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리포트 ‘신뢰도’ 비난 여전...‘매수’관습에 그치는 이유는?
외국계 투지기관 요청에 유료서비스 계약 붐..업계, “확대해석”
일각서,“정보화시대에 인플레이션 습격·애널리스트 경쟁심화”원인
문혜원
maya@sateconomy.co.kr | 2019-05-31 09:50:23
[토요경제 = 문혜원 기자] #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입니다. 다양한 자료를 접하면서도 주로 증권사 리포트를 찾아보는 편인데 겉보기에는 그럴듯하게 잘 작성되어 있긴 하지만 사실 믿고 투자를 하기엔 믿음이 100%간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국내 증권사가 발간하고 있는 리포트에 대한 ‘신뢰도’ 논란이 여전한 가운데 최근 리서치 유료화 바람이 불자 업계 안팎에선 갑론을박이 거세다. 이에 일각에선 국내 증권사 리포트가 ‘매수일색’에 중점 될 수밖에 없는 현 자본시장 구조의 문제점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가 외국계 자산운용사와 유료 리서치 서비스 계약을 맺으면서 국내 증권업계에 리포트 유료화 바람이 불고 있다. 이에 실제로 리포트를 돈 주고 보는 경우가 확산될 지 여부도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증권사에서 발간하는 리포트를 유료로 공급하려면 금융감독원에 부수 업무 신고를 해야 한다. 현재 메리츠종금증권을 포함한 대형 증권사들도 금융감독원에 관련 내용을 등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섣부른 해석은 말아달라는 입장이다. 올해 1월 외국계 투자기관 요청에 따라 유료서비스를 맺은 메리츠종금도 전부 유료화 서비스로 전환했다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메리츠종금 관계자는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상업적 이용에 따른 요청으로 리서치 보고서를 판매할 수 있도록 관련 내용을 금융감독원에 신규 등록한 것은 맞다”면서 “하지만 그 외 일반, 기업 투자자들에 제공하는 리서치 자료는 그대로 제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다른 증권사들도 리서치 자료에 대한 유료화 서비스 검토는 안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설사 유료화 등록을 하더라도 국내는 해외와 달리 아직 리서치 보고서를 원해서 사고팔고 하는 구조는 아니기 때문에 쉽게 유료화하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또 현재 증권사 기업 분석 리포트는 누구나 무료로 열람 가능하지만,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할 시 법적분쟁 요소가 있다. 그러나 외국인 등 상업적 목적으로 리포트를 인용하려는 요청이 들어왔을 때 저작권료를 받고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는 두고 있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리서치 보고서 자료 유료화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다른 금융권 일각에선 유료화 하기 이전 ‘신뢰’가 먼저 아니냐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증권사 리서치 보고서가 ‘매수일색’이라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최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 8곳의 투자리포트 ‘매수’ 비율은 지난 3월 말 기준 평균 85.38%을 기록했다.
증권사별로는 미래에셋대우·NH투자·한국투자·KB증권·메리츠종금·삼성증권, 신한금투·하나금융투자로 집계됐다.
반면 외국계 증권사의 평균 매수 비율은 58.7%로 국내 증권사에 비하면 현저히 낮았다. 중립은 28.7%, 매도 12.7%였다. 수치결과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외국계 증권사에 비해 우리나라 증권사의 매수 비중이 큰 편이다.
이에 업계 안팎으로 ‘매수일색’ 비난몰이가 커지자 금융당국이 '목표주가 괴리율 공시제'를 2017년 9월 도입했지만, 현장에선 ‘무용지물’로 여겨지면서 증권사 ‘매수’비난 문제는 규제로도 풀기 어려운 영역이라는 의견도 나오는 상황이다.
목표주가 괴리율 공시제는 증권사 연구원들이 기업분석 보고서에 목표주가와 실제 주가의 차이를 표시하는 제도다. 증권사 리포트의 객관성을 높이고 투자자의 신뢰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
한편 자본시장 일각에서는 국내 증권사 리포트가 ‘매수일색’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 시장구조를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증권사 리포트는 자본시장의 꽃이나 다름없지만 정보화시대 이후 인플레이션을 습격당했다는 분석이다.
시장 전문가에 따르면 과거 증권업계에 리서치영업부가 처음 신설했을 때에는 2002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엔 한창 주식투자 열풍이 불면서 보고서 붐도 함께 일어났다.
하지만 차츰 인터넷·스마트 정보화시대에 접어들면서 정보를 흡수하는 투자자들 간의 격차가 커지고, 이에 증권사 내부엔 애널리스트 입지가 좁아지면서 경쟁이 심화된 탓도 크다는 분석이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상장IPO연구위원은 “그간 증권사 리포트는 법인영업의 수단으로써 활용돼 왔고, 증권사들이 수익모델이 다양화돼야 목표주와 애널리스트의 성과에도 반영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매수’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어 “국내 증권사가 개인 투자자로부터 얻는 수익이 커지지 않는 한 애널리스트가 독립적인 리포트를 생산하기 어렵다”며 “만약 리서치 자료가 유료 확대되면 외려 애널리스트들이 질 좋은 보고서를 공급하기 위해 서로 노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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