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덤벼” 이란의 패기

미국 '이란 제재 동참' 요구, 중국·인도 반대

전성운

zeztto@sateconomy.co.kr | 2012-01-20 14:13:05

▲ 미국 오바마 대통령

당초 이란 핵개발 문제로 대두됐던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미국의 석유금수조치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점점 악화되고 있다.


미국은 세계 각국에게 이란에 대한 제재조치에 동참할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인도는 동참을 거부하는등 유럽을 제외하고는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는 실제로 이란이 봉쇄될 경우 유가 폭등으로 인한 경제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이번 미국과 이란의 대립은 중국, 인도 등 신흥강국을 견제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점점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이란의 핵개발 문제를 놓고 수년간 갈등을 빚어온 양국은 최근 들어 더욱 격한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얼마전 이란의 핵과학자가 폭탄테러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해 이란 정부는 암살과 관련된 용의자 수 명을 체포, 현재 조사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미국과 영국, 이스라엘이 배후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은 암살 개입을 부인했으며 영국은 시민 살해에 대해 규탄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스라엘은 공개적으로 논평하지 않았다.


미국은 이란의 주장에 아랑곳하지 않고 전 세계를 향해 “이란과 손을 끊으라”고 명령했다. 지난 1일 발효된 미국의 국방수권법은 이란의 중앙은행과 거래하는 어떤 경제 주체도 미국의 금융기관과는 거래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은 아예 원유 수입을 중단했고 일본도 감축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중국과 인도는 미국의 명령을 거부했다. 그러나 양국의 문제는 단순한 핵개발 갈등으로 치부하기엔 꺼림칙한 면이 많다. 일각에선 “미국의 ‘핵 히스테리’는 중국, 인도, 브라질과 같은 신흥국들을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 이란 “해볼테면 해봐”


표면상으론 전 세계 원유 수송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이란과 미국 간 긴장이 갈수록 고조되는 양상이다. “해협을 봉쇄할 경우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미국의 경고에도 불구, 이란은 “석유 수출을 막을 땐 ‘행동’에 나서겠다”며 맞서고 있다.


최근 이란은 외교 채널 3곳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관련한 메시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란은 미국이 최근 자국에 보낸 ‘경고성 서한’과 관련, “새로운 내용이 없다”고 일축했다.
미국은 수전 라이스 미 유엔대사, 테헤란 주재 스위스 대사,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을 통해 이란 측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금지선이며 이 선을 넘으면 혹독한 대응에 직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그동안 서방이 자국의 원유에 대해 금수 조치를 단행할 경우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해왔다. 이란의회의 에스마일 코사리 의원도 “이란에 대한 제재가 발효될 경우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석유 수출을 막을 것”이라고 경고했고, 마수드 자자에리 합동참모본부 차장도 “이란이 필요할 경우 해협을 봉쇄하는 것을 미국이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알리 아크바 벨라야티 최고 고문은 “석유는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원자재가 아니다”라며 “이란은 다양한 방법으로 석유를 팔 수 있고, 이란산 원유에 대한 수요는 생산량보다 많다”고 밝혔다.


이란은 다른 중동 산유국에 대해서도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란은 이웃 산유국들에도 ‘증산’을 하지 말 것을 요구했으나, 미국땅이나 다름없는 사우디 아라비아는 “즉각 증산” 가능성을 밝혀 이란과 사우디 간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란은 또 얼마전 발생한 핵과학자 암살 사건의 배후로 미국 등을 지목하며 “단호한 대응” 의사를 밝혀 이란과 미국 간 관계는 점점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11일 이란의 나탄즈 우라늄 농축시설 책임자로 알려진 모스타파 아흐마디 로샨이 테헤란에서 출근 도중 폭탄테러로 사망했다. 이에 이란의 헤이다르 모스레히 정보장관은 “미국과 영국,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는 그들이 한 행동에 대한 결과를 보게 될 것”이라며 “이란은 단호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군 고위 참모인 야햐 라힘도 “국가 이익을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중단시키기 위해 이란의 핵과학자들을 암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암살 사건 연루 가능성을 부인했고, 이스라엘도 관련 주장을 일축한 상태다. 이란은 “현재 핵과학자 암살과 관련된 용의자들을 체포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 미국 “이란 제재 동참하라” 명령


미국은 이에 대항해 세계 각국에 “이란에 대한 제재조치에 동참하라”고 명령했다. 미국은 연일 “미국의 모든 파트너는 이란의 원유수입을 감축해야 한다”고 외치며 세계를 돌아다니고 있다. 미국 없으면 못사는 영국과 일본은 금새 동참했지만 중국과 인도는 거부했고 다른 국가들의 반응도 영 시원치 못하다. 특히 중국과 인도는 많은 양의 이란산 원유를 소비하고 있기 때문에 동참할 가능성은 더욱 낮다.


중국은 “이란과의 정상적 에너지 무역 협력은 미국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이란 제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인도역시 “국제사회 차원의 제재라면 동참할 수 있으나 한 개별국가의 결정엔 따를 수 없다”는 입장이다.


◇ “사실은 미국과 중국의 싸움”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국의 다소 과도한 ‘핵 히스테리’를 놓고 “다른목적이 있는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중국과 인도가 이란 원유를 많이 수입하고 있으며 이란 제재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즉, “이번 미국-이란의 갈등은 유가 상승을 일으켜 중국, 인도와 같은 신흥 선진국들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란을 압박하면 압박할수록, 실제 압박감을 느끼는 쪽은 중국”이라며 미국과 이란의 대립은 표면적으론 ‘핵’문제 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미국의 중국 견제’라는 주장도 일부 있다. 사우디라는 안정적인 원유 공급선을 가진 미국과 달리 중국과 인도 등은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또한 중국은 오래전부터 ‘달러’ 대신 자국의 ‘위안화’로 원유 대금을 치루고 싶어 했다. 이에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에 위협을 느낀 미국이 중국의 원유 공급선을 흔들어 달러 지배력을 강화하고 중국을 ‘말려죽이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 배후에는 ‘투기자본’이 숨어있다는 분석도 있다. 연방준비제도(FRB)로 대변되는 ‘달러의 지배자’들은 그동안 곡물과 원유값을 조절해 세계 금융을 쥐락펴락 해왔다. 때문에 그들입장에서 자신들이 통제 불가능한 위안화가 기축통화로 나서는 것은 달갑지 않다. 즉, 미국의 대 이란 제재안은 사실상 ‘핵’문제가 아닌 ‘경제’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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