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 농업진출, 성난 농심(農心)

동부한농, 대규모 농지 매입으로 농민과 대립심화

김세헌

betterman89@gmail.com | 2013-09-16 10:56:12

소규모 영세농, 거대자본 앞에 경쟁력 상실 ‘위기’
농민들 “지역소농 파탄에 국민 먹거리 위협할 것”

▲ ‘대기업 농업생산 진출 저지! 전국농민대회’가 열린 지난 5월,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참가 농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토요경제=김세헌 기자] 대형유통매장의 골목상권 진입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엔 농업에 진출한 대기업 때문에 농민들의 언성이 높아지고 있다. 농민들은 특히 대기업이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사업을 벌인다는 점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올해 초 동부그룹은 정부와 지자체의 승인을 받아 대규모 유리온실 단지를 조성, 토마토 농사를 통해 농업생산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 사업은 농민들의 강력한 반발과 투쟁으로 지난 3월 중단됐다.

대다수의 농민들은 “대규모 자본과 이윤만을 추구하는 대기업이 농업에 진출하면 소규모 영세한 농가들은 경쟁력을 잃을 것이고 가공, 유통도 모자라 농업생산까지 확대된 대기업의 횡포에 농업은 죽어나갈 것”이라면서 “국민들의 먹거리 공급을 우선으로 하는 소농의 몰락은 우리나라의 식량주권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지자체 등에 업고 농가와 마찰

동부그룹 계열사인 동부팜화옹은 당초 경기도 화성시 화옹지구 간척지 15㏊에 국고보조 등 589억원을 들여 대규모 유리온실을 조성하고 수출용 토마토를 재배했다. 이 온실에서 한때 출하되는 토마토는 월 5000톤에 달했다. 국내 주요 토마토 산지인 부산과 김해지역 연간 생산량 1만9000톤의 26.3%, 전국 2위의 생산규모를 갖추고 있는 춘천지역의 연간 생산량 7700톤의 65%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이다.

동부팜화옹은 정부와의 부지 임대차계약에서 생산 토마토의 90% 이상 수출하는 조건을 달았기 때문에 국내 시장에는 영향이 없다고 했다. 때문에 재배 토마토도 양식요리에 사용하는 수출용이라고 했다.

하지만 농민들은 이에 대해 일본 등 제한된 해외시장을 놓고 수출농가와의 경쟁이 불가피할 뿐 아니라 수출에 차질을 빚을 경우 내수 시장을 파고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동부그룹의 계열사인 동부팜슨이 지난해 충남 논산 농장에서 생산한 수출용 토마토 900톤을 가락시장에 유통시켜 가격이 폭락했던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국내 토마토 재배농가는 거의가 영세농임을 감안할 때 설비·유통·생산 등 모든 면에서 우월한 위치에 있는 대기업이 토마토 농사에 뛰어들면 국내 재배농가는 무너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당초 정부와 지자체에서 100억원에 가까운 국비와 지방비를 지원한 것으로 밝혀져 농민들의 반발 수위가 더욱 높았다.

당시 토마토 재배농민들은 “10년 동안 힘겹게 토마토산업을 육성시켜 놨는데 이제 겨우 살 만하니까 대기업에서 숟가락을 들고 덤빈다”면서 “소규모 농민들 밥그릇인 농산물 생산분야를 넘볼 것이 아니라 종자산업과 같은 국가적 미래산업에 진출하고 그것을 지원하는 것이 정부와 대기업의 자세가 아니냐”고 한목소리를 냈다.


◇대규모 농지 매입에 농민 불안 가중

최근에는 동부팜한농이 충청남도 논산시의 농지를 대규모로 매입한 사실이 드러나 농민들 사이에서 큰 논란이 되고 있다.

동부팜한농의 농지 매입 면모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월말로, 지역 농민들은 논산시 가야곡면 일대에 적잖은 규모의 농지가 개발된다며 전국농민회총연맹에 제보했다. 동부팜한농이 매입해 개발 중일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이다.

사실 동부팜한농은 지난 1월 가야곡면 등리 423-1을 포함한 농지 42필지를 일괄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농지 매입에만 최소 30억원 이상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공사는 매입한 농지 중 일부면적에서만 진행 중이다. 땅을 평평하게 하는 작업과 배수로 설치까지 논산시에서 공사허가를 얻은 상태다.

무엇보다 해당 지역 농민들은 동부팜한농의 농지 매입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동부팜한농은 시험연구실습용으로 농지를 취득했다고 주장하지만 매입면적이 12만1860여㎡에 달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이다. 이미 논산지역엔 동부팜한농의 자회사 동부팜이 논산시와 함께 운영하는 유리온실단지가 있는데 대규모 농지매입을 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연무읍에 자리한 동부팜한농 유리온실의 면적은 3만6000여㎡다. 연구목적으로 유리온실의 3배가 넘는 농지를 매입했다는 것을 두고 농민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동부팜한농의 대규모 농지매입의 쟁점은 결국 농지에서 생산된 농작물 판매 여부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농지매입 목적이 시험연구실습용이라 하더라도 현행법으론 생산한 농작물의 판매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만일 동부팜한농이 농산물 판매를 목적으로 매입한 경우라면 지난 3월 동부팜화옹 유리온실 포기선언은 쏟아지는 비판의 화살을 피하려 던진 진정성 없는 공수표에 불과하다고 농민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에 동부팜한농 측은 “이번 농지 매입은 농산물 판매 목적으로 한 게 절대 아니며 오로지 연구용”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가에선 부동산 투기를 노린 농지 매입이란 해석도 나온다. 매입한 땅이 농지에서 풀린 뒤 매각하면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농지 매입이 농업 진출과 부동산 투기 둘 다를 노리는 포석일 수 있어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될 조짐이다.


◇일부 지역의회선 “대기업 농업진출 우려” 저지 노력도

이러한 상황에서 안성과 창원시 등 일부 지자체 의회에서는 대기업의 농업 생산분야 진출을 저지해 달라는 건의안을 정부에 제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성시의회는 “막대한 자본력과 기술력을 가진 대기업이 농업생산 분야에 진출함에 따라 소규모 농사를 짓고 있는 지역 농민들을 파탄으로 몰고 있다”며 “대기업의 농업생산 진출 저지를 위한 관련 법률을 제정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이어 “지난 정부가 민간자본의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대기업의 농업생산 진출의 문을 열어줬다”며 “이 때문에 농촌 기반이 붕괴 되고, 영세 농업인의 생존권을 위협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창원시의회는 채소농가를 비롯한 시설재배 농가와 전체 농업에 커다란 피해를 입히게 될 것을 염려하며 “대기업들이 농민들의 어려움이나 현실을 무시하고 상대적으로 낮은 생산비를 무기로 줄줄이 농업생산에 진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중소농의 파산을 낳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지역경제를 뿌리째 흔들고 국가의 농업생산 기반 전체를 뒤흔들게 될 대기업의 농업생산 진출을 심히 우려한다”고 주장했다.

대기업 대자본이 농업 분야에서도 가속화되는 현상을 두고 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 새로운 산업에 진출할 때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것은 부득이하겠지만, 농업 전체를 관통하는 문제에 대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사용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어떻게 바라볼지 고려하면서, 농업의 기업화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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