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한국진출 임박, 위기? 기회?
공룡가구 이케아 국내상륙, 속 타는 가구업계
김세헌
betterman89@gmail.com | 2013-09-16 10:20:55
이케아 1호 광명점 건설공사 지난달 첫삽
소비자 “기대” vs 가구업계 “골목상권 침해”
업계, 규모‧전략적 열세로 대책마련에 고심
[토요경제=김세헌 기자] ‘공룡가구’라 불리는 스웨덴 가구기업 이케아(IKEA)의 국내 시장 진출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경기도 광명시가 지난달 1일 이케아 광명점에 대한 건축허가를 내리면서 일부에선 공사가 이미 시작됐다. 약 7만8000㎡ 규모의 대형 매장이 이곳에 들어선다.
이케아는 1953년 스웨덴 알름훌트에 첫 가구 전시장을 열었지만 경쟁업체의 압력으로 제조사로부터 물건 공급이 중단됐다. 이 기회를 발판삼아 가구를 직접 디자인, 제조하기 시작해 소비자에게 독특한 디자인의 제품을 싼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가구 브랜드로 성장했다.
이케아는 소비자에게 자신을 표현할 기회를 만들어주면서 ‘저렴한 가격과 실용성 있는 디자인’이란 마케팅 전략을 내세워 트렌드에 따라 인테리어를 바꾸는 ‘체인징 룸스 제너레이션(Changing Rooms Generation)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이케아의 한국진출 소식에 소비자는 급 환영하는 반면, 국내 동종업계의 반응은 경계와 함께 울상짓는 분위기여서 대조되고 있다.
◇ 소비자, 이케아 입점소식에 환영 일색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가격과 소형 주택에 적합하고 깔끔한 디자인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이케아의 국내 진출을 반기는 분위기다. 반면 경기 침체로 매출 부진을 겪고 있는 가구 업계는 울상을 짓고 있다.
이케아가 국내 소비자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이케아 제품이 국내에 판매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당시 해외에서 이케아를 이용해 본 사람들과 신혼부부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케아의 강점은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이 꼽힌다. 이케아 제품의 대부분은 소비자가 직접 조립하는 ‘DIY(Do It Yourself)’ 반제품으로, 박스째 배달해 인건비와 물류비를 줄였다. 대체로 국내에서 판매되는 유사한 가구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스칸디나비아풍의 세련되고 깔끔한 디자인도 젊은 층의 관심을 끄는 요인이다. 유통과 포장·제조 등에 필요한 비용을 줄이면서 고객의 요구에 맞춘 저렴한 조립식 가구를 판매해 전 세계 소비자로부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그렇지만 가구업계에서는 이런 이케아가 공격적으로 국내시장을 점유할 것으로 전망하며 불편한 심기를 보이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케아가 한국에서 매장을 연속으로 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내년 개점을 앞두고 있는 광명점을 필두로 공격적인 점포확대에 들어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가구업계에 따르면 이케아는 현재 매장 한 곳당 1500억원 내외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주요 고객은 20~30대의 젊은 층이다. 그동안 약 5조원의 국내 가구시장 규모를 감안할 때 수도권 2~3곳, 동남권 1곳 등 매장 3~4곳을 열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내에서 최소 5곳 이상 매장이 들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같은 전망의 근거는 이케아의 중국 영업점 확대를 통해 알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케아는 2014년까지 총 12곳의 매장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베이징ㆍ상하이 등 대도시에서 이보다 규모가 작은 거점도시 위주로 매장 신설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이케아 규모‧품질‧영업 등 공격적 전략…가구업계 대응마련 고심
내년 개점을 앞두고 있는 광명점의 용지가 상당히 넓은 만큼 세계 최대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케아는 지난해 광명역세권지구에 7만8000㎡ 규모의 대지를 2346억원에 낙찰받은 바 있다. 가구업계에 따르면 현재 세계 최대 점포는 지난 2011년 오픈한 상하이 푸둥점으로, 대지 면적이 약 5만㎡ 정도다.
철저히 계산된 매장구조 역시 경계대상으로 떠오른다.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이케아 매장은 미로처럼 디자인돼 있어 매장을 방문한 소비자는 다른 가구 매장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결국 제품을 구매하게 된다고 한다.
이케아의 영업 전략도 철저한 ‘현지 맞춤형’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례로 중국 이케아 매장은 DIY로 유명한 이케아식 판매 전략이 동양인 정서에 안 맞는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시공과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푸둥점은 시공ㆍ배달이 가능하다는 점을 앞세워 판매 제품 가운데 부엌가구 비중을 크게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고객들은 DIY 스타일을 꺼리기 때문에 이케아가 국내시장에서 고전할 수 있다고 예상해왔던 국내 가구업계로서는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 국내진출 초읽기에 가구관련 전반 위기론 심화
무엇보다 이케아의 한국 진출이 임박하면서, 국내 가구업계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이케아는 가구업체로 알려져 있지만, 70% 이상 매출을 차지하는 품목이 커튼, 그릇, 조명 등 소품류이기 때문에 관련 업계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거센 상태다. 이러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이케아의 한국 진출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근 중견 가구 업체와 대‧중소기업 등은 당초 이케아의 국내 진출에 대응하기 위해 ‘가구산업발전전문위원회’를 구성하고, 관세 제도와 관련해 ‘역차별’을 주장하는 등 위기대응을 위해 분주히 움직여왔다.
가구산업발전전문위원회에는 대한가구산업협동조합연합회, 한국가구산업협회 등 가구 단체를 비롯해 한샘ㆍ퍼시스ㆍ리바트ㆍ에이스침대와 같은 국내 주요 가구 업체 대부분이 참여하고 있다.
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 가구 업체는 원자재로 파티클보드(원목을 가공해 만든 판상 재료)를 수입해 사용하면서 8% 관세를 물고 있다. 그러나 이 관세 제도는 수입 업체인 이케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때문에 국내 가구 업체들은 가격 경쟁에서 역차별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가구산업협회 관계자는 “경쟁은 불가피하지만 동등한 조건으로 경쟁하기 위해 이케아의 국산 가구 취급 물량을 늘리거나 국내 업체와 공평하게 관세를 물리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내 굴지의 가구 업체도 위기감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한샘의 경우 국내에서 홈인테리어 분야에서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지만 세계적 기업과 경쟁하기에는 아직 규모나 역량 면에서 격차가 크다는 입장이다.
특히 소상공인들 사이에선 이케아 입점 자체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팽배하다. 이케아 입점 예정지 인근에 외국계 할인 매장인 코스트코까지 3만3000㎡ 규모 대형 매장을 조만간 열 예정이어서, 두 업체가 입점하는 순간 수원가구거리 등 ‘골목 상권’이 붕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경제성‧기능성‧디자인 등 압도적 우세…국내업계 생존권 위협
이케아는 명실상부 세계 1위 가구 기업으로 전 세계에서 벌어들이는 매출은 연간 40조원에 달한다. 종업원은 13만1000여 명이며 지난해 초 기준으로 세계 26개국에서 287곳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케아 국내 진출은 일부 대형 가구사 외에 전국 대부분의 가구사들과 자재, 생산공장, 협력업체, 유통업체, 매장, 물류업체, 시공업체, 판촉업체 등 관련 산업으로도 영향이 미치고 있다. 이들은 대체로 이케아 진출을 소비자입장에서만 단순히 바라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일부 소비자들은 가격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이케아를 평가하지만, 가국업계 종사자들은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기능성에 디자인도 예쁜 양질의 브랜드가구가 대량생산을 통해 가격까지 저렴하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꼬집는다.
특히 현재 전체 가구시장의 90% 정도를 차지하는 오프라인 가구시장은 앞으로 점유율이 점점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이는 가구산업 종사자들의 일자리, 나아가 생존문제와도 직결된다는 반응이 나온다.
가구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온라인 오픈마켓과 TV홈쇼핑, 그리고 소셜커머스에서 무차별적으로 저가수입산 가구들을 입점시켜 가격 출혈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케아의 국내 진출은 가구업계의 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킬 것”이라면서 “국내 가구산업 전반에 걸쳐 세부적인 진단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막연한 대응 아닌 합리적 대안 만들자는 주장도
이케아 국내 진출 찬반론이 팽팽한 가운데, 가구업계 일각에서는 특정 이익집단의 의견을 듣고 행동하기 보다는 가구업계의 현실을 파악하고 국내 가구산업 발전방향을 제대로 수립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2007년부터 본격 시작된 주택과 건설경기의 장기 침체국면 속에 국내 가구산업은 힘든 시간을 보내 온 것이 사실이다. 아울러 인테리어를 비롯한 이사와 혼수 등 가구수요 감소와 객단가 하락은 가구업체들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시켰다.
게다가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TV홈쇼핑과 소셜커머스, 온라인몰과 오픈마켓의 가격파괴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설상가상으로 이케아까지 가세한다는 것은 국내 가구산업 전반에 걸친 위기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케아의 한국 진출과 관련해 세부적인 실행방안 중 필요한 경우에는 이케아 측과 조율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들은 이케아에 대한 공포심과 막연한 불안감을 갖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고, 향후 해결책을 이끌어내는 데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이와 관련해 가구업계 한 관계자는 “이케아 국내 진출에 앞서 국내 가구산업의 현 주소와 문제를 진단하고 이케아 현안과 관련된 대안을 모색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이미 수요보다는 공급이 초과된 가구산업에서는 자체적인 경쟁력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이케아와의 전면승부를 피할 수 없다면 이케아를 극복할 수 있는 종합적인 경쟁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부상하고 있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이제 포화상태에 이른 가구산업의 새로운 먹거리 신시장을 개척하고, 독보적인 제품군 개발과 브랜드파워를 키울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막연한 이케아 공포설에 두려워하기 보다는 이케아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분석해 보고 보다 체계적인 마케팅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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