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내몰린 한라건설, 회생할까?
한라건설 국가계약법 위반, 관급공사 입찰제한
김세헌
betterman89@gmail.com | 2013-09-02 14:09:48
자금난에 업친데 덥친격, 경영정상화 ‘빨간불’
[토요경제=김세헌 기자] 자금난에 허덕이는 한라건설이 그룹차원의 지원중단으로 곤혹을 치루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관급공사 입찰에도 참여할 수 없게 돼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지난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한라건설은 20일 관급공사 입찰참가자격을 오는 28일부터 내년 2월27일까지 약 6개월간 제한받게 됐다. 국가계약법을 위반해 이러한 제재조치를 받은 것이다.
한라건설은 정부의 이러한 행정조치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한라건설 측은 ‘효력정지 가처분’과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며 가처분 인용 시 ‘행정처분 취소소송’ 판결 때까지 회사의 입찰 참가 자격에는 영향이 없다고 밝혀 당분간 회사 경영에 큰 차질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건설업계에서는 한라건설의 전체 매출에서 관급공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비교적 높은 만큼 이번 입찰제한 제재조치를 간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라건설의 지난 상반기 국내 매출 가운데 관급공사 비율은 약 54.81%에 달하며 전체 매출 대비 비중은 29.9%에 달한 것으로 나타나 회사 경영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는 한라건설이 다시 유동성위기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2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한라건설은 올해 들어서도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계열사 만도의 유상증자참여로 한동안 유동성수급에는 큰 지장이 없었지만 최근 자금 소진과 적자까지 겹쳐 유동성문제가 계속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라건설은 1분기에 160억원의 적자를 낸데 이어 2분기에도 IFRS 별도기준 7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주택사업을 중심으로 원가율이 1분기 95.1%에서 2분기에는 95.4%로 소폭 상승한 등 좀처럼 내리지 않아 적자운영에서 헤어나지고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라건설은 정몽원 회장이 만도의 지원 이후 그 이상 그룹차원에서 지원은 없다고 공언한 후에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한라건설이 만도지분을 담보로 설정한 3000억원의 크레디트 라인도 대부분 소진된 것으로 전해져 한라건설의 재무상태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유동성 위기에서 한라건설은 최근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휴가시즌인 이달 초 갑자기 42명의 직원에 대해 권고사직을 단행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라건설 측은 권고사직이 아닌 희망퇴직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해당 직원들은 이번 권고사직이 사측의 일방적인 인력 구조조정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자금난과 상반기 적자에 이어 권고사직까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불구, 오는 10월 1일 회사의 새로운 출발을 위한 ‘사명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채 차환 지원과 잇단 수주로 회생 주목
이처럼 계속되고 있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라건설이 더 큰 위기로 빠져들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정부의 회사채 차환 지원의 심사를 통과해 첫 대상 기업으로 선정됐는가 하면, 국내외 공사를 연속 수주하는 등 실적 개선을 통해 현재의 난국을 극복해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차환발행심사위원회는 최근 한라건설의 차환 발행을 지원하기로 결의했다. 지난 27일 기준 1100억원의 회사채 만기를 맞은 한라건설에 대해 만기 회사채의 80%인 88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나머지 20%는 한라건설이 자체 상환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결정은 지난 7월 금융위가 발표한 ‘회사채 시장 정상화방안’에 따라 지원을 받게 된 것이다.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80%의 회사채를 산업은행이 인수해 유동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국내 토목·건축 공사에서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한라건설은 이달 중순 여수해양항만청에서 발주한 ‘여수신항 동방파제 보강공사’를 225억원에 수주했다. 이 공사는 폭풍 해일 등 자연재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초 지반 보강, 방파제 피난통로 등을 설치하는 것이다.
또한 경기 시흥시 군자배곧신도시 서울대 국제캠퍼스 공사(7600억원) 등 우선협상대상자나 양해각서(MOU) 체결 사업도 1조1000억원에 달해 향후 사업 가시화가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에서의 선전도 주목을 받고 있다. 한라건설은 최근 669억원 규모의 몽골 울란바토르 신청사 건립 공사의 시행자로 선정됐다. 이 공사는 약 9만㎡의 부지에 시의회, 사무소, 회의실, 소속기관 등 4블록으로 나눠 착공된다. 또 내달 초에는 총연장 176.4㎞의 ‘초이르~샤인산드’ 도로공사 1공구 준공을 앞두는 등 몽골에서 건설 사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라건설 관계자는 “몽골 정부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아 사회간접자본(SOC) 공사 추가 수주에도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다”며 “아제르바이잔 수자원공사(아제르수) 신사옥 공사(1380억원) 등을 포함하면 올 들어 약 9000억원 규모의 해외 공사를 따냈다”고 말했다.
그동안 빠듯한 자금사정과 입찰제한 등 경영 전망이 밝지 않았던 한라건설. 최근 이어진 낭보로 과연 회생의 기적을 이룰지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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