 넘게 소요된 것이다.
완성된 배는 그럴 듯했다. 26명을 거뜬하게 태울 수 있을 만큼 컸다. 항해에 필요한 식량 등 온갖 물건을 다 실어도 넉넉할 만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생겼다. 배를 바다까지 옮길 재간이 없었다. 거리는 100야드 남짓했으나 혼자서는 무리였다. 아무리 밀고 당겨도 요지부동이었다.
로빈슨 크루소는 땅을 파서 미끄럼을 만들어보려고 했다. 그것도 헛고생이었다. 운하를 뚫어서 바닷물을 끌어들이는 방법도 생각해봤다. 그렇게 하려면 10∼12년쯤 걸릴 것 같다는 계산이 나왔다. 배는 결국 '무용지물'이 되었다.
로빈슨 크루소는 맥이 빠졌다. 그래도 무인도에서 빠져나가야 했다. 이번에는 작은 배를 만들기로 했다. 힘든 작업을 되풀이한 끝에 어렵게 완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배가 너무 작았다. 항해에는 부적합했다. 또 ‘실패작’이었다. ‘주먹구구’로 만든 탓이었다.
로빈슨 크루소는 그 작은 배를 타고 무인도를 한 바퀴 돌아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나마 제대로 돌아볼 수도 없었다. 높은 파도에 막히는 바람에 섬 반대편에 배를 버리고 ‘걸어서’ 돌아와야 했다.
로빈슨 크루소는 무인도에서 달력도 만들었다. 커다란 기둥을 세워놓고 매일같이 칼로 눈금을 새겨 넣는 달력이었다. 요일을 파악하기 위해 눈금의 길이를 7일마다 두 배로 키웠다. 매달 1일에는 눈금을 또 두 배로 늘려서 달이 바뀌는 것도 표시했다. 이런 식으로 만들다보니 ‘착오’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엉터리 달력이 되고 말았다. 요즘 용어로 2%가 부족했다.
‘폐문조거(閉門造車)’라는 비슷한 얘기도 있다. 어떤 사람이 수레(車)를 열심히 만들었다. 그런데 수레를 만든 곳이 ‘실내’, 집안이었다. 이 사람, 수레를 다 만든 다음에 바퀴를 달려고 하다가 ‘아뿔싸’를 떠올려야 했다. 수레가 너무 커서 문 밖으로 가지고 나갈 수 없었던 것이다. 밖에서 바퀴를 가지고 들어와서 달 경우에도 다르지 않았다. 수레보다 작은 문을 통과하는 것은 ‘불가능’이었다.
물론, 홧김에 문을 부숴버리면 끌고 나갈 수는 있을 것이었다. 그렇다고 문을 없애버리기도 곤란했다. 일을 하기에 앞서서 나중에 벌어질 상황도 따져볼 필요가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다.
요즘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로빈슨 크루소를 닮고 있다. ‘폐문조거’와도 닮은꼴이다. ‘왕창’ 올린 최저임금이 그렇고, 법정 근로시간 단축도 그랬다. 후유증과 보완책이 쏟아지고 있다. 중소기업에 취직하면 세금으로 월급을 보내주겠다는 ‘청년일자리대책’도 다를 것 없다. 그나마 3∼4년 ‘한시적’으로 하겠다고 했다. 정권이 끝나면 또 무슨 대책이 나올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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