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포스트 김승유' 누가 되나
이사회 만류에도 사퇴의지 강경…김정태·윤용로 등 물망
장우진
mavise17@hotmail.com | 2012-02-06 12:00:58
[토요경제 = 장우진 기자]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차기 회장후보군에서 사퇴의사를 밝혔다. 이에 사외이사들은 만류하고 나섰지만 김 회장의 뜻은 강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놓고 업계에서는 외환은행 인수가 마무리된 만큼 정점을 찍은 만큼 정점에 올랐을 때 떠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 외환은행 인수를 놓고 ‘정권 특혜’ 등 논란이 계속된 점도 사유로 분석된다.
이에 ‘포스트 김승유’를 놓고 업계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지난달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였던 김종열 사장의 사의를 표명한 만큼 현재 후보군은 김정태 하나은행장과 윤용로 부회장으로 압축된 상태며 외부인사도 1~2명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회장의 사퇴를 놓고 이사회의 계속되는 만류, 김 행장과 윤 부회장 각각의 약점 등에 비춰봤을 때 차기 회장직은 오리무중인 상태다. 임기동안 하나금융을 명실상부한 ‘4대 금융지주사’로 키워내 김 회장의 연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사퇴의지가 강경한 만큼 이를 대체할 인물이 누구인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4대지주사 우뚝…‘정점일 때 떠나겠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이 경영발전보상위원회(이하 경발위) 회의에서 차기 회장 후보군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지난달 31일 알려졌다.
김 회장은 이날 열린 경발위에 참석해 사임 의사를 밝히고 “지난해 약속한대로 외환은행 인수가 마무리됐으니 사임하겠다”며 “박수칠 때 떠나게 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의 임기는 오는 3월까지다. 김 회장이 사퇴를 결심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하나는 말 그대로 ‘정점일 때 떠나기’ 위함인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김 회장은 충청은행(1998년), 보람은행(1999년), 서울은행(2002년)을 인수하며 ‘타고난 승부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2006년 조흥은행과 LG카드 인수전에서 신한지주에 패하며 체면을 구겼다. 이후 우리금융 인수에 눈독을 들였다가 지난 2010년 말부터 외환은행 인수에 본격 뛰어들면서 1년2개월만에 기나긴 인수전을 마쳤다.
하나금융은 367억원으로 우리금융(372억원), KB지주(363억원), 신한지주(342억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점포수는 1012개로 KB금융(1162개)에 이어 2위권이다. 김 회장이 하나금융이 4대 금융지주사 반열에 오르기까지 1등 공신인 셈이다.
김 회장은 그 동안 숙원이었던 외환은행 인수가 마무리되자 남은 임기 1년을 뒤로 하고 정점일 때 떠나겠다는 것이다.
◇외환銀 인수에 '정권특혜' 논란 부담?
그러나 일각에서는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해 불거진 ‘정권특혜’ 의혹에 부담을 갖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동문이다. 이 대통령과 김 회장은 자주 사석도 갖는 등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론스타 산업자본 규명’을 놓고 비판이 거센 가운데 외환은행 인수가 승인되자 노조와 정치권은 ‘정권특혜’라며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금융노조는 인수가 승인된 지난달 27일 이를 놓고 ‘원천 무효’라고 주장하며 총파업 등 총력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금융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금융위원회가 범죄집단 론스타에게 면죄부를 주고,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의 자회사로 편입을 승인하는 결정을 내렸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어 “금융당국은 사상 최악의 불법적 국부유출을 용인하고, 론스타에게는 탈출구를, 이명박 대통령의 친구로 알려진 김승유 하나금융회장에게는 장물을 넘겨주는 특혜를 선물했다”며 “국부유출과 금융주권을 훼손시킨 결정은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민주통합당도 이와 관련해 “이명박 정부의 부도덕성을 철저히 규명하고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정권특혜를 겨냥했다.
민주통합당 의원과 관계자 등은 지난달 30일 국회 앞에서 ‘국부유출 론스타 먹튀 매각 승인 규탄대회’를 열고 “이명박 정권의 불법적 국부유출 사태를 ‘론스타 먹튀 게이트’로 규정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이번 금융당국의 결정은 론스타를 비호하고 5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국부유출을 방조한 명백한 불법”이라며 “산업자본이 명백한 론스타펀드에 대해 산업자본이 아니라고 한 잘못된 결정을 즉각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친구가 회장으로 있는 하나은행의 인수를 승인하는 금융위원회의 결정은 원천무효이고 편법과 꼼수로 얼룩진 위법행위”라며 “국정조사, 청문회, 감사원 감사 등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철저한 진상을 밝혀내고 가능한 모든 법적, 정치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태-윤용로 등 물방 '차기회장 안갯속'
경발위는 당초 31일 김 회장의 연임을 확정지을 계획이었지만 김 회장의 사퇴의사로 새로운 회장 후보군을 3~4명으로 압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까지만 해도 김 회장의 연임을 유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김 회장의 사퇴 의지에 차기회장직은 안개 속에 빠져든 형국이다.
김 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날 경우, 김정태 하나은행장과 윤용로 부회장이 유력한 차기회장 후보로 꼽히고 있다. 유력한 차기 회장이었던 김종열 사장은 지난달 사퇴의사를 분명히 해 후보군에서 제외됐다.
김 행장은 1952년생이며, 1991년 하나은행 창립멤버로 ‘정통 하나맨’이다. 각 본부장과 부사장을 거치는 등 조직내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가계영업점총괄담당 본부장, 가계영업본부담당 부행장보를 역임하는 등 영업에도 정통했다. 단 대외적으로는 조금 약하다는 평이다.
윤용로 부회장은 대표적인 ‘모피아(구 재정경제부 관료 출신) 라인’이다. 기업은행장을 역임했으며 임기 동안 은행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을 들었다. 그러나 윤 부회장은 외환은행 내정자로 정해진 상태며 내달 취임을 예정으로 하고 있다. 또 하나은행에 발을 담근지 1년도 채 안됐다는 점에서 불리할 것으로 보인다. 윤 부회장이 회장직에 오르게 되면 장명기 전 외환은행 수석부행장이 외환은행장에 오를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해 부행장 사퇴 후 바로 하나금융으로부터 외환은행 상임이사에 선임돼 노조와 갈등을 겪은바 있다.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해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윤 부회장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업계 분위기다.
이외 부인사도 1~2명 후보군에 올라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 정확한 후보군은 알려지지 않았다.
경발위는 후보군에는 포함돼있지 않지만 김 회장에 대한 설득 작업을 계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발위에 참석한 한 사외이사는 “김 회장이 마음을 돌릴 경우 언제라도 쇼트 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것”이라며 “하나금융에 중대한 위기이자 기회인 지금 김 회장이 그만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 금융관계자는 “김 회장이 오랫동안 하나금융을 맡아왔고, 성과도 뛰어나 차기 회장이 누가 되던지간에 조직을 추스르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해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만큼 김 회장 연임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한편 경발위는 3월23일 주총이 열리기 2주 전까지 차기 회장 후보 명단을 회추위에 통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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