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4.19혁명 57주기에 부쳐
여용준
saintdracula@naver.com | 2017-04-19 16:34:15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지난해 10월에 개봉한 영화 ‘자백’을 이제야 극장에서 봤다. 모두가 알다시피 이 영화는 국정원의 간첩조작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이 영화에는 2010년 이후 있었던 유우성, 한준식, 홍강철씨 등에 대한 간첩조작 외에 1970년대 군사정권 시절의 간첩조작 사건도 다루고 있다.
1970년대의 간첩조작 사건은 주로 어린 대학생들이 타겟이었다. 그들을 고문해 진술을 조작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간첩을 만든 것이다.
오늘(19일)은 4.19혁명 57주기다. 학생과 시민들이 힘을 모아 이승만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역사적인 날이다. 이 혁명의 시작도 고등학생 김주열 열사가 최루탄에 맞아 참혹한 주검으로 발견된 것이 시작이었다.
그로부터 54년이 흐르고 3일전인 2014년 4월 16일, 어린 학생들은 어른들의 탐욕에 억울하게 목숨을 잃어야 했다. 그리고 그 ‘살인자’ 어른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탐욕이 정당했다며 입을 꾹 닫고 있다.
57년이 흐른 지금, 현대제철은 비정규직의 인권을 지켜달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했다. 그리고 드라마 ‘혼술남녀’의 젊은 PD는 고된 근무환경에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들은 CJ E&M을 상대로 재발방지와 사과를 요구했다.
그저 ‘살만한 세상’을 원하며 57년전 혁명이 일어났지만 그리 살만한 세상이 된 것 같진 않다. 여전히 배부른 어른들은 젊은이들을 꿈을 착취하고 고혈을 빨아낼 궁리를 하고 있으며 권력과 자본을 가진 자들은 다수의 목을 죄 자신들이 원하는 나라를 만들었다.
2017년 4월 19일에 마주한 소식은 두 가지다. 현대제철의 비정규직 문제 인권위 진정, ‘혼술남녀’ 조연출 자살에 대한 사과·재발방지 요구.
소식을 접한 이 순간에도, 수많은 비정규직들과 서비스업의 어린 노동자들은 인권과 꿈을 갈취당하고 좋은 직장에 들어갔다고 기뻐하던 신입사원도 군대식 조직문화에 서서히 지쳐가고 있을 것이다.
청춘들의 열망으로 일궈낸 민주주의 국가에서, 청춘은 57년 내내 꾸준히 착취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57년전 김주열 열사의 죽음 앞에 분노하며 혁명을 주도한 것 역시 젊은 학생들이었으며 평화시장의 어린 소녀들을 위해 몸에 불을 지른 전태일 열사 역시 젊은이다. 간첩조작 사건으로 모진 고문을 받던 젊은이들도 많은 젊은이들의 도움으로 결백을 증명했다.
역사는 끊임없이 청춘들의 피로 물들었지만 그 피를 씻어내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낸 것도 젊은이였다.
다음달 9일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다. 피보다 붉은 잉크는 더 나은 세상을 이뤄낼 무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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