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 기로에 서다
'측근 비리' 논란에 친이계 몰락…물가정책도 '낡은발상' 비판
장우진
mavise17@hotmail.com | 2012-01-09 11:57:14
[토요경제 = 장우진 기자]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은 줄곳 ‘레임덕’에 시달렸다. 측근들의 연이은 비리의혹 뿐만 아니라 이 대통령도 내곡동 사저 등 논란에 휩싸이며 국민들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다. 또 한나라당은 친이(친이명박)계의 몰락과 함께 ‘박근혜 체제’가 본격화됐다.
이 대통령을 이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물가잡기를 최우선 과제로 잡고 ‘물가실명제’ 등을 주장했으나 오히려 정부의 ‘가격통제’라며 논란을 빚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소값 폭락에 뿔난 한우농가 농민들이 들고 일어섰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측근 비리의혹으로 곤욕을 치루고 있는 것도 이 대통령의 말년을 힘들게 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실세 3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에 이어 김정은 체제가 굳어지면서 북한 국방위원회가 ‘이명박 정권과 상종하지 않겠다’고 말해 대북관계를 놓고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총체적 난제에 둘러싸인 이 대통령은 올 신년사를 발표하며 임기 마무리에 나섰으나 이마저도 야권의 질타를 받으며, 임기를 1여년 남긴 상황에서 순탄치 않은 행보가 예상된다.
◇MB, 신년부터 ‘집중포화’ 당해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발표한 신년사에서부터 야권의 집중공격을 받으며 올 한해 역시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발표한 신년 국정연설을 통해 “시장도 중요하지만 물가에 역점을 두겠다”며 “올해는 어떤 일이 있어도 물가를 3%대 초반에서 잡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물가가 많이 올랐다. 특히 전·월세가 많이 올라서 서민들의 고통이 컸다”며 “정부는 새해 경제분야 국정목표를 ‘서민생활 안정’에 뒀다”고 언급한바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통합당은 “민생고에 신음하는 국민에게 또다시 깊은 절망감만 남겨 준 신년사”라고 혹평했다.
김유정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국민의 어려운 살림살이는 올해도 막막하기만 한데 대통령은 이를 해결할 획기적 대책은커녕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민생 안정도, 일자리도, 복지도 정부 정책에 기대할 것은 없어 보인다”며 “대통령이 주장하는 공생발전은 허울 좋은 말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서 국민께 송구스럽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이것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날치기 처리 등 독단적 국정운영에 대한 사과인지, 온갖 측근비리에 대한 사과인지 알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또 “사과 같지도 않은 사과에 이제는 주어에 이어 목적어마저 생략하는 것인지 묻는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위기를 넘어 희망으로’라는 주제로 발표한 신년국정연설을 통해 “올해에는 북한 핵 문제 해결에 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며 “북한이 진행 중인 핵 관련 활동을 중단하는 대로 6자회담은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는 발언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지적을 쏟아냈다.
김 대변인은 “최근 한반도 정세가 새로운 전환기라고 해놓고는 북한의 일방적인 변화만을 촉구하는 관성적 태도를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거듭 요구하며 6·15 선언과 10·4 선언 정신으로 돌아갈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물가실명제 주장…‘MB다운 낡은 발상’ 비판
이 대통령의 신년사에 이같이 강력한 비판을 쏟아내는 것은 MB정권이 그동안 물가잡기에 얼마나 실패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이 대통령은 새해 국무회의에서 관계장관들에게 “배추 등 생필품을 포함한 물가가 올라가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을 못봤다”고 지적했다.
이어 “농축산물을 중심으로 품목별 물가관리에 목표를 정해 일정 가격 이상 오르지 않도록 하는 확고한 정책이 있어야 한다”며 “품목별로 담당자를 정해 올 한 해 물가에 관한 물가관리책임실명제를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이에 민주통합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건설회사 경영자 출신다운 기발한 발상으로 낡고 낡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3일 고위정책회의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은 품목마다 담당공무원을 지정해서 물가를 인위적으로 잡겠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자장면 사무관, 기름 서기관, 라면 국장으로 물가를 잡겠다는 것은 해외토픽감”이라며 “무책임의 극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 경제가 세계 12위인데 30년 전 방법으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우리 경제를 모독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공무원들을 윽박지른다고 해서 물가가 잡히는 것이 아니며 경제운영의 기본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치권 뿐만 아니라 농민들도 들고 일어섰다. 지난해 배추값 폭등에 이어 최근에 소값이 폭락하자 전국 한우협회는 청와대 앞에서 ‘한우 반납 운동’에 한우 2000여 마리를 앞세우고 축산농민 수천 명이 참가하는 집회를 추진했다. 그러나 광주·전남지역 곳곳에서도 상경 시위에 나선 축산농민들과 이를 제지하려는 경찰이 마찰을 빚으며 논란이 됐다. 제주지역에서는 제주도청사 앞에서 전국한우협회 제주도지회 소속 회원들이 ‘한우 말살 정책 저지·쇠고기 빅딜반대’ 집회를 개최하고 ‘한우산업 안정화’와 ‘한미FTA를 위한 한우산업 빅딜 반대’를 촉구했다.
◇각종 비리에 ‘친이계 몰락’…올해도 계속되나
그러나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친이계의 몰락이다. 지난해 7월 당대표 경선에서 홍준표 전 대표가 당선되면서 친이계는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현재는 친이계와 대립양상을 보였던 ‘박근혜 체제’가 가동 중이다. 특히 이희봉 의원 등 TK(대구·경북) 지역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은 잇따라 총선불출마를 선언하며 박 비대위원장의 공천혁명을 위해 헌신적 입장을 보이고고 있다.
반면 이 대통령은 측근들의 연이은 비리의혹으로 입지를 더욱 좁아지면서 ‘레임덕 가속화’ 주장이 현실화 되는 분위기다.
특히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 보좌근은 SLS그룹과 제일저축은행으로부터 구명로비 청탁과 함께 7억5000만원을 받은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이에 이 의원은 지난달 12일 총선불출마를 선언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 보좌관의 수억원대 금품수수 혐의에 대해 사과를 표명하기도 했다. ‘실세 1위’로 꼽혔을 만큼 이 의원의 세력약화는 이 대통령에게는 치명타가 될 것으로 예견되기도 했다.
또 이 대통령의 사촌 처남인 김재홍 KT&G복지재단 이사장(72)도 제일저축은행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4억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29일 구속기소 됐다.
앞서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과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은 부산저축은행 비리 연루 혐의로 잇달아 구속돼 MB측근 비리 논란을 끊이지 않았다.
이에 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측근 비리가 나오고 있는데, 정말 이대로는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대통령 친인척이나 측근일수록 더 엄격하게 다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같은 잡음은 올 해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시중(74)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 측근 비리 논란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 위원장은 현 정권에서 이상득 의원, 이 대통령에 이어 ‘실세 3위’로 불려지고 있다.
최근 검찰은 김학인(48) 한국방송예술진흥원(이하 한예진) 이사장이 최 위원장의 최측근인 정용욱 씨에게 억대 금품을 건넨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 중이다. 정 씨는 최 위원장의 양아들로 불릴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현재 검찰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김 이사장의 개인비리를 수사하고 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으며, 향후 수사 방향에 대해서도 “아직은 계획을 말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단 관계자에 따르면 이와 관련된 소문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은 이 사건을 놓고 최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신건 MB측근 진상조사위원장은 “정 씨는 최 위원장의 양아들이자 정치권, 방송통신업계에서 실세로 꼽힌 인물”이라면서 “최 위원장이 이에 대해 모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신 위원장은 ‘절대로 일개 보좌관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 씨에 대한 소환조사는 물론 최 위원장까지 한꺼번에 조사해 모든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며 ”비리 복마전의 끝이 어디일지 궁금하다“고 언급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 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재윤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측근 비리에 대해) 송구스럽다고 말한 지 단 하루 만에 최 위원장 측근의 비리가 터졌다”며 “검찰은 ‘최시중 게이트’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고 최 위원장은 즉각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도 자신과 주변을 엄격히 관리하겠다고 말했기에 측근 비리의 진실을 밝히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도 ‘반(反)MB’…대북관계도 난항 전망
이 대통령의 또 다른 과제는 대북(對北)정책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국방위원회는 지난달 30일 “리명박 역적패당과는 영원히 상종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북한 국방위는 이날 성명을 통해 “민족의 대국상 앞에 저지른 리명박 역적패당의 악행은 남녘동포들의 조의표시와 조문단 북행길을 한사코 막아나선 데서 극치를 이루었다”며 “바로 이러한 악행의 앞장에 만고역적 리명박 역도가 서 있었다”고 이 대통령을 향한 거친 어조로 비난했다. 이는 김정은 체제 출범 후 나온 첫 공식입장으로 MB정권과는 더 이상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이 대통령은 신년 국정연설에서 “지금 가장 긴요한 목표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라며 “한반도 평화와 안보·통일은 누구보다도 한반도 주인인 남북한이 함께 해결해야할 과제”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김정일 사망과 관련한 조문단 문제, 과거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이 대통령의 강경발언 등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만큼 6자회담 재개를 포함한 남북관계 개선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돼, MB정권은 남은 임기동안 얼만큼의 과제를 풀어내느냐가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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