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프티콘의 선전에 숨은 ‘피로사회’

김자혜

kjh@sateconomy.co.kr | 2018-10-01 16:51:55

[토요경제=김자혜 기자] 지난 추석 연휴기간 동안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한 커피전문점의 케이크 모바일상품권이 ‘대란’으로 떠올랐다. 해당 커뮤니티는 본래 가격보다 저렴하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상황을 ‘대란’이라는 별칭을 붙여 멤버끼리 공유해왔는데, 이날 대란은 3만 원의 케이크를 10분의 1가격에 10% 추가 할인까지 된 2700원짜리 모바일 상품권(기프티콘)이었다.


이 상품권을 구매했던 일부 멤버는 며칠 만에 판매 대행사로부터 환불안내 문자를 받았다고 인증했다. 속사정을 알고 보니 파격할인이 아닌, 쿠폰 판매 대행업체 직원이 3만원에서 0을 뺀 3000원을 잘못 입력한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그런데 해프닝을 잘 들여다보면 이 모바일상품권에 대한 커뮤니티 멤버들의 관심을 볼 수 있다. 90만여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이 커뮤니티에서 해프닝 당일과 그 다음날 발생한 ‘기프티콘 대란’ 관련 글은 이틀 새 80여개가 넘었고, 게시글 별 조회 수는 평균 2000건으로 5000건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한 게시글도 있다. 모바일 상품권을 구매하고 사용하며 ‘할인 정보’까지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슈의 대상이 된 SK플래닛의 모바일상품권 '기프티콘'은 선물이라는 의미의 기프트(Gift)의 합성어다. 휴대폰 문자 메세지로 전송되는 바코드 형태의 모바일 상품권으로 SK플래닛은 기프티콘, KT 기프티쇼, LG유플러스는 기프트유 라고 이름 붙여 판매하고 있다.


또다른 모바일 상품권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매출은 지난달 매일경제의 기사에서 주목한 바 있다. 선물하기는 외식 프랜차이즈를 보유하고 있는 SPC만 해도 올해 1월~8월까지 월 평균 26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모바일 사용에 익숙하고 커피전문점과 제과프랜차이즈를 즐기는 20~30대의 모바일 상품권 활용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이처럼 모바일 상품권의 매출증가는 과잉연결을 기피하고 편한 단절을 택하는 언택트(Un-tact)’ 소비층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 할 수 있다.


A라는 사람이 음료 교환권을 갖고 카페에 방문한다면 교환권에 이미 상품이 정해져 있어 카페 직원에게 바코드만 보여주면 된다. 가게에서 직접 구매할 때 직원과 주고받는 “아이스로 해드릴까요?” “현금영수증 하시겠어요?” “적립 도와드릴까요?” 등 통상적인 대화들을 바코드 하나로 생략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언택트 소비층은 최근 몇년 간 인기를 모아온 '배달의 민족', '요기요' 등 O2O 주문서비스 앱의 주요 고객이기도 하다. O2O배달주문 서비스를 이용하면 외식업체와 직접 통화로 연결되지 않고도 집에서 음식을 주문할 수 있어 불특정 다수와 전화연결로 감정소모하는 것을 피할수 있다.


이처럼 컨택트(Contact, 접촉)를 언택트(Un-tact)하는 젊은 소비자층의 소비패턴 이면에는 '피로사회'가 숨어있는게 아닐까 의구심이 든다.


피로사회는 독일에서 먼저 출간돼 화제를 모은 문화비평가 한병철이 지난 2012년 국내에 출간한 책이다. 이 책은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자기자신을 자발적으로 착취하면서 더 효과적이고 더 많은 성과를 올리지만, 이로인해 현대인들이 피로해진다는 이야기를 유명철학저서들을 인용해 설명하고 있다.


젊은 사회인들이 언택트 소비층으로 넘어오는 것은 바로 피로사회에서 현대인을 설명한 바와 같이 자기착취를 피하기 위한 것은 아닐까. 현대 한국의 2~30대는 취업을 위한 스펙을 쌓기 위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또는 취업을 했어도 뒤쳐지지 않기 위해 본인도 모르게 자발적 착취에 내몰리고 있을 수 있다.


사적인 소비에서라도 타인과의 접촉을 피해 자기 자신을 소모로 부터 피하려는 소비패턴이 자리잡아 가는 것이라면 결코 달가운 변화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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