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정부 ‘문재인케어’ 놓고 깊어지는 갈등

복지부 “예비급여 전환은 협의된 일” vs 의협 “수가 현실화부터”…의협회장 선거 뒤 협상 재시작

이경화

icekhl@sateconomy.co.kr | 2018-03-09 17:22:47

▲ 지난해 12월 전국의사 국민건강수호 총궐기대회가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가운데 전국 의사들이 모여 문재인케어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

[토요경제=이경화 기자] 의학적으로 필요한 비급여의 급여화를 골자로 하는 새로운 보건의료 정책인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가 표류하고 있다.

의료계와 정부 간 실무협상이 파행을 맞는 등 문재인 케어 발표 7개월이 넘도록 양측 시각차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여전히 가시밭길이다.

9일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정부와 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해 12월 1차 의정실무협의체를 시작으로 9차례에 걸쳐 문재인 케어 협상을 벌여왔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석 달여 협상을 이어온 의협 비대위는 5일 열린 9차 협의체 회의를 끝으로 총사퇴했다.

양측은 쟁점인 예비급여 청구 고시와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놓고 팽팽히 맞섰다.

예비급여의 경우 의학적 비급여 가운데 비용 대비 효과성이 떨어지지만 환자 이용이 많은 비급여 약 3800가지 항목을 건강보험에 편입해 관리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일반적으로 외래 진료를 가면 진료비의 30~60%, 입원하면 20%를 환자가 부담하는데 예비급여는 본인부담률을 30~90%로 차등해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복지부는 행위나 약제 자체는 급여화 됐으나 비용 등의 사유로 횟수 제한을 뒀던 기준 비급여 400개 항목 중 36개를 우선 예비급여화해 오는 4월부터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의료계는 즉각 반발했다.

이동욱 의협 비대위 총괄사무총장은 “처음부터 예비급여 50% 수준은 괜찮지만 80~90%는 안 된다고 복지부에 계속 얘기했다”며 “그러나 복지부는 구체적인 답을 미루다가 예비급여 90% 시스템화를 고시·발표했는데, 이는 보장성 강화라기보다는 정부가 의료행위와 선택권을 통제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손영래 복지부 예비급여과장은 이에 대해 “예비급여 지적은 비대위가 문제 제기한 청구서식 개정을 지난해 10월부터 의협을 비롯한 관련 학회와 협의해 36개 항목만 본인부담 90%로 예비 급여화하기로 합의한 것”이라며 “이 내용은 이미 의정 2차 실무협의에서도 논의돼 지난해 12월 고시했고 4월 1일자로 관련 청구사항 변경 내용을 고시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다른 쟁점은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이다. 포괄수가제는 기존 행위별 수가제와 달리 특정 질환에 대해 입원에서 퇴원까지 정부가 정한 한도 내에서 의료비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낮은 의료수가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의료계의 반발을 사왔다. 그래서 나온 것이 신포괄수가제로 기본 진료는 포괄수가를 적용해 상한을 두되 의사가 직접 시술한 일부 특정 진료비와 고가 약제·치료재료에는 행위별수가를 적용해 별도로 보상하도록 한 것이다.

정부는 문재인 케어를 통해 그간 공공의료기관에만 도입한 신포괄수가제를 민간 병원까지 확대·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신포괄수가제 도입 병원을 올해 80개에서 내년에는 100개, 2022년에는 2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정부는 신포괄수가제를 다양한 질병에 폭넓게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나 의료계는 이 역시 환자에 대한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시범사업 확대 중단을 요구·대립하고 있다. 수가 정상화와 관련한 원칙과 주요 보상분야 등에 대해서도 양측의 시각이 달라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 총괄사무총장은 “신포괄수가제에서 35% 정책 가산을 준다고 하는데 이는 유인책에 불과할 뿐 그보다는 수가의 현실화가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단 정부는 오는 23일로 예정된 의협 회장 선거가 마무리되면 다시 협상에 나설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3월말로 예정된 10차 협의회에서도 지금까지 정리된 협의결과를 바탕으로 비대위와 병원협회의 의견을 심도 있게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협 비대위는 이달 선출되는 의협 신임 회장과 비대위가 상의해 새로운 협상단을 구성할 계획이다. 다만 의협 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 대부분이 문재인 케어 폐지를 주장하는 강경파라는 점에서 오히려 갈등이 더 첨예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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