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감정평가사 상대로 ‘갑질’...800억원 수수료 떼먹어

서형수 의원, “불공정 행위 관행 · 무료 탁상자문 문제”지적
“금융당국, 철저한 조사 통해 위법행위 엄단조치 필요”

문혜원

maya@sateconomy.co.kr | 2019-04-29 14:16:19

[자료 = 서형수 의원실]

[토요경제 = 문혜원 기자] 은행들이 감정평가사들을 상대로 800억 원대 수수료를 미지급하는 등 불공정 행위를 관행적으로 일삼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경남 양산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따르면 은행들이 연간 40조원의 막대한 이자이익을 챙기면서 감정평가사들을 상대로는 수수료를 800억원을 떼먹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려면 2018년 국내 은행들의 이자이익(예대마진)은 40조3,000억 원에 달하고, 당기순이익은 13조8,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3.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서형수 의언이 한국감정평가사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은행들이 감정평가사들의 수수료 미지급액은 최근 3년간 총 800억 원으로 추정됐다.


서 의원은 “은행 등 금융기관이 감정평가사를 통해 담보 등에 대한 감정평가를 하고서도 대출이 실행되지 않으면 실비 지급을 하지 않거나 지급을 지연하며 관행적으로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아 왔다”고 지적했다.


[자료 = 서형수 의원]

담보 등의 감정평가를 위해 감정평가사가 체결하는 계약은 ‘위임계약’으로 특별한 약정이 없으면 감정평가서를 의뢰인에게 송부한 경우 위임사무를 완료한 것이 돼 은행은 수수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금융기관들은 수수료 협약에서 대출이 실행된 경우에만 지급하도록 정하고, 대출실행 지연 등 사정이 있는 경우 수수료 지급을 연기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감정평가사들은 금융기관이 대출실행 여부를 통보해주지 않는 이상 그 여부를 파악할 수 없어 대출이 실행되지 않은 경우의 실비 지급은 물론, 대출이 실행된 경우에도 수수료를 지급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이들 총 미지급액(실비, 수수료 등)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최근 3년간 총805억4600만원에 달한다.


금융기관별 미지급액으로는 농협중앙회가 163억31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KB하나은행(106억3700만원), 기업은행(99억9100만원), 농협은행(77억1700만원), 신한은행(74억 800만원) , 국민은행(59억6900만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미지급 수수료는 2016년 118억5600만원, 2017년 158억9000만원, 2018년 420억 원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2018년은 전년 대비 2.6배로 급등했다.


또 이들 금융기관은 감정평가 이전에 무료로 자문을 하는 '탁상자문'을 정식 의뢰 대비 과다하게 요구하고 이를 기초로 대출을 진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탁상자문은 사전서비스 성격으로 이뤄지는데, 금융기관은 이를 통해 곧바로 대출을 진행하고 정식으로 감정평가는 의뢰하지 않은 형태다.


이는 감정평가 의뢰를 빙자해 감정평가사에게 불공정한 거래를 요구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부실 대출로 이어져 금융소비자 보호를 저해한다는 지적이다.


서 의원이 한국감정평가사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법인 전산시스템 등록 기준)에 따르면, 2018년 은행 등 금융기관의 탁상자문은 257만건(법인 탁상자문 기준)이고 정식 감정평가 의뢰는 38만건으로 탁상자문 대비 14.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탁상자문 건수는 법인 전산시스템에 등록된 것을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개인적으로 의뢰한 탁상자문 등을 합하면 탁상자문 건수는 30~40% 이상 증가한다는 것이 협회 측 설명이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지난 2013년 8월 서울 8개 시중은행의 감정평가 업무협약서에서 무보수의 탁상자문을 요구하는 조항을 삭제하도록 한 바 있다. 그런데도 금융기관 등은 탁상자문 조항을 그대로 두고 있거나 협약에 없는 경우에도 탁상자문을 관행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금융기관이 ‘만족도 조사’ 등 감정평가에 대한 만족도를 평가하고, 이에 따라 등급을 정해 업무량을 배정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 의원은 이들 불공정 행위에 대해 공정위 등에 전달한 상태다. 이에 공정위는 해당 사항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향후 관련시장에 대한 불공정거래 혐의가 있는지 모니터링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서 의원은 “감정평가 선정권을 가진 금융기관들이 우월적 지위에서 불공정 행위를 일삼아온 것으로 드러났다"며 "공정위, 금융감독원 등 당국의 철저한 조사를 통해 위법행위를 엄단하고 불공정 거래에 대해 강력히 제재할 것을 촉구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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