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정상 등극한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

박진호

ck17@sateconomy.co.kr | 2014-10-13 15:42:27

[토요경제=박진호 기자] 대회 초반 가장 주목을 받았던 박태환(25‧인천시청)의 3개 대회 연속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이 실패했다. 세계 최고의 사수로 자타가 공인했던 진종오(35‧KT)도 오히려 아시아무대에서의 정상 등극이 좌절됐다.

‘도마의 신’으로 불렸던 양학선(22·YB스포츠) 마저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이번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우리 대표팀은 대회 첫 날부터 금메달 행진을 이어가며 순항했지만 개인 종목에서 국민들이 금메달을 획득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종목의 주인공들이 고배를 마셨다.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 메달 색으로 차등할 수 없는 성과를 낸 값진 승부의 주인공들이었지만 그래도 금메달을 기대했던 이들에게 아쉬움이 남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사실이었다.


압박감을 넘어선 절정의 기량
그러나 손연재(20‧연세대)는 흔들리지 않았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진행된 한 설문 조사에서 손연재는 국민이 이번 대회에서 가장 기대하고 있는 선수에 단연 1위로 선정됐다.
리서치 전문회사 피앰아이(PMI)는 20~50대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이번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활약이 기대되는 선수’를 조사한 결과 손연재는 전체 응답의 25.4%를 얻어 절대적인 관심의 대상임이 입증됐다.
그런데 손연재에 이어 2위부터 4위까지에 자리했던 수영의 박태환과 사격의 진종오, 남자 기계체조의 양학선이 모두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각각의 이유가 모두 존재했지만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반드시 금메달을 차지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한 몫을 했다. 실제로 양학선의 경우는 부상에 발목이 잡히며 컨디션의 문제가 제기됐지만, 박태환과 진종오는 최근 자신들의 기록에 미치지 못하며 ‘부담감 극복’이라는 과제를 떨쳐내지 못했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와 같은 부담을 안고 대회에 나선 스무 살의 손연재는 아시아 정상에 우뚝 서며, 대한민국 리듬체조 사상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이라는 쾌거를 이룩했다.
개인전 金, 단체전 銀 … 한국 리듬체조의 새 역사
손연재의 활약은 대회전부터 조심스럽게 예고됐다. 손연재는 터키 이즈미르에서 열린 국제체조연맹(FIG) 2014 리듬체조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올 시즌 월드컵시리즈 11연속 메달과 함께 세계선수권 후프 종목 사상 첫 메달의 성과를 거뒀다.
또한 후프(17.950) 볼(17.350) 곤봉(17.800) 리본(17.833) 합계 70.933점을 받으며,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강력한 금메달 라이벌로 꼽혔던 중국의 덩센유에((邓森悦‧22)를 전 종목에서 이겼다. 그러나 국내에서 열리는 큰 대회에서 지금까지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존재했다. 하지만 손연재는 개인전에 하루 앞서 벌어진 단체전에서 흔들림 없는 연기를 통해 금메달 전선에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보여줬다.
손연재는 지난 1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벌어진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 리듬체조 단체전에 김윤희(23·인천시청), 이다애(20·세종대), 이나경(16·세종고)과 함께 팀을 이루어 출전하여, 합계 164.046점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우리나라 리듬체조가 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거뒀던 최고 성적은 1998년 방콕과 2002년 부산에서 거둔 동메달이 최고였다.
단체전은 볼·후프·리본·곤봉 등 4개 종목에 각각 3명씩 출전하여 이들의 이중 높은 성적 10개를 합산하여 순위를 정한다. 손연재는 이날 팀의 맏언니 김윤희와 함께 4종목 모두에 출전했다. 그리고 볼(17.883점), 후프(17.850점), 리본(17.983점), 곤봉(18.016점)에서 합계 71.732점을 기록하며 팀의 에이스 역할을 확실히 했다. 지난 2010년 광저우에서 일본에 0.6점차로 밀리며 메달 획득에 실패한 뒤 눈물을 흘렸던 손연재는 격이 다른 연기로 아시아 최정상임을 확인시켰다.
예선 합계 1위로 예선을 통과한 손연재는 2일 벌어진 결승에서도 곤봉(18.100점), 리본(18.083점), 후프(18.216점), 볼(17.300점)의 순서로 연기를 펼치며 71.699점을 받아 결국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곤봉과 리본, 후프에서 예선보다 더 높은 18점대의 점수를 기록하며 덩센유에를 비롯한 경쟁자들을 일찌감치 따돌린 손연재는 마지막 볼 연기에서 실수를 범했지만 앞선 연기에서 벌어놓은 점수에 위협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1위 덩쎈유에는 70.322를 기록해 손연재보다 한참 뒤쳐졌다.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른 손연재는 한국 리듬체조 사상 최초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하고 다시 눈물을 흘렸다. 2010년 광저우에서 단체전 메달 획득 실패에 흘렸던 아쉬움은 눈물이 4년 만에 금메달과 은메달을 목에 걸며 기쁨의 눈물로 거듭난 순간이었다.
“목표가 있어서 의지로 극복했다”
볼에서의 실수가 다소 아쉬웠다고 말한 손연재는 “볼을 제외한 다른 종목에서는 잘 한 것 같다”고 경기를 돌아본 뒤,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경기 결과에는 만족한다”고 말했다. 전날 은메달 획득 후 “세계선수권을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피곤하지만, 결승에서도 끝까지 긴장을 풀지 않고 최선을 다해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켰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해외 훈련을 계속해서 실시하며 외로움과 부담감 속에 싸워왔던 긴 여정을 해피앤딩으로 마감하게 됐다.
손연재는 “아무렇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시상대에서 애국가가 울려퍼지고 태극기가 올라가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다른 선수들도 나와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내색하지 않았던 힘든 일정에 대해서도 금메달을 목에 건 후 “정말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손연재는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거의 매달 대회에 출전하는 강행군을 이어가며 금메달 획득에 집중했다. 터키에서 귀국한지 3일 만에 아시안게임에 나서 단체전 은메달을 함께했고, 이어 개인전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계속된 일정이 정말 힘들었지만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확실한 목표가 있어서 의지를 갖고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한 손연재는 경기장을 찾아 응원을 해준 많은 이들은 물론 현장에 없었어도 응원을 보내준 모든 분들게 감사하다고 금메달의 소감을 전했다. 또한 아시아 1위의 목표를 달성한 만큼 앞으로 세계무대에서도 더 잘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갈라쇼 통해 금빛 연기 리바이벌
언젠가부터 자신에게 맹목적으로 따라붙고 있는 악성 댓글에 대해서도 “저도 사람이기 때문에 악성 댓글을 보면 속상하고 힘이 빠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언급한 손연재는 “그래도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제 몫이라고 생각했고, 앞으로도 꿋꿋하게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의 가장 큰 과제이자 목표였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쟁취한 손연재는 당분간은 쉬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손연재는 금메달의 여운을 즐길 새도 없이 바로 갈라쇼 준비에 들어간다. 손연재는 오는 18일과 19일, 일사 킨텍스에서 ‘LG 휘센 리드믹올스타즈 2014’를 열고 아시아 정상에 올랐던 연기를 다시 한 번 보여줄 예정이다.
지난 2011년부터 시작된 국내 유일의 리듬체조 갈라쇼인 ‘LG 휘센 리드믹올스타즈 2014’는 기존 공연에 스토리와 테마를 접목시키며 리듬체조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한 종합예술축제로 평가받고 있다.
손연재의 소속사인 IB월드와이드(대표이사 심우택)는 올해도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의 요소를 결합한 스포테인먼트 콘텐츠로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IB측은 오케스트라와 발레단, K-POP 등 스포츠와 클래식, 가요 등 다양한 장르의 리듬이 만들어낸 선율을 통해 관객들을 판타지아의 세계로 초대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지난 세 번의 개최에서와 마찬가지로 세계 최정상급의 리듬체조 선수들도 함께 참여해 리듬체조 연기의 진수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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