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빨간불’…10년 만에 ‘최악’
1분기 성장률 마이너스 기록,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정부 “추경만으로는 한계, 당초 목표치 달성 총력”
김사선
kss@sateconomy.co.kr | 2019-04-26 15:47:33
[토요경제=김사선 기자] 한국 경제에 먹구름이 끼고, 빨간불이 켜졌다. 투자와 심리가 동반하락속에 1분기 성적표까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경기 하강 속도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예상보다 대내외 여건이 더 악화됐다고 우려하고 있을 정도다.
한국은행이 지난 25일 발표한 1분기 경제 성장률은 ‘충격’ 자체다. 우리나라의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분기 대비 -0.3%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수출과 투자가 동반 부진한 것이 마이너스 성장의 주 원인으로 작용했다. 한국경제의 '성장 엔진'인 수출은 전기 대비 -2.6%, 수입은 -3.3%를 기록했다. 설비투자는 -10.8%, 건설투자도 –0.1%였다.
민간소비 역시 날씨 영향으로 의류 지출과 의료 서비스 지출이 줄어 부진을 면치 못했다. 1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0.1%로 2016년 1분기(-0.2%)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업들이 앞으로 경기를 전망하는 BSI, 기업경기실사지수도 여전히 부정적 전망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동차·철강·정유 등 주력 업종 기업들이 경기를 더 비관적으로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제조업과 비제조업을 포함한 전산업 BSI는 73으로, 10년래 수출·내수 경기체감지수 '최저'를 기록했다.
1분기 성적표가 마이너스 기록하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뚜렷한 돌파구가 없다는게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세계경기 둔화로 반도체 경기 회복도 쉽지 않다"며 "하반기도 하향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경기침체 위험을 알리는 경고음이 여기저기서 요란스레 울리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이사국 대표들로 이루어진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는 무역 긴장, 글로벌 부채 누적, 신흥국 금융 불안 등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은행 이사국 대표들로 구성된 WB개발위원회도 비슷한 진단이다. 세계무역기구(WTO)가 발표한 세계무역전망지수는 2010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당초 IMF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3.5% 정도 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석 달 만에 0.2%포인트나 낮췄다.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5%로 인하했다. 작년 4월 올해 성장 전망치를 2.9%로 예상한 뒤 벌써 네 번에 걸쳐 0.4%를 하향조정했다. 2.3% 성장에 그친 2012년 이후 최저치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국내 경제가 5개월 연속 둔화 상태를 지나 부진 단계로 들어선 것으로 판단했다.
외국계 금융사들의 시각은 한층 비관적이다. 영국계 시장분석기관인 IHS마킷은 올해 경제성장률로 1.7%를 제시한 바 있다.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2.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4%로 내놨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4월 3일 전국 2,200여 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2·4분기 제조업체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1·4분기보다 20포인트 상승한 87로, 기준치(100)를 밑돌아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았다. 업종별로는 △화장품(135) △제약(118) △의료정밀(102) 등의 전망이 밝은 반면 △자동차·부품(78) △철강(82) △전기장비(82) △정유·석화(83) △기계(87) 등은 부진했다. 조선·부품(107)은 수주량 증가 등으로 기준치를 넘겼다.
또한 전반적인 투자 여건도 부정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2·4분기 투자 계획에 대해 응답기업 대부분은 ‘보수적’(82.3%)이라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경기 불확실성 증가 69% △고용노동환경 변화 27.7% △기존시장 경쟁 과다 26.6% 등을 꼽았다.
그동안 국내 경제침체가 우려된다는 목소리에 ‘한국경제 모멘텀은 긍정적’이라고 외쳤던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경기활성화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홍 부총리는 지난 22일 추경 편성안 사전 브리핑에서 "추경만으로는 정부의 성장률 목표치(2.6~2.7%)가 달성되리라 보지 않는다"면서 “정부는 엄중한 상황인식을 바탕으로 가용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적시에 대응함으로써 당초 제시한 성장목표(2.6∼2.7%)를 달성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추가 부양조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경제에 대한 과도한 우려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6일 한은 본관에서 열린 은행장들과 금융협의회에서 "올해 1분기 성장률이 예상과 달리 전기대비 마이너스로 발표되면서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졌다"면서도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은 이례적 요인도 어느정도 영향을 미친 만큼 과도하게 비관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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