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시대의 야누스 ‘빅데이터’
왕따와 입시문제 등 빅데이터로 해결 가능
김세헌
betterman89@gmail.com | 2013-09-02 11:54:20
[토요경제=김세헌 기자] 최근 ICT 분야에서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핵심 요소로 주목받고 있는 분야는 다름 아닌 ‘빅데이터’다.
빅데이터(Big Data)란 데이터의 형식이 다양하고 유통속도가 빨라서 ‘기존의 방식으로는 관리·분석이 어려운 데이터’를 의미하는 것으로, 대용량의 데이터에서 ‘패턴’을 발견하고 ‘가치’를 얻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소셜네트워크의 데이터나 인터넷 텍스트와 문서, 통화 상세 기록, 대규모의 전자상거래 목록 등이 바로 빅 데이터에 해당하는데, 지난 10년 간 정보통신 기술이 모든 산업에 보편화되고, 특히 스마트폰·태블릿 PC와 같은 스마트 기기의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우리 주변에 새롭게 생성되거나 유통되는 정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은 우리의 이동경로를 실시간으로 기록해 저장하고, 버스나 지하철에 설치된 요금정산기도 얼마를 내는지 언제 어느 장소에서 타고 내렸는지에 대한 정보를 축적한다. 심지어는 네이버나 구글에서 찾아본 검색어와 SNS·블로그에 남긴 하루 동안의 짧은 기록들까지, 우리의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는 막대한 양의 데이터들이 축적되고 있다. 바로 이러한 것들을 빅데이터라고 부른다.
다보스포럼에서는 보고서를 통해 “데이터는 화폐 또는 금처럼 새로운 경제적 자산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으며, 국내에서 최근 1년 여 동안 기사화된 건수만 해도 약 2500여 건(네이버 검색 기준)이 넘을 정도다. 이렇듯 빅 데이터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에 따라 등장하게 된, 복잡하면서도 무한한 가능성이 잠재돼 있는 새로운 개념의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 삶을 혁신하고 내일을 예측하는 ‘빅데이터 혁명’
빅데이터 활용은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 강화, 사회 현안 해결 그리고 스마트 라이프 구현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기업은 실시간 재고 분석과 모니터링을 통해 비용절감이 가능하고, 공공분야에서는 공공 서비스 향상과 미래의 위험요소에 대비할 수 있다. 또 소비자는 지능형·맞춤형 서비스를 제공받음으로써 원하는 상품을 구입하는데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각국 정부와 글로벌 IT기업들은 빅데이터가 향후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새로운 원천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IT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우위 확보를 위해 연 2억 달러를 기술개발에 투입하는 ‘빅데이터 이니셔티브’ 계획을 지난해 발표했고, 구글과 아마존, IBM 등 IT서비스 기업은 빅데이터 시장 선점을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처럼 일어날 범죄를 미리 예측하는 일이 늘고 있다. 부모도 몰랐던 여고생의 임신을 마트에서 먼저 알아내기도 하고, 누가 대통령이 될지 미리 맞추기도 한다. 이런 일을 가능케 하는 기술이 바로 빅데이터 기술이다.
구체적으로는 오바마 대통령이 빅데이터 기술을 이용해 어떻게 대통령이 됐는지 미국의 경제나 복지 같은 국가적 문제는 해결했는지, 혹은 미국의 대형 마트나 유럽의 자라(Zara) 같은 패션 기업이 어떻게 불황을 뚫고 극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는지 등을 빅데이터를 통해 알 수 있다.
빅데이터 기술은 이런 정치·행정이나 기업의 문제 뿐 아니라, 왕따나 입시 같은 교육 문제, 부부의 예측 수명, 우리 아이의 적성 문제에 이르기까지 지극히 개인적 삶에서도 사용될 수 있다.
◇기업에겐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의 기회로
아마존이나 구글, 페이스북 등 대표적인 인터넷 기업들은 실제로 빅 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가치의 창출에 전력을 다 하고 있다. 이른바 빅 데이터 비즈니스는 산업계에 있어서 전반으로 진행되고 있는 클라우드 이용 기술과 함께 향후 10년간 정보·통신 분야에 있어서 주력해야 할 테마 중 하나가 될 것이라 예상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인 아마존은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데이터 분석에 근거한 철저한 사업 개선’을 중시한다. 메인 페이지 디자인 하나만 보더라도 각기 다른 디자인의 사이트를 준비해놓고 어느 것을 열람하는 유저가 더 많은 상품을 구입하는지 통계적으로 평가한다.
구글은 ‘검색과 광고’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보다 많은 상황에 적용시키고자 있다. 검색이라는 자사의 강점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 대상이 되는 데이터의 범위가 넓으면 넓을수록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 인터넷에 공개된 대량의 웹 페이지를 검색 가능한 데이터의 형태로 정리하거나 지메일이나 피카사를 통한 개인 데이터 수집 등을 통해 데이터의 범위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속옷전문업체 ‘와코르’는 여성의 체격에 관한 데이터를 수십 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취득해 아름다운 여성의 신체를 가늠하기 위한 지표로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는 어디서든 쉽게 얻을 수 없는 와코르 만의 고유한 데이터이므로 충분히 경쟁력 있는 데이터라고 할 수 있다.
◇유통되는 개인정보, 기업의 오남용 가능성 높아져
전문가들은 빅데이터 역시 새로운 편리와 위험을 동시에 낳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보 위험사회의 관점에서 빅데이터가 새로운 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한 기술적 대응은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빅데이터는 사용자들이 남긴 흔적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분석하는 시스템에 기반을 두는데, 문제는 관료적 혹은 기업적 효율성을 얻는 대가로 사용자들이 끊임없이 활동하며 남기는 정보들이 기업과 국가에 실시간으로 노출되고 감시당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페이스북의 ‘좋아요’나 댓글을 다는 행위가 이에 속한다. 이들은 다 개별 무정형 데이터로, 즉각 기업의 서버로 옮겨져 실시간 분석돼 개인과 집단의 취향이나 패턴을 읽는 자료로 활용된다.
프라이버시 침해는 이미 빅데이터 이전에도 광범위하게 진행됐지만 빅데이터는 모든 곳으로부터 완전히 벗겨진 사용자를 보여준다. 사용자의 일거수일투족이 실시간으로 관리되면서 자신의 정보를 삭제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한 개인의 일상적, 개별적 정보들이 모여 쉽게 누군가의 신상털기로 활용되기도 한다.
정부의 시민 정보 오남용, 기업의 소비자 정보 관리 소홀과 잦은 정보 누출 등을 고려하면 빅데이터 국면 아래 사용자들의 정보는 더욱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빅데이터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사회적으로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시민 또는 고객 정보의 치밀한 관리와 파기를 의무화하고, 외부 해킹과 바이러스 보안 체계를 구축하며, 시스템 보안요원들의 정보윤리와 안전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무차별적 정보 수집에 대한 정책 개선도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국가와 기업, 시민사회, 개인 층위에서 빅데이터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 요인 각각에 대한 예방과 사후 대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물론 아직까지 빅데이터의 독점이 한국 재벌이나 대기업에 의해 오용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재벌 계열사 중 개인 정보를 관리하고 실시간으로 통제하는 카드사나 인터넷 기반 회사 등을 중심으로 빅데이터의 독점과 오남용 사례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용자들은 자신이 자발적으로 만드는 데이터들이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활용될 것인지 그 명암을 판단할 수 있는 안목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충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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