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몰린 ‘박근혜’ 히든카드 ‘만지작’
보수분열·민심반전 난항에 지지율도 하락세
이준혁
immasat@naver.com | 2012-02-06 13:07:47
[토요경제= 이준혁 기자] 이명박 정부 들어 4년간 줄곧 차기대선 경쟁에서 압도적 1위를 달려온 박근혜 새누리당(옛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이 새해 들어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12월 잇따른 악재속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한 박 위원장의 비대위가 출범한지 한 달이 훨씬 넘었지만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박근혜표 리더쉽이 도마에 올랐다. 비단 비대위의 성과뿐만이 아니라 공천위의 ‘밀실 인사’가 복병으로 떠올랐다. 지난 2일 진영아 공천위원이 학력·경력 논란으로 사퇴한 가운데 공직자후보추천위원회 임명장 수여했다. 이날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미래희망연대와의 합당도 마무리졌다.
박 위원장은 잇따르는 악재와 보수의 분열, 비대위 체제 난항, 지지율 적신호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떠밀리고 있다.
이 같은 위기에서 친박계 유승민 의원이 이회장 자유선진당 전 대표와 회동한 것으로 알려져 ‘보수연합’을 통해 난제를 풀어나가려는 것 아니나는 움직임이 포착돼 정치권의 이목을 끌고 있다.
◇박근혜 인사 도마에…공천위 시작부터 ‘삐걱’
새누리당 진영아 공직후보자추천심사위원이 공천위원 발표 하루만에 ‘경력·자질 논란’으로 자진 사퇴한 가운데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인사 스타일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새누리당은 학교폭력예방 시민단체인 ‘패트롤맘’ 회장인 진영아 위원 선출을 발표하며 “불과 몇 년 전까지 평범한 주부였으나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직접 제복을 입고 정찰활동에 나섰다”며 ‘평범한 주부의 감동 스토리’를 강조했다.
하지만 진 위원은 2007년 대선 이후 새누리당의 외곽조직 ‘뉴한국의 힘’(옛 국민성공실천연합)에서 대변인을 맡았고, 2008년 18대 총선 때는 새누리당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고 새누리당에 가입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 위원은 특히 공천위원 발표 뒤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새누리당 당적을 가졌거나 정당활동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가 논란이 불거지자 “입당했었다”고 말을 바꿨다.
그는 일부 언론에 자신의 학력에 대해 ‘고려대 행정학과’라고 말했으나, 실제로는 한양사이버대 부동산학과를 졸업한 것으로 밝혀졌다. 새누리당 역시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진씨의 학력을 ‘고려대 행정학사’라고 기재했다가 1시간 뒤 수정했다.
진 위원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권영세 사무총장 등은 박근혜 위원장에게 진 위원을 교체했고, 박 위원장도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 위원의 사퇴를 놓고 박 위원장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박 위원장은 공천위 위원 인사와 관련해 ‘(공천위가) 정치를 모르는 인사들로 채워졌다’는 지적에 대해 “그게 바로 지금의 시대 흐름”이라고 말한바 있다.
박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기자들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지금 기성 정치권이 비판받는 이유가 자꾸 자기들끼리, 자기들만의 시각으로 정치를 하기 때문”이라며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의 시각으로 좋은 정책과 사람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천원칙과 기준을 갖고 시스템에 의해 국민의 뜻을 받들어 공천을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나 진 위원의 사퇴로 스스로의 발언에 책임을 지지못한 모양새가 됐으며, 제대로 검증조차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놓고 박 위원장의 리더십에 한계가 드러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비대위 역부족 ‘위기’
박 위원장이 4년만에 비대위원장을 맡아 정치 전면에 등장했지만 예기치 않았던 악재가 줄을 잇고 있다. 디도스 사건이 터지더니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까지 겹치면서 당을 수렁으로 밀어버렸고 급기야 ‘재창당’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을 이어갔다.
특히 돈봉투 사건의 당사자로 지목된 박희태 국회의장이 설연휴 때까지 “억울하다”며 모르쇠로 일관했으며 사퇴를 거부하면서 설 민심의 분노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 박 위원장으로선 불가항력적인 위기에 직면한 것.
박 위원장이 들어선 뒤 보수는 통합보단 분열 국면으로 흐르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박 위원장이 비대위 구성 과정에서 보수를 통합시키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자 이후부턴 하나둘 분열의 조짐을 보였다.
친이의원들과 대통령 탈당 등을 놓고 한바탕 논란을 벌이면서 분열 가능성을 높인데 이어 당 밖에선 박세일신당이 호시탐탐 새누리당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 말로는 보수통합을 추진한다지만 성과는 미지수였다.
게다가 박 위원장이 위기에 처한 당을 구해낼 카드로 꼽았던 비대위는 출범 한달 동안 민심을 반전시키는 데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대위는 지난달 19일 정책쇄신분과에서 서민전세자금 이자 경감과 카드 수수료 인하를 위한 대안을 보고할 것이라고 밝혀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KTX 민영화 반대와 작지만 강한정부로의 정강 변화 등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었지만, 실제 민심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와 감동에는 못 미쳤다는 분석이다.
민심이 체감하기엔 인적쇄신이 가장 적절하나, 그마저도 큰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현역의원들을 밀어내기가 쉽지 않은 데다 민심이 감동할만한 새로운 얼굴을 찾는 데도 한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의 위기는 본인이 감동없는 원칙론만 강조하는 데다, 주변에 전략 마인드가 있는 참모가 사라지고 예스맨들만 늘어나는 현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장이 주도권을 쥔 상황에서 원칙론만 강조하는 모습에 정치를 좀 더 대중적으로 풀어낼 참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본인의 불출마를 놓고 “지역구민 생각을 들어봐야 한다”며 미뤄버리거나,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해 “이미 사회에 환원했는데 뭘 더 하나”는 식으로 대처하는 게 대표적인 무감동의 원칙론임을 보여줬다.
◇총선·대선 지지율 모두 적신호
이러한 상황이 반영되면서 새누리당과 박 위원장의 지지율에도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대선후보 양자대결에서 박 위원장의 지지율은 하향세인 반면 야권후보로 꼽히는 안철수와 문재인의 지지율은 상승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와 채널A가 지난달 24일 리서치앤리서치(R&R)에 의뢰해 전국 성인 1000명에게 휴대전화와 일반전화 임의번호걸기(RDD)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위원장은 46.7%, 문 이사장은 38.4%의 지지율을 보여 8.3%포인트의 격차를 나타냈다.
이는 동아일보가 지난해 12월26~27일 실시한 여론조사 격차(16.0%포인트)보다 7.7%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당시 박 위원장은 50.3%, 문 이사장은 34.3%의 지지를 받았다.
박 위원장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양자 대결을 가정한 여론조사에서는 안 원장이 51.8%의 지지를 얻어 박 위원장(39.0%)을 앞섰다.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는 12월 조사 당시 9.5%포인트보다 3.3%포인트 벌어졌다.
4월 총선에서 어느 정당 후보를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27.3%가 민주통합당을, 26.3%는 새누리당을 꼽았다. 무소속은 9.0%, 통합진보당 5.0%, 자유선진당 1.9% 순이었다.
동아일보가 지난해 12월 26~2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새누리당 후보 지지가 31.9%, 민주당 후보 지지는 23.2%였다. 새누리당은 한 달만에 5.6%포인트 줄고 민주당은 4.1%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한편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의 당명 개정에 대해선 ‘찬성한다’는 의견이 40.9%로, ‘반대한다’는 의견(25.1%)보다 우세했다. 2008년 새누리당 전당대회 당시 돈봉투 의혹에 휩싸인 박희태 국회의장의 거취에 대한 물음에는 ‘의장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65.9%)이 다수였다고 동아일보는 전했다.
◇박근혜式 용인술 ‘글쎄’
진영아 공천위원이 학력·경력 논란으로 사퇴한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다른 공천위원의 자질과 도덕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어 이번 진 위원 사퇴파동이 끝이 아니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홍사종 공천위원은 야권 대선주자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고, 서병문 위원은 17대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에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권영세 사무총장과 현기환·이애주 의원 등 공천위에 포함된 당내인사 3명이 모두 친박계라는 점도 문제시되고 있다. 특히 비례대표인 이애주 의원은 1974년 육영수 여사가 서거 당시 특실 담당 수간호사로 육 여사의 최후를 지켜보고 유품을 정리한 인물이다.
이런 가운데 당 안팎에서는 박 위원장이 비대위원 및 공천위원들을 마음대로 추천해도 견제가 이뤄지지 않는 ‘1인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박근혜 위원장과 가까운 극소수의 측근이 인사를 독점하고 있다”며 “박 위원장이 보안을 너무 강조하다 보니 검증이 소홀해진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한 친박계 의원은 “비대위원장 주변에 있는 적합하지 않은 사람들이 주도적 역할을 하니 이런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고, 다른 한 의원은 “박 위원장 주변에 걱정스러운 인사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지난 2일 공직자후보추천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에서 박 위원장은 “쇄신작업의 성공은 사람에 달렸는데 국민 눈높이에 맞게 인물을 공천하는지가 핵심”이라며 “공천작업은 용의 눈을 그려 넣는 화룡점정과 같다”고 밝혔다.
이어 박 비대위원장은 “언론에서는 공천위가 칼자루를 쥐었다고 하지만 나는 공천위가 쇄신작업의 결정적 마침표 찍을 붓자루를 쥐었다고 생각한다”며 “원칙을 통해 최고의 결정을 내려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정홍원 공천위원장은 “공천위가 쓴 잔임에도 이 일을 맡게 된 것은 나라를 위해 일해야 한다는 소명감 때문”이라며 “한나라당이 정말 바뀌었다고 국민들이 느낄 수 있도록 새출발을 하겠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의 바람과는 달리 부실 검증 논란에 휩싸인 공천위들은 신뢰도가 떨어져 자질 검증도 안 된 공천위에게 공정한 공천 심사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친이계 초선 새누리당의 신지호 의원은 지난 3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당 공천위 구성과 관련, “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며 “탈정치를 키워드로 해서 인선을 했는데 부적격 인사로 세분의 과거 정치경력이 드러나 박 위원장도 입장이 난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31일 황영철 대변인은 공추위 임명과 관련해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전적으로 결정했다”며 “지역구와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과정을 구분하지 않고 함께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이 처럼 개혁적 인사를 대거 선정함에 따라 1일부터 3월초 까지 본격적으로 실시될 공천작업이 기성 정치인들을 대폭 물갈이 하는 방향으로 이뤄 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은 공천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유승민-이회창 회동…‘보수연합 움직임’ 포착
이 같은 상황에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박 위원장은 보수연합을 통해 어려움을 탈피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친박계 핵심인 유승민 의원이 이회창 자유선진당 전 대표를 찾아가 현안을 논의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3일 유 의원 측 관계자는 “유 의원이 지난달 24일 이 전 대표의 집을 찾아 갔다”며 “해마다 찾아가 설 문안인사를 하고 있다. 아마 현안 문제 등을 논의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유 의원은 새누리당과 보수진영의 쇄신 방향 등에 대해 이 전 대표에게 자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수 진영이 연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유 의원과 이 전 대표의 만남이 박 위원장의 뜻을 전하는 자리가 될 수 있는 만큼 보수연합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앞서 새누리당 권영세 사무총장은 합당 기자회견에서 “건전한 보수라면 보수세력의 분열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 모두 공감할 것이다. 다른 보수 정당에서도 이 부분을 생각해 대승적으로 노력해 나가야 한다”고 말해 보수연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변웅전 선진당 최고위원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새누리당과 당대당으로서 진지한 통합을 제안한다면 거절할 이유가 없다”며 “구체적인 안을 들고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보수대연합을 주장한 이회창 전 선진당 대표도 그동안 수차례 “다른 보수 세력과 얼마든지 협조할 여지가 있다”며 보수연합을 위해 여러 인사들을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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